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의 시인들(2) - 鄭夢周 정몽주 (상)
1. 어머니와 아들의 노래
가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가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좋아 씻은 몸을 더러힐 까 하노라
정몽주의 어머니
湯浴 탕욕
雨行泥汚遍 우행니오편 비내려 모두가 진흙탕 세상인데
熱走汗霑頻 열주한점빈 신나게 돌아다녀 땀에 자주젖는다
沂浴思春暮 기욕사춘모 기수에 목욕하고 저문 봄을 그리며
湯銘誦日新 탕명송일신 탕명의 ’나날이 새롭다’를 암송한다
氤氳喜有水 인온희유수 성한 기운 기쁘게도 물에 있어
淸淨洗無塵 청정세무진 흙먼지 씻어내니 티끌 하나 없도다
頓覺精神爽 돈각정신상 문득 정신이 맑아짐을 깨닫고
臨風更網巾 임풍경망건 바람을 맞으며 망건을 고쳐본다
湯銘 : 湯之盤銘(탕지반명) –殷(商) 나라 湯王이 쓰던 쟁반에 새긴 글
그 어머니에 그 아들임을 우리는 위의 두 시를 통하여 간단히 깨닫는다.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히지 말라고 아들에게 당부한 그 어머니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아들 포은 정몽주는 진흙탕 세상을 걸은 후에는 깨끗이 목욕한
몸으로 정신을 맑게 가다듬어 옳은 길로 걸어가고자 노력했음을 더듬어 볼 수 있다.
구약 성경 잠언 맨 끝장인 31장에는 르무엘왕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훈계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잠언 31장 3절 – 9절 )
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며 왕들을 멸망시키는 일을 행치 말지어다
르무엘아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고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며
독주를 찾는 것이 주권자에게 마땅치 않도다
술을 마시다가 법을 잊어버리고 모든 간곤한 백성에게 공의를 굽게 할까 두려우니라
독주는 죽게 된 자에게 포도주는 마음에 근심하는 자에게 줄지어다
그는 마시고 그 빈궁한 것을 잊어버리겠고 다시 그 고통을 기억지 아니하리라
너는 벙어리와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간곤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정몽주의 어머니나 르무엘왕의 어머니나 모두 아들이 깨끗하고 바른 삶을 살아가도록
간절한 기원을 담아서 훈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몽주는 그 어머니의 가르침을 좇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충의의 길을
걸어갔다.
르무엘이라는 이름은 "하나님께 헌신한 자" 또는 "하나님께 속한 자"라는 뜻이라고
하며 , 잠언 30장에 나오는 아굴처럼 북아라비아에 있던 마사(Massa)의 한 왕이
아닌가 추정한다. 르무엘왕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여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어머니의
교훈을 귀하게 여겨 얼마나 즐겨 지킬려고 했으면 성경의 잠언 마지막 장에 실리게
되었을까 살펴볼 수 있다.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분쟁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까닭 없는 창상이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뉘게 있느뇨?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혼합한
술을 구하러 다니는 자에게 있느니라.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
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이것이 마침내 뱀 같이 물 것이요 독사 같이 쏠
것이며, 또 네 눈에는 괴이한 것이 보일 것이요 네 마음은 망령된 것을 발할 것이며,
너는 바다 가운데 누운 자 같을 것이요 돛대 위에 누운 자 같을 것이며, 네가 스스로
말하기를 사람이 나를 때려도 나는 아프지 아니하고 나를 상하게 하여도 내게 감각이
없도다. 내가 언제나 깰까 다시 술을 찾겠다 하리라 (잠언 23 :19~35)
아마도 르무엘왕의 어머니는 이 잠언 23장에서 포도주나 독주의 폐해를 잘 알고
그것이 아들의 政事정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깨우쳐 주기 위하여 어머니의
간절한 애정을 담아 이런 교훈을 주었고 이 교훈을 깊이 마음 판에 새기고 왕위에
오른 아들이 그 어머니의 교훈을 너무나 귀하게 생각하여 온 대조 백관과 백성들이
같이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언서에 기록되게 하였다고 짐작해 본다.
