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와 천둥소리
어제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대구지역은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번개와 천둥이 있었다고 하니 국지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가려했으나 비가 내려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제 내린 비는 11호 태풍 ‘할롱’의 영향이었다. 일찌감치 잠이나 자려고 침상에 드러누웠다. 집안에서도 빗줄기가 점점 굵어짐을 느꼈다. 밖을 내다보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번갯불이 번쩍이더니 뒤이어 천둥소리가 우르렁 거렸다. 천둥소리가 그치면 번갯불이 일다가 또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약 1시간 넘게 번개와 천둥이 간간이 잇달았다. 새장 안에서 모이를 쪼던 앵무새 두 마리도 천둥소리에 겁이 났는지 몸을 움추린 채 꼼짝 않고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여름날 가족들과 마루에 모여 있다가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나자 아버지께서는 “ 아이고 무시라”하시면서 겁에 질린 우리 형제들을 방안으로 몰아 넣으셨다.
천둥은 뇌성이나 우레라고도 불리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자연현상의 일종인 번개와 천둥소리의 과학적 원인이 밝혀져 옛날 사람들 만큼 공포를 덜 느끼지만 아직도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나면 몸을 오싹하면서 무서워한다. 어릴 때 나는 천둥소리가 들리면 하늘이 화를 내는 줄로 생각하기도 했다. 천둥과 번개 및 낙뢰현상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기 이전의 옛날 사람들은 천둥이나 번개를 하늘이 노하여 울부짖는 소리로 알아들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릴 적 어른들은 가끔 몹시 나쁜 짓을 한 아랫 사람에게 “야 이 벼락 맞아 죽을 놈아”라고 하시든가, 아니면 “ 야 이 범(호랑이)파 먹을 인간아”라고 들 하시면서 호통을 치시는 것을 가끔 들었다.
나는 사자와 호랑이의 실제 울음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동물원에 가서도 결코 들어보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들었을 뿐이었다. 어제 저녁의 천둥소리는 아마 일만 마리도 넘는 사자나 호랑이가 일시에 울부짖는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으리라! 천둥소리가 우르릉 쾅쾅 거리다 찧어지는 소리를 내면 고막이 터지는 것 같다. 특히 천둥의 무시무시한 굉음에 놀란 임산부들은 뱃속의 태아가 얼마나 놀랄 것인가!
어제저녁 천둥소리가 날 무렵에 가족들은 모두 외출 중이었다. 번갯불이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으르렁 거리는 날이면 밖에 나간 가족들이 왠지 걱정이 된다. 어머니를 모시고 지낼 적, 동생이 여름휴가를 맞아 계곡이나 바다로 멀리 가 있던 날 번개가 일고 천둥이 치면 어머니는 “ 이 난리통에 어디에 가 잘 있는지 전화라도 내보라” 고 하실 적도 있었다.
스무살 무렵 사골에서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울 때였다. 삽으로 벼논의 물꼬를 손질하던 중 번개와 천둥을 만났다. 단번에 삽을 내 던지고 피신할 곳을 찾아 봤으나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근처에 있는 큰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큰 나무 밑은 벼락이 내리칠 가능성이 많은 위험한 곳이었다. 피신장소로 어디가 좋은 곳인지도 몰랐을 뿐더러 엉겹결에 당한 일이라 나무 아래로 뛰어 든 것이었다. 번개와 천둥 그리고 낙뢰에 대처하는 상식이 없어서였다. 지금도 시골에는 그런 곳이 가끔 있지만 당시만 해도 마을입구의 정자나무나 고목나무 아래서 더위를 피해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번갯불이 번쩍이고 천둥이 치는데도 나무 아래서 태연히 버티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은 근처에 깊은 계곡이나 동굴 등 번개와 천둥을 피할만한 장소가 없는데다 비를 피하려다 보니 큰 나무 아래 그대로 서 있었던 것이었다. 참으로 위험한 피신이었다. 나무위에 벼락이 치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결코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
벼락이 꼭 번개가 일고 천둥소리가 나서야 오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 마른 하늘에 날 벼락”(청천벽력)이 칠 수도 있다. 실제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칠 가능성이야 전혀 없지만 우리의 일상에도 예기치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이런 일이 바로 청천벽력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일상 시스템에 예기치 못했던 변고가 생길수 있으니 항상 우리는 시스템을 점검하며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아야 할 것이다.
2014. 8. 11
첫댓글 대구 앞산에 갔을때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요란할때 피할려고 허둥거렸던 때가 생각납니다. 나무아래 피해야 할지 바위아래 피해야할지 정신이 없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