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빗물 줄기가 법무부 장관실 통유리창을 기괴한 소리로 두드렸다. 마치 누군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려는 손가락질 같았다.
정성호 장관은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 앞에 놓인 서류는 단순한 사직서가 아니었다. 여당이 단행한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안. 그것은 법조계 전체를 집어삼킨 커다란 미궁의 시작이자, 그가 장관으로서 마주한 마지막 단서였다.
“정말 이대로 손을 떼실 생각입니까?”
그림자 속에 서 있던 수석보좌관이 나지막이 물었다. 정 장관은 창밖의 어둠을 응시하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검찰도, 여당도 아니네. 제도 개혁이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 숨어 민심을 조작하려 한 거대한 무력감이지.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추리라곤… 더 이상 내가 있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뿐이야.”
그의 사의 표명은 그렇게,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트릭이 풀리는 듯한 순간에 전격적으로 던져졌다.
한편, 청와대 안보실. 비밀 회의실의 불빛 아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관처럼 서류 봉투를 파헤치고 있었다.
며칠 뒤로 다가온 방미 일정. 하지만 테이블 위엔 미국 하원이 작성한 쿠팡 관련 보고서가 불길하게 놓여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닌, 한국 정부의 목을 조르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트랩(Trap)’에 가까웠다.
“외교부와 주미대사관의 암호문 조율은 끝났습니까?”
대통령의 나지막한 음성에 외교안보수석이 떨리는 손으로 반박문을 제시했다.
“‘왜곡된 사실관계를 정면으로 바로잡는다’는 강경한 대응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미 의회가 파놓은 이 함정에 직접 걸어 들어가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방미 직전 이런 반박문을 던지는 것은, 범인이 쥔 칼날을 손으로 직접 잡는 것과 같습니다.”
대통령은 반박문의 문장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단서들은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국익을 지키겠다는 강경함 뒤에는 워싱턴이라는 거대한 흑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외교적 매장이라는 결말이 기다리는 외교 무대의 냉혹한 추리극이었다.
그 시각, 어두운 방 안. 스마트폰 화면의 푸른 빛이 대중의 얼굴을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인터넷 댓글들은 마치 거대한 사건의 목격자 진술서처럼 이어졌다.
‘미국이라는 거대 조직이 압박하는데, 결국 또 약점을 잡혀 뜯기고 오겠지.’
‘내부에서는 밀실 싸움, 외부에서는 수건돌리기…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이라는 이름의 탐정들은 이미 정부의 의도를 냉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회의감과 불신으로 가득 찬 시선 속에서, 정부가 내놓는 해명은 단지 현장을 위장하려는 어설픈 알리바이에 불과했다.
대통령 전용기의 트랩을 오르는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국내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함께 드러난 수사권 균열이라는 미제 사건이, 국외에서는 한미 관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음모가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공항 활주로에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다. 누군가 우산을 펼쳤지만, 휘몰아치는 바람은 단 몇 초 만에 우산살을 가늘게 부러뜨렸다.
“우산으로는 비를 피할 수 있지만, 폭풍의 정체를 밝혀낼 수는 없지.”
이것은 현 정부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조만간 차기 정부가 인계받아야 할 가장 위험한 미제 사건 파일. 진범인 ‘국민의 불신’과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 정치적 추리극의 끝은 비극적인 결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