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비교했을 때 오늘은 비교적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감기 기운이 다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더 여유있게 다닐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9시 20분,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일자리를 하고 계시는 마을 어르신들.
지나가며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필요한게 없으신지 손만 흔드십니다. 마을 곳곳에는 언제 하셨는지, 목수국들이 모두 정리 되어 있었습니다. 비가 오고 새소리만 들리는 이곳. 한쪽에서는 도라지 심는다고 도라지 텃밭 정리하십니다. 곳곳에 어르신들 안부인사 드리고 옆마을로 나서봅니다.
9시 35분,
오늘도 옷을 잘 차려입으시는 어르신. 무엇인가 했는데 어르신께서 마당에서 볼일을 보고 계셨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우셨습니다.
집안에까지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셨는지...
어디가시는지 여쭤보니 최근에 무릎 주사를 맞으러 다닌다고 하십니다. 보통 무릎 관절 주사는 비급여로 한 대 맞을 때마다 비용이 몇만원 나옵니다. 어르신께서 무릎이 더 안좋아졌던것인지, 더 자주가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어르신과 적극적으로 함께 걸어주고 계시는 어르신이 옆집에 계시니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옆집 어르신은 공병 15개를 갖고오시더니 과자로 바꿔가십니다.
"깡깡한거 하나 줘~"
9시 50분,
오늘도 나오실려나 기다려봤지만 나오시지 않았습니다. 매주 요청하셨지만, 이럴 때도 있습니다. 안살 때도 있는법이지요. 집에 아내나 한 줄 갖다 줘야겠다 싶습니다.
10시,
토방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 보자마자 올라가니 커피 타놓으셨습니다. 종이컵 한 가득 차있는 커피. 이번주가 시제라 살 것이 많다고 하십니다.
"내가 장에가서도 사지만, 여기서 살려고 하나도 안 샀어~" 하시며, 자식들 올 떄 먹을 것 챙기십니다. 술 한 박스, 식용유, 계란 등... 술 갖고 들어가니 저온 저장고에 엄청 큰 붕어 두마리가 있었습니다. 지난번에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잡으셨나봅니다. 작은 붕어들은 주변 동네분들 나눠주고, 큰 것들은 자식들오면 먹는다고 따로 냅뒀다합니다. 크기로 알 수 있는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가려고 하니 안쪽에서 두유 두개 또 꺼내주십니다. 손주 같이 챙겨주시는 어르신의 맘 늘 고맙습니다.
10시 20분,
어르신들이 삽질을 하고 계십니다.
"아따, 신청해서 수로 공사를 했는데, 개 떡같이 해놔서 아주 고생이고만" 하십니다.
늘 물길이 흐러던 곳이라 물이 고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동네분들 다 같이 나오셔서 다시 삽질하고 계십니다. 그러시곤, 어르신꼐선 술 2박스만 갖다 놓으라고 하십니다. 일 마치고, 동네 분들하고 한 잔 하시려나 싶습니다.
"울 집은 딴 건 몰라도 술만 팔아줘서 어쩐대~~" 하십니다.
술만 팔아주면 어떻게 안팔아주면 또 어떻습니까~ 술이라도 팔아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공사 마무리 잘 하고, 잘 정리되길 바랬습니다.
10시 30분,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지난주에 못뵀는데, 오늘은 나와계셨습니다. 어르신도 필요한 물건을 사시려고 했는데, 돈이 모지랐습니다. 다음번에 받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당신 마실 술 있소?" 하시는 어머님
"아~ 자기가 마실 술은 자기가 챙겨 놔야지~ 내가 또 주문해~~" 하시면서 한 소리 하십니다.
그러면서 챙겨주는게 고마우신 어르신. 외상도 하지말고 모두 다 결제하라는 어머님의 말씀 덕분에 기분좋게 물건 다 갈고 가십니다.
10시 50분,
3주만에 봰 어르신. 몸이 안좋아 영광읍을 자주 나가다보니 이곳까지 복귀하는 시간이 점빵차 오는 시간과 겹쳐서 잘 만나지 못한다는 어르신.
