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트렁크에 팽겨 쳐진 배낭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업무 종료후 바로 마장역으로 가기 위해 꾸려온 배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정작 중요한 등산화는 빠뜨리고 챙기질 못한걸 알았다. 할 수 없이 오후에 …. 구렁이 알 같은 시간을 쪼개서 집을 다녀왔다. 똑 같은 일을 두 번씩 이나 해내는 스스로가 대견?해 열불이 올라온다. -_-
도착한 마장 역엔 최근 새로 개비한 성근형님의 신형애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로 항해한다는 의미인지.. 여튼 심플한 내장이 돋보이는 신형 순향함은 어느덧 중간기착지인 화양강 휴게소에 도착했다.
< 지처지준>. ( 의미는 알아서…-_- ) 이번 산행의 주 테마일 수 도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등반사랑 팀의 암묵적 산행지침일 수 있는 4자성어로 인해.. 그 동안 팀원들 눈치 보며 빈대 역할에 충실했던 나 역시 주류와 간식만큼은 별도로 준비했다. 특별히 소주는 프리미엄 급 첨처럼으로 3병. 양갱2. 호랭이를 모델로 하는 k사 곡물류와 비스켓 파이등 등. 그리고.. 그간 빈대생활 청산차원의 의미로 쌀도 1킬로그램 준비했다.
헌데.. 화양강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사이.. 아껴먹으려던 사각형 병 소주 두 병이 비어버리고 말았다. -_-. 차내 열기로 미지근한 듯 했던 소주도 기철 선배님의 주님사랑 앞에는 그닥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벽 어둠속 비선대의 풍경은 짙은 안개와 습기.. 그리고 물기를 머금어 검은빛깔을 띤 나무기둥들로 인해…진회색의 수묵화를 보는듯하다. 장군봉과 적벽을 올려다보니.. 아직도 바위 여기 저기에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과연 올라갈 수 있을 까 하는 걱정을 하며 점심용 햇반을 끓는 물에 넣었다.
장군봉 기존길 어프로치 길은 낙석의 위험이 있는 제법 경사진 비탈길 이다. 숨을 고르려 발길을 멈추고 올려다 본 하늘 오른편으로 거대한 오버행 적벽이 찍어누를 듯한 기세로 벋어있다.
출발지점에서 축축한 바위를 만져보니.. 물기와 함께 검은색 이끼류가 묻어난다. 날이 개어 햇빛이 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첫 피치 출발을 성근형님이 시작했다. 곧이어 주마링으로 오르는 민제의 분투가 시작되고. 모두가 파이팅을 외쳐준다.
첫피치 상단부분은 물이 흐르는 지대로 암벽화가 젖을 수 밖에 없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후등자 확보를 준비한다. 이중확보에 대한 병상선배의 잔소리?가 있지만 불편하지 않다. 신경 써줌이 고마울 따름이다.
첫피치를 마치고 올려다본 두번째 피치는 난이도가 제법 있어 보인다. 장군봉 중앙에 난 크랙을 뜯으며 올라가 얄 것 같은데….. 크랙 왼쪽 슬랩으로 올라가는 성근 형님의 모습이 아찔하다.
민제도 주마링 대신 좀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두번째 피치를 오르고 있다. 지난해 수철리 빙장에서의 처음본 민제 모습이 그랬었다. 수직으로 우뚝 솟아 내리 누르는듯한 빙벽을 바일 두개와 크램폰 하나로 오르는 민제의 모습에서 강한 의지와 신념 같은 것을 느꼈었다. 승찬 선배와 규순 선배가 보조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 오르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길이다.
3조 선등자 완료 신호와 함께.. 두번째 피치를 등반한다. 성근 형님이 올라간 크랙 왼쪽의 슬랩은 더 무섭다.. 하는수 없이 크랙에 발을 끼우고 재밍하 듯 올라 가려니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ㅠ.ㅠ 아픔을 참고 마지막 슬랩을 넘어 두번째 피치를 마쳤다.
암벽화를 벗어서 오그라진 발가락을 풀어주며 3번 째 피치 루트파인딩을 해본다. 정말 어려운.. 어쩌면 기존길 구간중 가장 어려운 구간이 될 것 같다. 레이백 자세로 왼쪽으로 트래버스하여 올라서는 그 동작이 쉬울 것 같지않다.
얼마후 2조 세번째 등반자 동오가 기합소리를 내며 문제의 세번째 피치 크럭스 구간을 통과한다.
후등자 안정현과 등반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_- 대부분 텐션을 먹으며 올라간 크럭스 구간도 큰 동작이나 쉼 없이 가뿐하게 올라오는 것이다. 휴면 회원이라고 하더만.... 모처에서 폐관수련 중이 었던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여튼 기분 나쁘다. -_- 타고난 신체구조에 기본적인 공력은 쌓인 것이니 몇 가지 초식만 가다듬으면… 클라이머의 무림 간현에 탱크 탑으로 무장한 낭만자객이 하나 더 늘지도 모를 일이다. (열라 기대된다 ^^)
등반 중간 중간에 간식을 먹으며 내려다본 비선대와 천불동 계곡의 물줄기에서 확실한 고도감을 느낄수 있으며.. 어프로치 길에 본 거대한 적벽이 작고 초라해 보인다.
3평 남짓한 장군봉 정상은 권금성과 집선봉 칠성봉 화채릉.. 등 외설악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공룡능선과 화채능의 품안에 천불동과 천화대 암봉이 부채살 처럼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비로인해 수량이 늘어 토막골에 거대한 폭포를 보는 행운도 따랐다.
정상에서 고추장에 햇반 을 비벼먹고 곧바로 하강을 시작 했다. 60자로 4번 하강하며 마등령으로 오르내리는 등산로 바로 아래로 내려 섰다. C지구 야영장으로 하산을 서두르며…. 아무래도 대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꺼이 마시리라…그리고 자랑스런 팀원들에게도 한병씩 돌려 줘야쥐!.....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