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결절의 약 5~10%만이 갑상선 악성종양, 즉 갑상선암입니다. 갑상선암은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조직학적 모양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 등으로 나뉘는데, 이 네 종류의 암은 모양뿐 아니라 자라는 속도, 퍼져나가는 방식, 예후 등이 모두 다르므로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두암
유두암은 전체 갑상선암 중 가장 흔히 발견되는 암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되는 갑상선암의 대다수가 유두암으로 전체 갑상선암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두암은 갑상선의 여포세포에서 생긴 암으로 유두상피암 또는 유두선상피암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유두암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선상피세포인 여포세포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두암은 전형적으로 매우 천천히 자랍니다. 예후도 갑상선암 중 가장 좋아서 10년 생존률이 약 95%입니다. 이는 유두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10년 후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95%정도라는 뜻입니다.
유두암은 한쪽 엽에만 있을 수도 있지만 20~45%에서 양쪽 엽을 다 침범하고 또, 갑상선 주변 림프절 침범도 약 1/3에서 관찰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적절히 치료를 받는다면 잘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드물지만 폐나 뼈 등 다른 부위로 원격전이하는 예도 있습니다.
유두암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전형적인 유두암의 모양과는 조금 다른 종류들을 볼 수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유두암의 변종이라고 합니다. 유두암의 변종에는 여포성변종, 키큰세포변종, 원주세포변종, 미만성경화성변종 등이 있는데, 이중 흔한 형태인 여포성변종은 전형적인 유두암과 비슷하게 예후가 좋고, 키큰세포변종과 원주세포변종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포암
여포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유두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도가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포암 역시 유두암과 마찬가지로 여포세포에서 생기며, 여포상피암 또는 여포선상피암이라고도 합니다.
유두암이 림프절로 잘 퍼져나가는 반면, 여포암은 갑상선의 혈관들을 침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을 타고 폐, 뼈, 뇌 등의 부위로 퍼져나가는 원격전이도 유두암에 비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여포암은 유두암에 비해 림프절 전이가 덜 흔하게 관찰됩니다. 하지만 비교적 진행된 암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아 유두암에서와 달리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는 예후가 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두암과 여포암을 묶어서 갑상선분화암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포암도 유두암과 같이 매우 천천히 자라고 정상 여포세포가 요오드를 섭취하여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것처럼 이 두 암도 그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등 정상 세포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갑상선분화암이 요오드를 섭취하는 성질을 이용해 수술 후 보조적인 치료로 방사성요오드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분화암은 이 치료가 잘 들어 다른 갑상선암에 비해 더욱 좋은 예후를 보입니다.
여포암의 10년 생존률은 유두암보다 조금 낮은 약 85%입니다
허들세포암
허들세포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약 1~3%를 차지하며, 호산성세포암이라고도 합니다. 이 암은 여포암의 변종으로 생각되지만, 여포암에 비해 발병연령이 대부분 50세 이후로 약 10년 정도 높으며 성장이 빠르고 전이가 더 잘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년 생존률은 여포암보다 조금 낮은 75%입니다.
수질암
수질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약 1~2%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양에서는 서구에 비해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암은 다른 갑상선암과 달리 여포세포가 아닌 C-세포(부여포세포)에서 생깁니다. C-세포는 몸속의 칼슘량을 조절하는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수질암세포에서도 역시 칼시토닌을 분비하기 때문에 혈액 내 칼시토닌 특정은 수질암을 진단하고 치료 후 재발을 발견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이용됩니다.
다른 갑상선암과 다른 수질암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 5명 중 1명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된 ‘RET 암유전자’에 의해 발병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유전되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수질암을 가족형수질암이라 하고, 가족력 없이 생긴 수질암을 산발형수질암이라고 합니다. 가족형수질암은 산발형수질암과 다른 특징들을 가지는데, 산발형이 40~50대에 호발하고 한쪽엽에 국한된 경우가 많은 반면, 가족형은 주로 20~30대의 젊은 나이에 발생하며 90% 이상이 양쪽 엽을 모두 침범합니다.
갑상선수질암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경우가 많고, 조기에 발견되어 갑상선 내에 국한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10년 생존률이 90%까지 보고될 정도로 매우 예후가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예후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따라서 조기발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은 불행히도 약 50%가 진단 당시 림프절 전이가 발견될 정도로 진행된 상태로 발견됩니다.
실제로 산발형수질암은 수술 전 진단이 어렵고 갑상선암 진단의 표준방법이 되고 있는 미세침흡입세포검사에서 진단이 되지 않고 수술 후 병리조직검사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가족형수질암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RET암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쉽게 조기진단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수질암 환자에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RET암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하여 가족형수질암 여부를 판정하고, 환자가 가족형수질암으로 판명되면 환자의 가족들에서도 모두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여야 합니다. RET암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으면 당장은 암이 없더라도 나중에 거의 항상 갑상선수질암이 발생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한 조기에 갑상선제거수술을 시행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족형수질암은 우리 몸의 10번 염색체에 위치해 있는 RET암유전자에 의해 상염색체우성유전의 형태로 유전되는데, 수질암만이 가족 내에 우전되어 나타나는 가족성수질암과, 다른 종양들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제2형 다발내분비선종이 있습니다. MEN 2는 다시 임상양상에 따라 MEN 2A와 MEN 2B로 세분됩니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MEN 2A
수질암과, 부신의 갈색세포종, 부갑상선과증식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신은 양쪽 신장 위에 위치해 있는데 갈색세포종이 생기면 잘 조절되지 않고 급격히 변화하는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으며, 부갑상선과증식의 결과로 부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몸속에 칼슘이 많아져 신장결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MEN 2B
수질암과, 부신의 갈색세포종, 입술이나 혀에 점막성 신경종이 함께 나타나거나 사지와 손 및 발가락이 긴 마르판증후군Marfan’s syndrome의 신체적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수질암의 전체적인 예후는 유두암과 여포암보다 나빠서 10년 생존률이 50~60% 정도입니다. 세부적으로는 가족형 중 MEN 2A가 가장 양호하고, 다음이 산발형이며, MEN 2B의 예후가 가장 나쁩니다.
역형성암
역형성암은 매우 드물어 전체 갑상선암의 2% 이하를 차지합니다. 이 암은 정상 갑상선세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갑상선분화암(유두암 또는 여포암)이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병도 분화암보다 약 20년 늦은 60대에 가장 빈도가 높습니다.
종양이 매우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갑상선 뒤에 있는 기관이나 식도를 눌러 호흡곤란, 목소리 변화, 음식을 삼키기 힘든 증상이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술, 외부방사선조사 요법, 화학요법 등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지만, 예후는 매우 나빠서 대부분 1년 이내에 사망합니다.
출처 : 서울대학병원 '갑상선암' 윤여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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