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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리 역사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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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사랑 여행 스크랩 동쪽에 있는 아홉 기의 능, 동구릉에서 늦가을을 배웅하다.
天風道人 추천 1 조회 31 14.08.11 18: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느새 날씨도 쌀쌀해지고 산을 다채롭게 꾸며주던 단풍잎들도 하나 둘 떨어져서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머리도 식히고 단풍 구경도 하기 위해 조선 최대의 왕릉군인 동구릉에 다녀왔는데요. 때마침 비도 내려서 젖은 단풍잎과 함께 운치 있는 조선왕릉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동구릉이 속해있는 조선 왕릉은 27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같은 고궁과 함께 조선 왕조의 519년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과거에 조선왕릉을 조성하는 것은 능지 선택에서부터 왕이 직접 능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 산릉 제례까지 모든 과정이 나라의 중요한 국책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즉위한 왕이 처음 맡은 정사가 선대왕의 국장과 그에 관한 왕릉 조영이라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조선 왕릉은 조선 왕조만의 세계관과 종교관에 의한 자연 친화적인 매장 풍습이 500년 이상 지속해서 이어졌으며, 현재까지 국가제례가 이루어져 조상 숭배의 전통이 전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이북지역의 2개의 왕릉을 제외한 40기의 조선왕릉이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동구릉은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40기의 조선왕릉 중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9개의 능이 한 지역에서 군집을 이루고 있는 조선 최대의 왕릉군입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동구릉 입구, 동구릉 안내판, 동구릉 역사문화관 내부, 동구릉 역사문화관)

 

 

 

동구릉은 도성의 동쪽에 있는 아홉 기의 능이라는 뜻으로 사적 제 193호로 지정되어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의 검안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408년(태종8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이 만들어진 것을 시작으로 1855년(철종 6년) 추존왕 문조의 능인 수릉이 경기도 양주 용마산 기슭에서 현재 검안산의 자리에 천장 되면서 아홉 기의 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능의 수에 따라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마지막으로 수릉이 들어오면서 동구릉으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동구릉은 400여 년 동안 조선의 왕과 왕비 17위의 유택을 모셨는데요. 동구릉이 자리 잡은 검안산은 정상이 북쪽을 향해 있으며 산세가 완만하면서도 산세의 끝이 산의 안쪽을 향해 있어 아늑한 분지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능지가 남향하여서 해가 잘 들어오는 제일의 명당으로 손꼽힙니다.

전설에는 태조 이성계의 동료이자 스승인 무학대사가 태조 자신과 후손들이 함께 묻힐 자리를 찾으라는 명을 받고 알아본 곳이 현 동구릉의 검안산 자락이라고 전해집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건원릉(建元陵)

 

 

 

 동구릉에서 가장 어른인 태조 이성계가 모셔진 건원릉입니다. 1408년(태종8년)에 태조가 승하하자 좌의정이던 하륜이 검안산 등지를 능의 장소로 천거하여 선정되면서 그 해 9월 건원릉이 만들어졌습니다.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첫 임금의 무덤이어서 특이한 점이 다소 있습니다. 우선 경기도 여주에 있는 세종의 영릉 또는 적어도 동구릉의 다른 왕릉만 보아도 조선 왕릉의 능호는 한 글자입니다. 그러나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건원릉은 능호가 두 글자입니다. 이는 건원(建元) 즉, '나라를 세운 왕'이라는 뜻의 능호를 통해 태조 이성계의 상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함입니다. 또한, 특이하게도 위의 사진을 보면 봉분 위에 억새가 가을을 맞아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잔디로 덮인 다른 봉분들과 달리 무성한 억새의 투박함이 생전에 무수한 전장을 다니던 이성계와 어울리는데요. 이는 함흥이 고향인 이성계가 자신의 무덤에 고향에서 나는 억새를 심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건원릉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태조의 아들인 이방원, 즉 태종도 깊숙이 연관되어있습니다. 아버지인 이성계의 무덤에 아들인 태종 이방원이 연관되어있다는 점이 당연한 듯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답니다. 본래 태조는 자신이 사랑하던 신덕왕후의 옆에 묻히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도성 내에 있던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을 능지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태종은 2차례의 왕자의 난을 통해 형제의 피를 보며 왕의 자리에 이른 인물입니다. 그래서 태조가 배다른 어머니인 신덕왕후의 옆에 묻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현 동구릉 자리에 건원릉을 만들고, 도성 내에 있던 정릉을 묘로 강등하여 도성 밖으로 천장 해버렸습니다. 이렇듯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태조 이성계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 곁에 묻히지 못하고 다른 곳에 영원히 잠들어버린, 자신의 피붙이들이 왕의 자리를 놓고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아온 어찌 보면 비운의 왕의 모습이 건원릉에 보이는 듯합니다.

