며칠 전 또 웃기는 기사 하나를 봤다. [샤라포바도 '된장녀?', "뉴욕에 아파트 갖고 싶어"]라는 제목에 낚시인 줄 알면서도 어떤 생뚱맞은 내용으로 날 어이없게 해주는가 스스로 낚여주니
샤라포바가 웹사이트에 쓴 일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톱10'을 정하며
"그곳에서 계속 살기는 힘들 것 같지만 소호에 아파트를 갖고 싶다는 꿈이 있어"
뉴욕을 1위로 정하며 뉴욕에 대한 '환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자는 '된장녀'는 구체적으로 '뉴요커를 꿈꾸는 젊은 여성' 이라는
뜻 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샤라포바도 뉴요커를 동경하는 된장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기자들 참 편하게 먹고 산다고들 한다.
주요 카페에 숨어 애들이 올린 자료들을 살짝 베껴 기사쓰면 되니깐…
근데 그걸 제대로나 쓰면 모를까 가끔 지나치게 앞서간 소프트웨어를 노땅들의
구형 하드웨어로 이상하게 해석해 잘못 유포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눈길을 끌기 위한 기사를 쓰기 위해 아무곳에나 가져다 써 단어자체가
원 뜻을 잃어버리는데 그 대표적 예가 [된장녀]와 [훈남]이라 생각한다.
된.장.녀
남자들이 넷 에서 여자에게 하는 욕 중 하나가 ‘페미년’인데 거기에 ‘된장녀’가 추가되 었다.
된장녀는 간단하게 정의하면 분에 넘치는 사치를 부리며 남자 등골 빼먹는 여자다.
정작 끼니는 천 원짜리 김밥으로 때우면서 6천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며
카드 할부로 헐리웃 스타들의 명품 백을 들고 싸이홈피엔 아웃백이나 고급카페에서 찍은 사 진으로 채우며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구체적인 행동유형 분석부터 시작한 논쟁은 어느덧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명품가방’을 사서 외화 낭비하는
공공의 적이자 그 시기에 불 붙은 군가산점과 생리공결제를 맞이하여
한국년 = 나쁜년 = 된장녀로
싸잡아 욕하기 시작하며 ‘된장녀’란 대상은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억울함에 사무친
화풀이대상이 된 듯 싶다.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내가 밥 사먹을 능력이 5~6천원이라 가정했을 때
커피는 원래 안 마시고 밥을 많이 먹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은 4~5천원짜리
백반을 먹고 가게에서 붕어 싸만코 하나 사 먹는 게 행복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먹는 양이 적은 여자들은 천 원짜리 김밥과 먹고 싶은 맛있는 5천원짜리 커피를 사서
즐기나 똑같다.
그리고 그토록 목에 피를 토하며 스타벅스 커피에 외화낭비 한다고 성토하는
남자들이 한국제는 하나도 없는 고가 카메라나 일본에 돈 퍼주는 피규어나 건담등은
취미생활로 매니아로 대접을 받는다.
사실 가방은 들고 다니고 커피는 마시기라도 하지만 장난감하나에 프리미엄까지
붙여 사오는 게 외화낭비라고 하면 더 외화낭비라고 해도 할 말 없지 않은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된장녀 옹호가 아닌 서로 근본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처음에 비난했던 된장녀는 자기에겐 마시는 것 하나까지 온갖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남자에겐 일 전 한푼 안 쓰는 얄미운 여자들이었다.
그런 여자는 여자들 사이에서도 있어왔던 여자이기에 당연히 어떤 유형인지 안다.
지 손톱엔 네일샵서 15만원 주고 팁 붙여놓고 달랑 차비만 들고 나와서
난 학생에 백수니까 직장 다니는 니들이 사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로 혼자 파르페를 시켜먹다 남기는 애들.
돈 잘 버는 회사 다니는 친구가 무조건 쏴야 한다는 친구라는 이름의 거지떼들.
남자 중에서 특히 후자의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원 뜻은 무시하고 신조어 하나 잡으면 그걸 끝까지 여기저기 써먹는 미디어에
의해서 정말 많은 변형을 거쳐왔다.
[나이트클럽 '된장녀에 몸살'] 나이트에서 미모로 순진한 술 취한 남자들에게 2차의 기대를 심어줘 놓고 술값이며 2차 회식비까지 다 씌우고 안주고 도망가는 여자들을 지탄한 기사
[된장녀 등친 ''여대생 된장녀'] 그 유명한 인터넷 직거래장터 사기꾼 김모양사건. 명품을 싸게 판다는 허위광고로 거액을 챙겨 인터넷 공개수배로 결국 경찰에 잡혔 다.
[정신차린 된장녀는 이쁘다] 환커의 나상실이 정신차린 된장녀라고 한 다.
나이트 클럽서 술값 씌우고 가버리는 여자들은 그전부터 있었던 부류지 기사에서
말한대로‘스타벅스 커피를 든 채 캠퍼스를 누비다 요즘 들어 나이트클럽에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는’ 새로 나타난 인종이 아니다.
그리고 명품가방을 싸게 사보려다 사기당한 여자들은 사기당해도 싼 된장녀인가?
또, 사기꾼은 사기꾼이지 사기친 돈으로 명품가방 샀다고 사기꾼도 된장녀인가?
결정적으로!! 환상의 커플 나상실은 어마어마한 자기 재산이 있는 여자라
자기 능력에 맞게 사는 여자라 분수에 안맞는 명품소비를 하는 된장녀가 아니다.
더구나 남편이 여자재산에 기대사는 시추에이션이었는데 왠 된장녀란 말인가?
훈.남
사실 이 말은 여자들이 카페등에서 잘생긴 모델이나 남자 연예인 혹은 얼짱남 사진을
보며 [훈남]이라고 칭한지 꽤나 오래 된 걸로 아는데 요즘 부쩍 난리다.
보통 기럭지 훈훈 얼굴 훈훈 이런식으로 멋진 남자들 사진에 리플이 달리기
시작하며 멋진 훈남이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하던 그 단어가 난데없이
훈남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기사하나가 사뭇 진지하게 나간 후로
온라인 사전에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남자를 일컫는 말]로 정의까지 내려놓고
방송에서도 그렇게들 말한다.
그리고 지식인에는 자기 사진에 댓글로 훈남이라 하는데 제가 그렇게 못생겼냐 묻는다. 아 니다… 정말 아니다.
훈남은 강동원 조인성처럼 보기만 해도 안구가 훈훈해지는 잘생긴 남자보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무슨소리인가!
하지만 언론에서 다행스럽게도 훈남의 대표적인 모델로 유재석과 박지성을
예로 들어주던 초기에는 훈남이란 말은 미남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뭐 처음 의도와는 달라도 크게 틀린말은 아니라 모두들 흐뭇하게 웃었으나!!!
아주 영향력 크신 신문에서 영향력 크신 분께서 그 [훈남]이란 말을 사용하셔
모두를 놀라게 했으니..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의 별명이 신세대들 사이에서 ‘훈남’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홍보성기사를 여기저기 찔러두셨는데 그 이후로 '훈남'이란 '못생겼지만 마음이
따뜻한' 으로 완벽하게 굳히기 한 판을 들어가셨다.
여자들이 보기에 좋았더라 칭찬해주는 진짜 ‘훈남’들이여
누나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훈남은 칭찬이야. 욕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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