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어린시절-바람개비
미석 한규원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언덕을넘어 길따라 미끄럼 타듯이 내려온다.
바람은 옷깃을 여밀정도는 아니고 옆구리를 간지럼 태울 정도의 바람이 미소 지으며 수천이를 반겨주고 있다.
수천이네 집 흙벽에는 여느때와 달리 햇빛이 유난히 굴절되어 애들로 북적대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동심으로 통하는 애들은 바람개비 만들 준비로 분주했다.
반찬을 만들때도 똑같은 양념과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도 맛이 다르 듯이 똑같은 소재로 장난감을 만들어도 수천이의 손을 거쳐가는 것은 무엇이 달라도 분명 다른 것이 있었다.
비료푸대위에 수수깡. 못 . 색종이가 아닌 네모난 종이. 가위가 놓여져있다
만들기 달인인 수천이가 시범 보이는 것을 하나씩 따라서 하다가 만성이가 그만 종이를 누르고 자르다가 연필용 칼로 왼손 검지의 손톱과 약간의 살점을 베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피가 비치더니만 조금후에는 방울지어 떨어졌다.
수천이가 특효약이라며 가져온 고운 모래로 피가 나오는데다 듬뿍 부어 주었다. 피는 멎었는지 나오지 않았다.
모두 하나씩 완성하여 자리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바람부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람이 잦아들어 바람개비가 시원하게 돌지 않았다. 바람개비의 친구는 바람인데 조금 전까지 잘 있다가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사라졌을까 찾아 봐도 보이지 않았다.
수천이가 갑자기 집에 가서 아버지의 짐자전거를 끌고 나와 핸들 위에 바람개비를 양쪽에 꽂고 경사가 급한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더니 쎙하니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바람개비도 신이 난 듯 빙글빙글 멋있게 폼나게 돌고 있고 수천이의 야호 소리도 언덕길을 채우며 내려왔다.
다른 애들은 넋나간 듯이 쳐다 보다가 만성이도 할아버지 신사용 자전거. 용식이는 옆집에 세워 놓은 자전거를 몰래 가져와 언덕길로 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동네 자전거가 총집합인데다 바람개비 돌리기 대회가 되셈이다.
마지막 언덕에서 내려오는 용식이의 바람개비가 제일 잘돌았다 .그 이유는 자전거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가속도가 붙어 쏜살같이 내려가고 용식이도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로 어느새 자전거는 길옆에 수렁논쪽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바람개비는 바람과 함께 진흙에 묻혔지만 용식이는 다친데 없이 논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 애들의 박수갈채를 처음으로 받자 쑥스러움속에 밝은 미소와 하얀 치아로 대신하며 빙그레 웃었다.
바람개비 돌리기대회에선 용식이에게. 단연 일등으로 돌아갔다.
카페;사계절 그리고 삶 -시와 소설과 수필이 있습니다
http://cafe.daum.net/hgw06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