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같은 MM, 또는 MC 카트리지이고 바늘의 형상이 같다고 하더라도 캔틸레버와 댐핑 서스펜션의 특성에 따라 카트리지의 특성은 많이 바뀌게 된다. 보통 이 성질은 운동에 대한 순응도(Compliance)로 규정되는데, 스피커 유닛의 에지나 톤암에서도 사용되는 용어다. 카트리지에서 순응도라는 것은 바늘 끝이 소릿골을 따라갈 때, 캔틸레버가 얼마나 원활하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으로 바늘에 힘을 가해졌을 때 바늘이 상하 좌우로 밀리는 길이로 정의된다. 즉 어떤 카트리지가 15mm/N의 순응도를 갖고 있다면 1N을 가했을 때 바늘이 15mm 이동하는 것이다. 1N의 힘은 바늘 끝에 걸리는 힘으로는 무척 큰 값이므로, 힘의 단위로 작은 것을 쓰는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15mm/N은 15μm/mN과 같고 15×10-6mm/dyne과도 같은 값이다. 보통 순응도는 숫자 하나만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하이엔드 카트리지의 경우에는 상하 운동의 순응도와 좌우 운동의 순응도를 구분해서 표기해놓은 것도 적지 않다.
요즘 카트리지들은 고순응도(하이 컴플라이언스) 형이 유행이라고 할 수 있어서, 시중의 제품들을 보면 대개 15mm/N을 넘고 큰 것은 20~30mm/N에 달하는 것도 많다. 이런 카트리지들의 캔틸레버는 무척 가는 것이 대부분으로 아주 예민한 특성을 갖게 된다. 한편 예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오르토폰 SPU 시리즈는 순응도가 10mm/N이 채 되지 않고, MC형 카트리지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데논 DL103의 순응도는 5mm/N으로 매우 낮은 값을 갖는다(이런 카트리지들은 보기에도 캔틸레버가 굵고 튼튼해보인다).
얼핏 생각하면 순응도가 높은 제품이 소릿골을 잘 따라갈 것이므로 음질 향상에 유리한 것 같지만, 음반의 소릿골을 쫓아 가는 것은 단지 바늘과 캔틸레버 뿐이 아니라 톤암도 마찬가지 일을 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톤암과의 관계를 따져보아야만 한다. 예컨데 오르토폰의 RM309 같이 묵직한 롱암에 하이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소릿골에서 캔틸레버와 스타일러스가 유난히 많이 떨리고 동작이 불안정해질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구형 톤암 또는 현대 톤암 중에서도 묵직한(실효질량이 큰) 톤암에는 컴플라이언스가 낮은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저순응도(로우 컴플라이언스) 카트리지는 내구성이 좋다고 말할 수 있고 소리가 차분한 성질을 가지며 음반의 수명에 있어서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바, 단순히 순응도의 수치로만 카트리지를 선택하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