오늘은 안나가셨나봅니다.
"접때, 회관에 팔았던 된장 있어? 거 맛나더만"
어르신은 기존에 있던 된장은 자꾸 거멓게 된다며, 새로운 된장을 사야한다고 하시며 제일 큰거 하나 사갖고 가십니다.
급 전화가 와서 어르신하고 이야기를 더 못나누던 찰나, 어여 가보라며 손짓하고 홀연히 사라지십니다.
11시 10분,
지난번 짐볼 주문해달라고 하셨던 짐볼 갖고 왔습니다. 폰뱅킹 주문이 어려워 제게 바로 주문 요청하신 어르신들. 짐볼 바로 꺼내서 바람 넣고 시연해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보시곤
"이게 그렇게 하는겨~?" 하십니다. 곧 있다 오신 더 젊은 어머님. 짐볼의 효과를 한창 이야기하십니다. 그러곤 한 어머님은
"내가 지난번 부족한 돈 다 줬으니, 이돈 받으면 돈 딱 맞네~" 하십니다.
어르신들하고는 짐볼난타를 해보자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그게 뭔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저 두들기고 흔드는 일이라는 이야기에
"뭐 해보면 되지~ 재미나겠지~" 하십니다. 다음주에 강사님과 의논해서 최종 시간 확정 후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1시 40분,
하우스 옆에서 쪼로록 나오시는 어르신들. 왠일로 옆 마을의 어르신까지 계십니다. 어르신들도 시제 맞춰 물품 주문하시려나 싶었습니다. 들고 가는 일이 버거울수 있고, 하우스에서 일하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제가 지나가는 길에 놓고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은 좋아라 하십니다. 자주 만나는 어르신들의 집은 왠만하면 다 외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점빵차에 결제만하고 집으로 바로 배달을 시키시곤 합니다.
아까받은 두유 2개, 어르신들 2분에게 쥐어드립니다. 별거 아니지만, 어르신들 좋아라 하십니다.
"아이구, 어찌 이런걸 다 준대~"
같이 걸으면서 마시는 어르신들. 제게 나눠준 어르신 덕분에, 저도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3시 30분,
저 멀리서 어르신께서 걸어오십니다. 처음 만나는 어르신이었습니다.
"아니 어찌 여기서 온당가? 그럴줄 알았으면 기다릴텐데"
몇개월전에 이야기였던것이었을까요? 다리가 불편해서 운동삼아 걷고 있었다는 어르신. 자세히 보니 안짱다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들고 가는 것도 힘들어서 집에까지 갖고 와달라는 어르신. 그냥 봤을 땐 젊어보여서 이런 도움까진 필요없으실 것 같았는데, 그렇진 않으신가봅니다. 집에가서보니 난을 아주 잘 키우고 계셨습니다. 꽃 피우기 어렵다던 그 난들을 꽃대 올라는 것만 5개 화분. 족히 20년은 길렀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난에 대한 애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13시 50분,
회관에 자전거가 있어서 계신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계셨습니다. 그렇게 갈려던 찰나 앞집에서 오십니다.
"혹시 저기 왕촌에 그 활동가 선생님 아나? " 하시며,
매실캔 2개, 마카로니 1개, 과자 하나 등 을 담으며 배달 좀 해달라고 하십니다.
"그 언니 거기서 활동하면서 먹으라고 간식좀 보낼려고~" 하십니다.
점빵차가 있으니 배달이 참 쉽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쉽구나 싶습니다.
14시 30분,
"오늘은 그냥 가야겠는데~"
손님이 비가 와서 그런지 얼마 없으셨나봅니다. 여사장님은 나오셔서 반찬거리, 주전부리 할 거리 고르십니다.
그래도 빈병 있는지 확인해보고 소주 80개 챙겨옵니다. 늘 박스에 정리해주시는 사장님입니다. 고르신 물건도 빈병으로 결제 합니다. 빈병 덕분에 여사장님은 공짜로 물건 갖고 가십니다.