2. 정몽주의 서정 시
春(춘) 봄
春雨細不滴 춘우세불적 봄 비 가늘어 방울 없더니
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 밤 되자 빗소리 귀에 들리네.
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 눈 녹아 시냇물 불어날 테고
草芽多少生 초아다소생 파릇파릇 풀 싹도 돋아날 거야.
감상
春 雨 細 不 滴 터니
봄비 가늘어 방울짓지 않더니,
기구
起句는 시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구이다. 시각적인 묘사를 하고 있으나 두드러지는 표현
으로 볼 수는 없다. 소재로써 봄비가 선택되어 있으며 가늘다는 표현 다음에 다시 물방울이
짓지 않는다(처마 끝에 낙수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표현이 등장하여 아주 가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夜 中 微 有 聲 이라.
밤중에 가늘게 소리가 있네.
승구
承句는 기구의 詩想을 이어받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어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細와 微는 서로 가늘고 미세하다는 뜻으로 공통점이 있다.
이 구는 청각적 감각이 두드러지게 이용되고 있는데 주위가 굉장히 고요해 낙숫물조차
맺히지 못하는 보슬비의 소리가 들린다고 뻥을 치면서 아주 고요한 밤을 묘사하고 있다.
雪 盡 南 溪 漲 하니,
눈 녹아 남쪽 개울이 불어나니
전구
轉句는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구이다. 전환이 없으면 한시는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한다. 변환은 곧 雪盡이다. 시상을 이어 받고자 한다면 降雨라고 썼을 것이다. 소재의
전환은 구체적으로는 개울의 불어남이 봄비 때문이 아닌 눈이 녹아 내리기 때문이며,
동장군이 아직 물러가지 않았지만 서서히 봄이 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漲도 윗구의 細와
微와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는 시어이다. 시의 흐름을 바꾸어주는 시어이다.
草芽 多 少 生 고.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
결구
結句는 시상의 맺음을 의미한다. 풀싹이 의미하는 상징은 곧 봄(春)이다. 결국 해석의
궁극적 의미는 봄이 얼마나 우리 곁에 다가왔을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주제는 작가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다. 부분은 작자의 상상력이 동원된 구이다.
풀싹은 눈으로 보고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녹고 있음을 보고서 자연히 봄이
돌아와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작자가 유추한 것이다. 이 봄의 모습이
봄비에 의해 촉촉하게 젖고 싱그러운 것임에는 틀림 없다.
飮酒 음주 술을 마시다
客路春風發興狂 객로춘풍발흥광 나그네 길 봄 바람에 미친듯이 흥이나서
每逢佳處卽傾觴 매봉가처즉경상 아름다운 곳 만날 때마다 술잔을 기울였네
還家莫怪黃金盡 환가막괴황금진 집에 돌아와서 돈 다 썼다 후회말라
剩得新詩滿錦襄 잉득신시만금양 새로지은 시가 비단 주머니에 가득하나니
吟詩 음시 시를 읊는다는 것
終朝高詠又微吟 종조고영우미음 아침이 다하도록 읊다가 또 음미해 보노라니
若似披沙欲練金 약사피사욕련금 모래 속 파혜쳐 금싸라기 찾으려는 것 같다오
莫怪作詩成太瘦 막괴작시성태수 시 짓느라 말라버린 일 괴상타 여기지 마소
只緣佳句每難尋 지연가구매난심 오로지 좋은 싯귀란 어렵게 찾아지는 것이라오
위의 시를 읽다 보면 우리 같은 범인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호방함과 낭만적인
기개와 아름다운 시를 찾는 뜨거운 열정을 얼마나 포은이 지니고 있었는지 또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3. 정몽주의 애국시
1) 봉사일본(奉使日本)
水國春光動 수국춘광동 섬나라에 봄빛 흐드러졌구나,
天涯客未行 천애객미행 하늘 끝(떠도는) 나그네는 아직 (고향에) 가지 못하네.
