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7
비가 자주 옵니다. 봄농사에 딱 좋을 만큼 옵니다. 봄비는 봄농사에 보약이라고 합니다. 파종을 하고 밭에 물을 주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해서 농부들에게 봄비는 반가운 손님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 손님을 그림으로 반기기로 했습니다. "비오는 함양 온배움터"를 그림으로 그리는 깜짝 사생대회를 열었습니다. 관건은 오늘의 날씨를 잘표현하는 것입니다.
비가 와서 밖으로 나가지 못해 실내에서 창밖 풍경을 주로 그렸습니다.
준비물은 평소 쓰던 일기장과 연필 한자루, 그리고 색연필 몇자루가 고작이지만, 아이들은 주어진 한시간 반동안 충실히 그림에 집중하고, 그만큼 멋진 결과물들을 쏟아냈습니다.
아이들이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면서 천진하게 집중하는 모습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내가 배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나에게 스승일 때가 참 많습니다.(물론 힘들게 할때도 있지만, 그때도 마음공부 시켜주는 스승이라고 여기려고 노력합니다.ㅎ)
함양 온배움터에 오면 의미있는 가치를 삶속에서 추구하고 또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납니다.
이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선생님 한분을 더 만나게 되었습니다. 김창수선생님입니다.
들살이 첫날, 짐을 가득싣고 학교차로 온배움터에 아이들보다 한발 먼저 도착했던 저는, 주방과 식당 근처로 진입할수 있는 좋은 길을 찾지 못해 한참 서성이다가 그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분은 저의 어려움을 들으시고 바로 차에 올라타시더니 제가 바라던 바로 그런길로 차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그분이 대안교육에 몸과 마음을 담아오신 선생님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되었습니다.
그런 사실못지않게 제 마음에 감동을 주는것은 그 선생님의 사람에 대한 소탈하고 정성가득한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아이들에게 늘 웃는 낯으로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아이들 이름을 외워서 만나면 반갑게 불러주십니다.
몇몇 아이들은 백발의 선생님을 "창수쌤"이라고 부르며 온배움터 본관 입구에 있는 온다방에서 선생님과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교사의 도움요청에도 언제나 웃으며 응해주십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생명의 가치와 존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강의도 해주셨습니다.
정현종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에,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때문이라고 노래합니다.
김창수선생님을 뵐때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선생님께도 우리아이들이 분명 그런 존재로 여겨질거라고 느껴집니다.
사람과 사람이 맺을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관계, 그런것을 경험하는 일은 참 귀하고 멋진일인것 같습니다.
김창수선생님은 이곳 온배움터에 연구소를 열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와 더불어 온배움터가 더 많이 활성화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런 선생님의 바램이 멋지게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s. 목요일 점심때 아몽이 선민 혜민과 함께 다녀갔습니다. 함께 점심먹고 놀았습니다.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와~ 아몽 완전 반가운 얼굴입다^^
선민이 혜민이도 몰락보게 훌쩍 컸어요.
초등애들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