 

 

 

 

 

건원릉의 동쪽 -수릉(綏陵), 현릉(顯陵), 목릉(穆陵)

 

      (수릉 입구에 만연한 단풍들)                               (90도로 두번 꺽여진 현릉의 참도)

 

                  (목릉 중 선조와 인의왕후의 능)                    (목릉의 정자각에서 뻗어나가는 3개의 참도)

 

 

 

건원릉의 동쪽에는 3기의 왕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왕릉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에 성웅 이순신을 귀양보내 백의종군시켜 무능한 임금으로 잘 알려져있는 선조와 그의 원비인 의인왕후, 계비인 인목왕후의 무덤인 목릉입니다. 목릉의 특이한 점은 하나의 정자각에서 3개의 능, 즉 선조와 의인왕후, 인목왕후의 능에 참도가 각각 뻗어 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참도란 신이 다니는 길로, 다시 말하면 죽은 왕의 영혼이 다니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참도의 오른쪽에는 임금이 제사를 위해 지나가는 어도가 있습니다. 이렇듯 참도는 정자각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목릉처럼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요. 목릉 옆에 있는 제 5대 임금 문종의 현릉처럼 90도로 2번 꺾여서 정자각을 향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참도를 통해 신이 터벅터벅 걸어서 정자각을 지나 무덤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어도를 따라 걷는 것도 왕릉 산책의 묘한 즐거움 아닐까요?

 현릉의 밑에는 제24대 왕 헌종의 아버지인 추존왕 문조(익종)의 무덤인 수릉이 있습니다. 추존왕이란 생전에는 왕이 아니나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왕족을 말합니다. 문조는 제23대 왕 순조의 맏아들로서 효명세자 시절 대리청정을 통해 공평한 인재 등용으로 왕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안동 김씨, 풍양 조씨 같은 특정 집안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세도 정치의 위세가 극심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효명세자는 21살의 젊은 나이로 그 뜻을 미처 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 후 아들인 헌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익종으로 추존되었고 대한제국 광무 3년(1899년) 문조황제가 되었습니다. 문조의 수릉에는 문조의 바람대로 대리청정을 통해 안동 김씨 세력을 약화시켰으며 고종을 왕위에 앉히고 흥선대원군의 힘을 빌려 비교적 왕권을 강화시킨 신정왕후가 그를 위로하듯 옆에 합장 되어 있습니다.

 

 

 

 

동구릉의 동쪽

- 휘릉(徽陵), 원릉(元陵), 경릉(敬陵), 혜릉(惠陵), 숭릉(崇陵)

 

  

(원릉의 정자각에서 홍살문을 향해 바라본 전경)

 

(경릉의 표석과 비각. 헌종과 효현왕후, 효정왕후를 모시고 있다.)

 

(휘릉의 전경. 다른 정자각과는 달리 양 옆에 익랑을 덧붙인 것이 특징이다.)

 

 

 

 건원릉의 동쪽으로는 휘릉, 원릉, 경릉, 숭릉, 혜릉의 5기 왕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휘릉은 인조반정으로 당시 실리 외교를 취하던 광해군을 몰아내고 임금이 된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무덤입니다. 장렬왕후는 15살의 어린 나이에 왕후가 되었는데요. 그녀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나이에 왕후가 되어 그 뒤 50여년 동안 인조, 효종, 현종, 숙종 4대를 모신, 여자로서는 최고의 지위인 왕실의 어른으로서 지냈지만, 26살에 지아비를 잃고 남은 세월을 답답한 궁궐에 살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삶이 어떠하였는지는 장렬왕후, 그녀만이 알겠죠?

