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환 신부(대구대교구 청소년대안교육센터장)
과거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또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만큼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지금 청소년들도 그러할까요?
이곳 아이들을 보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가 과거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집안 사정이나 사고, 비행 등으로 학교를 원치 않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만두고 싶으면 망설임 없이 그만둡니다. 대부분은 단순히 학교가 싫어서 그만두는 경우입니다. “학교가 싫으니 당장 그만둔다!” 과거에는 상상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일이었던가요.
‘NEET족’이란 말이 있습니다.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는 말의 약자로 아무런 교육이나 취직, 훈련을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캥거루족’이라고도 합니다. 그냥 집에서 주는 밥만 먹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기 일쑤인 삶을 얘기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상황입니다. 학교 밖 아이들 70~80%가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그냥 놀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말이지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경민(가명)이라는 아이도 그러합니다. 삶의 목표나 계획 같은 것은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그만둔 이후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논 경우가 많으며 학업 중단에 대한 후회도 없이, 지금의 삶에 대해 별 어려움 없이 만족스럽게 지내는 아이입니다. “왜요?”, “몰라요”, “싫어요”를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집 밖으로 이끌어낼까요? 상담사들에겐 딱 적당한 내담자의 유형이겠지만 이 아이에겐 ‘상담 모드’라는 것이 있어서 적당히 얼버무립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 하고 싶어 하고, 해야 하도록 끊임없이 인내심을 갖고 꿈을 심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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