다음주에는 손님이 더 많이와서 많은 술을 팔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4시 45분,
어쩐일로 오늘 회관에 계시는 어르신. 항상 밖에 나오는걸 싫어하시고 집에만 계셨는데, 오늘은 회관에서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지난주 두유도 그냥 놓고 왔는데, 오늘도 놓고 올까여 여쭤보니 그러라고 하시는 어르신.
물건 값은 못받았지만, 회관에서 같이 함께 계신 모습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주에 어찌 가셨는지 한 번 여쭤봐야겠습니다.
15시,
"동광썜, 혹시 거기 지나갔어요~? 어르신이 꼭 사고 싶은게 있다고 하시던데~"
아직 안지나가던 찰나, 우리 이 마을에 살고 계시는 이모님이 점빵 이용을 잘해주십니다. 옆집에 계신 어르신도 필요하신 물건 다 사주십니다.
외상이 늘고 있지만, 어르신께선 "읍내 못나가서 돈을 못뽑아와서 그러니, 아얘 써주게! 내가 다음엔 꼭 줄께" 하십니다.
어르신께선 이모님이 사시는 물건 보시곤
"뭐 한당가?" 여쭈니,
"명이나물 담그려구요~" 하십니다.
"그게 뭐당가?" 하는 말씀에
고기 싸먹기에 아주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이모님은 집에 있던 나물 한움쿰을 어르신께 주십니다. 갖고가서 드시라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어르신 살펴주시니 감사합니다. 어르신께서는 흐뭇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15시 10분,
아까 배달 요청 받은 물건을 드렸습니다. 활동가 선생님은 "아~! 거기~" 하시며 좋아라하십니다.
그러곤 어르신께서 미리 요청하신 흑설탕 3kg 2개 갖고옵니다. 며느리가 내려와서 매실 따서 매실담근다고 하는데, 우리 어르신은 활동가 선생님에게 맡기려나봅니다. 활동가 선생님도 웃으며 "결국 내가 해야지 뭐~ 하하하~" 하십니다. 매실 만드는것을 맡겨도 되실텐데, 양 보시고는 적으신지 하나 더 달라고 하십니다. 무엇을 해도 어르신이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셔야 마음이 놓이신가봅니다.
15시 15분,
회관에서 필요한 것들이 많으신가봅니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부식비 카드로 안되는 품목들도 이야기해주십니다. 회관에 쓰는 카드는 부식비, 운영비, 난방비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어르신들은 보통 운영비로 커피를 많이 사시곤합니다. 하지만, 운영비가 부족할 경우 부식비로 요청을 할 때도 간혹 있지만 지침상 되지 않기에 바르게 지출 하실 수 있도록 안내해드립니다. 마을에 공금이다보니 돈 하나 쓰는 것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합니다. 잘못하면 오해를 사게되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15시 30분,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다고 하셨던 마을, 결국 다시 쓰시나봅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요. 수저는 반드시 삶아서 써야한고, 그릇도 반찬별로 놔야하고, 밥 그릇도 필요하고... 이 모든것에 대한 뒷정리를 누가 하느냐에이지만, 결국 이 뒷정리가 너무 힘들어하다보니 어르신들은 일회용품쓰는 것으로 결정하셨구나 싶습니다. 더 이상 뭐라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어르신들 나름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결정한 일이니 말이지요. 밥 해먹는 일도 정리하는 일도 결국 모두 다 일이기에, 누군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합니다. 어찌보면 이렇게라도 운영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곳곳에 벚꽃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빈집에도 꽃은 피고 있습니다.
사람이 있던 없던 그곳에 생명은 자랍니다.
도시 같았으면 벚나무 아래에서 커피 한 잔 하거나, 벚꽃 사진찍기 바쁘겠지만,
이곳은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꽃에 불과합니다.
피면 피었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르신들과 함꼐 드라이브 다녀오면서,
꽃구경해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누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기에,
이런 것도 덤덤하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언젠간 어르신들과 함께 벚꽃드라이브를 다녀올 날도 와보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