휘릉을 나와 매표소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얼마지나지않아 원릉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원릉은 조선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가장 긴 재위기간을 자랑하는 영조의 무덤입니다. 영조는 무려 52년간이나 왕위에 있었습니다.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묘는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 언덕 아래에 대충 묘자리가 정해졌으나, 이 후 정조가 길지를 알아보고 수원으로 묘를 옮겼고 고종 대에 장조로 추존되어 현재 융릉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들을 죽인 비운의 아버지인 영조의 원릉을 지나 더 동쪽으로는 조선에서 하나 밖에 없는 세 개의 봉분이 이어진 삼연릉인 경릉이 있습니다. 경릉의 주인은 헌종과 헌종의 비인 효현왕후, 효정왕후입니다. 헌종과 효현왕후 모두 8살과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과 왕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단명하여 효현왕후1828~1843가 먼저 경릉에 안장되고 6년 뒤에 헌종1827~1849 붕어하여 쌍릉이 되었습니다. 이 후 헌종의 두 번째 비인 효정왕후가 1903년(광무 3년)에 죽 현재의 삼연릉 형식이 되었습니다.

 

 

      (숭릉의 주인인 제18대 왕 현종 ⓒMBC)                (숭릉의 무인석과 문인석 ⓒ동구릉 홈페이지)

 

 

 

원릉과 가장 멀리 떨어진 숭릉에는 조선의 제 18대 임금인 현종과 그의 비 명성왕후가 안장되어있습니다. 현재 방영되고있는 드라마 '마의'의 역사적 배경 역시 현종 재위기간 1641~1674입니다. 현종은 조선에서 유일하게 타국에서 출생한 왕입니다. 후에 효종이 되는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붙잡혀가서 현종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귀국하여 소현세자가 죽고 봉림대군이 세자로 책봉된 뒤, 왕이 되자 현종 역시 세자로 책봉되어 이 후 왕위를 이어받습니다. 하지만 부친인 효종이 장자가 아닌 차자였기 때문에 현종의 재위기간 동안 왕권의 정통성 문제로 많은 당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남인 측에서는 효종이 차자이나 왕위를 계승했기 때문에 장자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 측에서는 왕위를 계승했지만 효종을 차자, 즉 둘째 아들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현종의 재위기간 동안 집권당이 자주 바뀌는 등 당쟁이 심화되었고 기근과 가뭄까지 더해져서 국력이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현종의 숭릉에서 매표소로 가는 길에는 마지막으로 소개할 혜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혜릉은 제 20대 임금인 경종의 첫번째 비 단의왕후의 무덤입니다. 단의왕후는 경종이 왕위에 오르기 2년전인 세자빈으로서 1718년에 세상을 떠났고 따라서 세자빈 묘로 소박하게 조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후에 경종이 왕위에 오르고 왕후로 추봉 되어 석물을 추가 배치하고 주변을 정리하여 능의 형식을 갖춘 혜릉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인지 혜릉에는 다른 왕릉과는 달리 병풍석이 없이 간략하게 조성되어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왕릉군, 동구릉 찾아가기

 

 

 

총 17명의 왕과 왕비를 모신 동구릉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산 2-1번지 검안산 일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시면 구리시 교문 사거리에서 퇴계원 방면으로 2.5km정도 가면 동구릉 주차장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1-1 시내버스를 타시거나 청량리 시장 앞에서 202번,88번 버스를 탄 뒤 동구릉 앞에서 하차하시면 동구릉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방법은 동구릉 홈페이지(donggu.cha.go.kr)에서 '찾아가시는 길'를 통해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가을도 저물고 지역별로 첫 눈을 맞이하고 있는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단풍이 만연한 가을의 조선왕릉을 보지 못하셨다면 눈이 소복히 쌓여있고 주변의 소나무가 능 주위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겨울의 조선왕릉으로 한번 발걸음 하여 조선 왕조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 또한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운치있는 겨울의 조선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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