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맛!]식탁 위 내려앉은 눈…순백의 두부, 힘찬 새 출발!
인생에는 수많은 설렘의 순간이 있다. 겨울철 눈도 그 사소한 설렘 중 하나다.
몽글몽글 순백의 두부 요리로 겨울 식탁에 하얀 눈을 내려보는 건 어떨까.
흰 도화지처럼 시작과 어울리는 두부를 먹고 희망찬 새해를 열어보자.
글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백년가게’ 손두붓집의 심장, 무쇠 가마솥
겨울 김장이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 국민 반찬 대표주자로 꼽히는 두부 맛집을 찾아 양산 신기동으로 향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된 ‘초가손두부’ 김상연(44) 대표가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두부 제조실로 이끈다.
안개처럼 뽀얀 김이 온몸을 감싸는 그곳은 구수한 콩물 냄새로 가득하다. 손두붓집의 심장, 무쇠 가마솥이 뿜어내는 남다른 아우라다. 그 중심에 김 대표의 아버지 김승철(75) 어르신이 있다. “데워진 콩물에 간수를 쳐서 덩어리지면 순두부, 판에 넣어 굳히면 두부가 됩니다. 간수 농도나 양에 따라 두부 맛이 달라집니다.” 30여 년 매일같이 손두부를 제조하고 있는 어르신의 불 조절과 간수 비법은 영업비밀이란다.
물러도 속 깊은 국민 먹거리 완성
드디어 가마솥 뚜껑이 열리고 하얀 콩물이 자태를 드러낸다. 김 씨 어르신이 노련한 손놀림으로 간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저어준다.
어느새 몽글몽글 엉겨 붙어 친밀해진 콩물. 가마솥 가득 뭉게구름이 뒤덮은 듯, 새하얀 눈밭이 펼쳐진 듯 순두부가 완성됐다. 이것을 베 보자기 깐 나무틀에 옮겨 담고 눌러놓아 촘촘하게 밀도를 높인다. 잠시 뒤 보자기를 걷어내자 몽글거리던 콩물은 온데간데없고 탱글탱글한 두부가 나타났다. 순백의 도화지 같은 깨끗함을 자랑하는 두부를 어르신이 오와 열을 맞춰 20모로 잘라낸다. 하루 평균 약 30kg 콩이 들어간다고 한다. 식물성 단백질, 낮은 열량, 높은 포만감, 부담 없는 가격, 간편한 조리 등 누구나 즐기는 속 깊은 국민 먹거리가 완성됐다.
순백 두부의 다양한 변신, 일상 속 소확행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리는 손두부 맛이 기대된다. 소박한 모두부가 젓가락을 끌어당긴다.
시중의 포장두부와 차별화된 깊고 담백한 풍미가 부슬부슬한 식감과 어우러진다. 무르익은 김치와 곁들이면 찰떡궁합이다. 부드러움과 자극적이지 않은 칼칼함을 내세운 순두부찌개는 대표 메뉴 중 하나다.
콩을 갈아낸 비지를 빡빡하게 끓인 거친 식감의 콩비지 찌개도 별미다. 비지를 섞은 반죽과 피자 닮은 파전에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음식에서 느끼는 행복, 이것 또한 일상의 ‘소확행’이 아닐까?
김 대표는 “매일 손두부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죠. 육류를 최소화하고 곡물가루를 활용한 비법 양념으로 조리해요. 그 맛을 알고 찾는 손님이 있으니 계속해야죠”라고 말한다.
내적 에너지 결집, 채우고 성장해 가는 한 해
튀지 않는 매력으로 다른 요리와 어울려 겸손하게 품어주는 두부의 맛. 손님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할머니가 해주던 두부 맛이 떠올라서 뭉클했어요. 두부처럼 하얗고 깨끗하게 새해를 맞이하려고요.” 박지현(44·울산) 씨의 정갈한 새해 다짐이다. 한모의 두부가 만들어지듯 몽글몽글 우리 안의 내적 에너지를 결집, 단단히 채우고 성장해 가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가 보자.
양산 초가손두부
위치 양산시 신기1길 13
메뉴 손두부(두부김치) 한모 8000원, 순두부찌개 8000원, 청국장순두부 8000원
콩비지찌개 8000원, 파전 15000원
두부김치전골 (小) 17000원 (中) 24000원 (大) 31000원
영업 11:00~20:30 (매주 토요일 휴무)
문의 055)381-7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