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피해, 자발적 동의인가 기망에 의한 강요인가
[탁지일 교수의 이단 제대로 보기] <9>
2026. 6. 3. 03:09
베이지색 바지 차림의 야마가미 데쓰야가 2022년 7월 일본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저격한 뒤 달아나려다 경호원들에게 붙잡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통일교의 위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살해 사건으로 본격화했다. 2022년 7월 8일 거리에서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는데, 범인은 40대 중반의 야마가미 데쓰야였다. 야마가미의 범행 동기는 통일교에 대한 원한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통일교 활동과 과도한 헌금으로 인해 불우한 성장 과정을 보냈고 그의 가정은 파탄이 이르렀다. 통일교에 복수할 생각을 품고 있었던 야마가미는 통일교 행사에서 연설하는 아베 전 총리를 보고 가족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사제 총을 만들어 범행을 감행했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3년 반의 시간이 흘러 지난 1월 21일 일본 나라지방재판소는 야마가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야마가미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소중한 인명을 해쳤다는 점에서는 가해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야마가미는 분명히 종교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1심 재판이 이례적으로 오래 걸린 이유도 야마가미에 대한 일본 사회의 고민과 동정 여론이 영향을 준 듯하다. 이단 문제 특성상 사건이 발생하면 온통 피해자뿐이다. 가해자와 원인 제공자인 이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만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해자는 변명하며 숨기에 급급하다. 통일교 역시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사죄보다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무고함을 항변하는 일에 급급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정치권 유착으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사과보다 통일교 총재 한학자의 안위와 책임 전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부인가 편취인가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통일교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한 자금의 출처는 가정불화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남편의 사망 보험금 5억여원과 유산 4억여원 등 1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통일교 물품 구매로 인해 결국 가정은 2002년 공식 파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파산 후에도 어머니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통일교에 바쳤으며 이로 인해 생활고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학업마저 중단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가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간 범죄적 편취였다.
통일교 물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이러한 행위를 소위 영감상법(靈感商法)이라고 한다. 생활고 불운 불행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심각한 공포감 불안감 위기감을 조장한 후 저가의 통일교 물품을 고가에 구매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강요하는 종교적 사기판매 행위다.
일본 법원은 이를 조직적이고 악질적인 불법행위이며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족에게도 악영향을 미친 “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히 공공의 복지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로 판단했다. 자발적인 종교 행위가 아니라 기망에 의한 강요였다. 결국 지난 3월 4일 통일교 일본 법인의 해산이 확정돼 현재 자산 동결과 피해자 배상을 위한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자발적인가 강요인가
야마가미 가정과 유사한 이단 피해 사례들이 적지 않다. 분명히 강요된 편취인데 자발적인 헌금이라고 가해자는 주장한다. 노동력과 성을 착취한 종교 범죄인데 가해자는 자발적인 헌신이라고 주장한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헌금과 헌신의 모양새인데, 실제로는 강요에 의한 편취와 착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정법으로 피해자가 보호받고 배상받기는 힘들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절도 강도 폭행 사건과는 다르다. 가스라이팅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 범죄의 경우 실정법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해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교적 확신범에 의한 범죄는 정상참작이 필요한 우발범죄가 아니라 가중처벌이 필요한 확신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종교 자유인가 심리적 지배인가
사이비종교를 믿을 신앙의 자유가 있고 믿도록 교리를 설파하고 교육할 종교의 자유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법익(法益)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만 종교의 자유는 유효하다. 교주의 심리적 지배로 인한 강요죄(형법 제324조) 기망으로 재산을 편취한 사기죄(제347조) 위계에 의한 성범죄(제299조) 등에 대한 적극적인 법리 적용과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사이비종교 교주에 의한 성범죄, 재산 편취, 감금과 폭행 등의 위계와 기망에 의한 범죄를 처벌 대상을 적시하는 판례와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사이비·이단의 피해는 이제 우리 사회의 드문 일탈이 아니라 만연한 일상이 됐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603030952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