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조선통신사 옛길 대장정 기행록(12)
- 문화의 중심 안동에서 바른 고을 의성으로(안동 동헌 – 의성읍 32km)
4월 16일(금), 약간 구름 끼어 걷기에 좋은 날씨다. 오전 7시에 숙소를 나서 10분 거리의 안동 동헌으로 향하였다. 동헌 옆에 안동 태사묘(太師廟)가 있다. 고려 건국에 공을 세운 김선평, 권행, 장정필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조선 성종 12년(1481년)에 터전을 마련했고 중종 35년(1540년)에 사당을 건립하였다. 조선통신사들이 안동을 거쳐 갈 때 참배한 인연이 있는 곳, 한국전쟁 중에 소실된 것을 1958년에 보수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7시 10분에 동헌(영가헌)을 출발하여 5분여 걸어가니 안동역 앞에 이른다. 안동역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니 엄청나게 규모가 큰 안동문화예술회관 앞을 지난다. 10여분 더 걸으니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난다. 문경, 예천 거쳐 오는 동안 여러 하천을 지나왔는데 모두 낙동강의 지류, 안동에서 낙동강의 본류와 마주친다. 자동차 전용, 철도, 도보 등 여러 종류의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수변공원이 아름답고 강을 건너는 이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다리의 길이는 600여 미터.
안동 동헌 영가원을 출발하며
다리 건너 의성방향의 자동차도로에 들어서서 한 시간여 걸으니 큰 대궐 모습의 남례문(南禮門)이 우뚝하다. 현판 아래 크게 새긴 글씨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곳곳에 이런 구호가 나붙어 있다. 이를 설명하는 문구, ‘안동시는 하회마을, 봉정사,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4개의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의 유교책판까지 보관한 명실상부한 세계유산도시다.’
남례문 지나서 남후면에 들어선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남후면소재지 방향으로 접어드니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무릉유원지 입구 지나서 안산유원지 방향으로 들어서니 눈썹처럼 고운 하천의 뜻을 지닌 미천(眉川)생태하천지역이 나타난다. 깨끗하게 흐르는 하천에 비친 산과 숲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이를 지켜보노라니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걸으면서 느끼는 행복의 하나.
환상적인 미천생태공원
남후면 지나서 오전 10시 경에 일직면에 들어선다. 30여분 걸으니 일직초등학교, 교정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순진하고 활기 있다. 지혜롭고 씩씩하게 자라라. 미래의 주인공들아!
11시경에 이른 점심, 조선통신사 걷기 때마다 들르는 식당에 들어서니 주인 내외가 친절하게 맞아준다. 이른 시간에 출발하느라 간편식으로 아침을 가름한 탓에 점심메뉴를 업그레이드, 부드러운 한우등심이 맛있다.
12시에 오후 걷기, 30분 걸어 옛 기와집이 품위 있는 소호헌(蘇湖軒)에 이른다. 소호헌은 조선 전기 때 문신이었던 서해가 서재로 쓰던 별당이다. 앞면 3칸, 옆면 2칸의 대청이 품위 있고 지붕 모서리를 장식한 기와에는 용 두 마리가 새겨져 있어 민가에서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다. 주변 건물도 수백 년 된 .기와집, 문화의 고장다운 운치가 있다.
국도 5번 도로를 따라 안동에서 의성까지 이어지는 자동차 길이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들로 걷기에 위험, 다행이 국도 옆으로 소로가 이어지는 곳이 많다. 그 길 따라 30여분 더 걸으니 출발지점에서 20여km, 안동시 일직면에서 의성군 단촌면으로 경계가 바뀐다. ‘바른 고을 의성, 마늘의 산지’라고 새긴 문구가 눈에 띠네. 어느 곳이나 바른 고장이어라.
의성의 마늘밭
국도 5번 따라 한 시간여 걸어 단촌면소재지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처 걸으니 오후 3시 반쯤 국도 5번에서 의성, 청송 방향으로 꺾어든다. 30여분 더 걸으니 의성 읍내 초입의 사거리에 이른다. 숙소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초입에 있는 것을 간신히 잡은 터, 목적지인 군청까지 걸은 후 다시 1.5km를 되돌아오는 것이 무리라 여겨 오늘 걷기는 숙소 인근 사거리에서 종료하였다. 걸은 거리는 32km. 위험한 도로 무사히 걸은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또 열심히 걸읍시다.
11일째 걷기 기록
* 어제 풍산의 식당에서 대화를 나눈 동호인이 체육진흥회 카페에 올린 기행록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만난 이헌준 입니다. 체화정 바로 옆이 저의 시골집입니다. 산행과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저는 2015년에 도보유럽횡단(이스탄불에서 스페인 서쪽 끝 5,500Km)을 했습니다.’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 有上手)라는 말이 있거니와 서울-부산 514km의 10배 넘는 도보유럽횡단의 쾌거에 박수를 보낸다.
첫댓글 위험한 도로에 안전하고 즐거운 걸음 하시길.....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