草連千里綠 초련천리록 풀은 끝없이 푸른데
月共兩鄕明 월공양향명 달빛은 두 나라를 밝게 비치네.
遊說黃金盡 유세황금진 유세하다 보니 돈은 떨어지고,
思歸白髮生 사귀백발생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희어졌네.
男兒四方志 남아사방지 사나이의 큰 뜻이
不獨爲功名 부독위공명 오직 이름만 남기기 위한 것은 아니네.
정몽주가 사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있을 때, 고국을 그리는 심정을 쓴 것임
형식 : 오언율시
시간적 배경 : 봄
운자 : 행, 명, 생, 명
주제 : 고국을 그리워함
수국, 천애 : 일본
양향 : 우리나라와 일본
유세 : 다른 나라의 군주를 방문하여 자국의 국정에 유리하도록 설득하는 일
2) 萬景臺 만경대 만경대에 올라
千仞岡頭石逕3)橫 (천인강두석경횡) 천길된 바윗머리 돌길로 돌고 돌아
登臨使我不勝情 (등림사아불승정) 홀로 다다르니 가슴 메는 시름이어
靑山隱約夫餘國4) (청산은약부여국) 청산에 깊이 잠겨 맹세턴 부여국은
黃葉繽紛5)百濟城 (황엽빈분백제성) 누른잎이 휘휘 날려 백제성에 쌓였네
九月高風愁客子 (구월고풍수객자) 9월 바람은 높아 나그네 시름깊고
百年豪氣誤書生 (십년호기어서생) 백년의 호탕한 기상 서생은 그르쳤네
天涯日沒6)浮雲合 (천애일몰부운합) 하늘가 해는 기울고 뜬구름 마주치는데
矯無由望玉京7) (교수무유망옥경) 열없이 고개돌려 옥경만 바라보네
남고산은 천경대,만경대,억경대등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 데 그 중 중앙의 만경대
남쪽 벼랑 바위에는 이성계와 함께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성계가 고향인
全州 梧木臺에서 승전 자축연회를 베풀면서 야심을 유방(劉邦)의 대풍가(大風歌)를
읊으며 얘기하자1) 혼자 만경대에 올라 쇠퇴해 가는 왕조의 한(恨)을 읋었다는
鄭夢周의 시(詩)가 새겨져 있다.
이 우국시가 만경대에 각자(刻字)한 시기는 전라도 관찰사 권적(1675-1755)이
임술년인 1742년에 새긴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전라도 관찰사를 두 번했던
李書九가 포은시를 차운(次韻)한 시(1820년)가 적혀 있다.2)
주해:
1) 대풍가는 한고조 유방이 경포의 반란을 진압하고 구환하면서 ㅗ중에 고향 沛패현
豊풍읍에 들러 연회를 베풀면서 지은 노래로
大風起兮雲飛揚 대풍기혜운비양 큰바람이 부니 구름이 높이 날아가네
威加海內兮歸故鄕 위가해내혜위고향 위엄이 세상에 떨치니 고향에 돌아왔네
安得猛士兮守四方 안득맹사혜수사방 어찌 용맹한 장수를 얻어 사방을 지키지 않을소냐
출처 : 史記 <高祖本紀>와 文選에 수록
2) 우국시의 刻字각자에 관하여는 전주문화원 후암선생의 고견에 따름
3) 김정석의 지적은 經-徑이나 후암선생 의견에 따라 逕으로 함
4) 부여국은 고구려를 지칭한 것으로 추측
5) 繽紛빈분은 꽃이 어지럽게 떨어지는 모양을 말하나 여기서는 휘휘 날리다로 풀이함
6) 김정석의 풀이는 沒-暮이나 고치지 아니함
7) 玉京은 옥황상제가 산다는 가상적인 서울이나 여기서는 개경을 뜻함으로 봄
참고문헌 : 송영상편 “우리고장 전주 – 전주문화원 총서
자료출처-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4656&logId=2706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