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들이 주식(主食)인 식물뿐만 아니라 자기들끼리 잡아먹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토마토가 팀을 이루어 해충 애벌레들의 동족포식(cannibalism)을 직접 유도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생태계에서 곤충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는 유도저항성(induced resistance) 메커니즘이 새로 발견되었다"라고 UC 데이비스에서 초식동물과 숙주식물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리처드 카반 박사는 논평했다.
초식곤충들은 먹이가 다 떨어지거나 먹이의 품질이 형편없는 경우 종종 서로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식물들이 해충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다른 종에 대한 포식성을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식물이 곤충의 동종포식을 직접 유발하는지는 지금까지 분명하지 않았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존 오록 박사(통합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토마토(Solanum lycopersicum)를 다양한 용량의 메틸자스몬산(MeJA: methyl jasmonate)에 노출시키면서 방어반응을 촉발해 봤다. MeJA는 식물들이 공기 중으로 내뿜는 화학물질인데, 쉽게 말해서 서로에게 해충 침입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신호라고 할 수 있다. 토마토의 경우 MeJA 신호를 받으면 독성물질을 분비하여 자신의 영양가를 떨어뜨린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흔한 해충인 파밤나방(Spodoptera exigua)의 애벌레들에게 토마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했다. 그로부터 8일 후, 고용량의 MeJA를 투여 받은 토마토들은 저용량의 MeJA를 투여 받은 토마토나 대조군 토마토(MeJA를 전혀 투여 받지 않은 토마토)에 비해 바이오매스(biomass)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마토가 MeJA 신호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 어떤 식으로든 자기보호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동족상잔 유발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토마토의 자기보호 반응이 나방유충들 간의 동족포식 행동을 유발하는지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토마토에게 MeJA를 투여한 후, 'MeJA를 투여 받은 토마토의 잎'과 'MeJA를 투여 받지 않은 토마토의 잎'을 나방유충들에게 공급했다. 나방유충들은 용기 안에 들어있고, 그 용기 속에는 죽은 유충들의 시체가 여럿 널려 있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MeJA를 투여 받은 토마토의 잎'을 공급받은 유충들은 'MeJA를 투여 받지 받은 토마토의 잎'을 공급받은 유충들보다 동족의 시체에 먼저 달려들어 더 많이 먹어치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7월 10일자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기고했다(참고 1).
"곤충의 유충들은 결국에는 서로 잡아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타이밍이다. 만약 식물들이 일찌감치 해충들의 동족상잔을 유도할 수 있다면, 해충의 피해를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오록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과 같은 경고를 잊지 않았다. "식물이 방어 메커니즘을 가동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왜냐하면 자신의 바이오매스가 상당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물은 해충의 공격이 방어 메커니즘을 가동시킬 만큼 심각하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다."
코넬 대학교에서 식물-동물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아누락 아그라왈 박사는, 해충들의 동족포식을 농부들의 해충방제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동족포식이 비동족포식보다 더 상황적합적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곤충들의 동족포식 현상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슈퍼해충의 등장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 참고문헌
1. Orrock, J., Connolly, B. & Kitchen, A., "Induced defences in plants reduce herbivory by increasing cannibalism", Nature Ecol. Evol. (2017); http://dx.doi.org/10.1038/s41559-017-0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