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8월 9일(화)*
▲김연아의 스케이팅 음악
◼탱고에서 탱고로
◀록산느의 탱고
(El Tango de Roxanne)
*2007 쇼트, 세계 신기록
◀거슈인 피아노협주곡 F 장조
*2010년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
◀아디오스 노니노(Aaios Nonino)
-아스트로 피아졸라
*2014년 소치올림픽 은메달
◀House of Woodcock
*2018 All That Skate
◉쉴새 없이 쏟아지는 폭우로
요란한 밤이었습니다.
때론 천둥 번개까지 동원한
무서운 비입니다.
중부지역에 80년 만의 폭우라니
그럴 만합니다.
시간당 백 밀리가 넘는 폭우로
곳곳에서 때아닌 물난리가 났습니다.
◉산사태 경보는
계속 날아들었습니다.
산을 끼고 있는 집이라
밤새 몇 차례나 들락거렸습니다.
결국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빗물이 예사롭지 않아
빗속에 물길 돌리는 작업으로
임시방편을 취했습니다.
자정 지나 3시간 동안
정전까지 된 상황이라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블록과 벽돌로 물길을 돌려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습니다.
산을 곁에 두고 사는 게
좋은 점도 많지만
재해 때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하늘에서 남북 전쟁을 벌이면서
비는 며칠간 더 내릴 모양입니다.
빗물을 오래 머금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사고의 위험성아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래서 비가 그칠 때까지
걱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과거 입추가 지나
계속 비 내리면 등장했던
기청제(祈晴祭)라도 지내야 할
모양입니다.
누가 이 비를 멈추게 할 것인가?
Who’ll Stop the Rain?!!
◉피겨 스케이팅은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놀이에서 유래된 스포츠입니다.
피겨(Figure)란 말은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기하학에서 사용되는
도형이란 의미로 가져왔습니다.
빙판 위에서 도형을 그리듯이
스케이트를 타고 움직이는 데서
유래됐습니다.
1743년 영국에서 처음
피겨 스케이팅이 등장할 때부터
음악은 빠질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다양한 기술과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음악은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그 음악은 피겨 스케이팅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은
2분 50초 전후의 ‘쇼트’와
4분 30초 전후의 ‘프리’,
두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기술과 연기를
보여줍니다.
◉‘쇼트’와 ‘프리’를 위해
선택한 음악과 함께
기술과 안무를 끊임없이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 가는 동안
선수와 음악은 하나가 됩니다.
사용되는 음악은 다양합니다.
클래식이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이 경우 피겨 연기에 맞게
대부분 편곡해서 사용합니다.
재즈와 팝, 뮤지컬, 탱고,
영화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수의 음성이 들어가는
음악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규정이 바뀌어 그 제약도
사라졌습니다.
◉피겨스케이터가 좋은 연기를
펼치면 그 선수가 사용한 음악도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연아가 사용한 배경음악이
그 경우에 해당합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고
각종 대회에서 11번이나
세계 기록을 경신하는 동안
그녀는 다양한 배경음악을
사용했습니다.
그녀의 멋진 연기 덕분에
배경음악도 익숙해졌습니다.
◉영화 ‘믈랭루즈’(Moulin Rouge)에
나오는 ‘록산느의 탱고’
(El Tango de Roxanne)는
김연아의 음악처럼 돼버렸습니다.
2007년 16살의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면서
쇼트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록산느의 탱고’를 들고나왔습니다.
그리고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허리 부상이 심한 상황에서
음악처럼 강렬하고 화려한
연가를 펼쳤습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말이
음악을 다소 가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시 감격의 순간을
불러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Eq_tPKQAEug
◉이후 ‘종달새의 비상’과
‘박쥐 서곡’, ‘미스 사이공’,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의
배경음악과 함께 멋진
피겨 연기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김연아입니다.
그리고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새 여왕의 대관식은 끝났습니다.’
미 NBC의 방송 해설진은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말 그대로 세계 신기록으로
피겨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금메달을 가져온 쾌거였습니다.
◉‘쇼트’에서 김연아는
영화 007 메들리 음악을
들고나와 마지막에
본드 걸의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습니다.
그리고 ‘프리’에는 조지 거슈인의
‘파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골라서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한
‘Summertime’이란 불멸을
음악을 남긴 거슈인입니다.
◉1925년 뉴욕 필하모니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이 음악은
재즈 음악에 정통한 거슈인의
작품답게 재즈 색채를
엿볼 수 있는 피아노협주곡입니다.
거슈인이 피아노를 치며
55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카네기홀에서 초연을 가져
대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선율에
맞춘 김연아의 불멸의 연기는
전설로 남았습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당시 감격의 순간입니다.
https://youtu.be/qOLyPPDD1Ao
◉2014년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선택해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마지막 ‘프리’에서 선택한
배경음악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였습니다.
록산느의 탱고와 함께
시작한 시니어 무대를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탱고로 마무리하면서
안녕(Adios)을 고했습니다.
뉴욕에서 머물던 피아졸라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밀려오는 슬픔과 아픔을 담아
만든 탱고곡입니다.
Nonino는 손주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당연히 금메달을 따야 했던
김연아가 러시아의 텃새로
은메달에 머무르면서 세계가
시끄러웠지만 김연아는 의연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래도 피겨 올림픽 2연패라는
대기록이 아쉽기는 합니다.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에 비해
금메달을 가져간 소트니코바는
‘프리’에서 넘어지는 등
몇 번의 실수를 저지르고도
금메달을 가져갔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ESPN이
긴급 여론 투표를 한 결과
미국인 92%가 김연아가 금메달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독일 중계진은 김연아는
4분여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는 길로 멋지게 데려다줬지만
판정 결과는 아주 실망스러웠다고
방송했습니다.
이탈리아 중계진은
말도 되지 않는 강도짓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싱글 역사상
가장 미완성된 챔피언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탱고 리듬에
맞춘 김연아의 의미 있는
선수 생활 마지막 연기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peX_eX06DN8
◉올댓스포츠(All That Sports)는
김연아의 어머니가 대주주인
스포츠 기획사입니다.
김연아 역시 주주로 메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가
바로 ‘All that Skate Ice Show’
입니다.
2010년부터 열려 온 아이스쇼는
2019년 이후 코로나 사태로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2018년의 ‘올 댓 스케이트’는
김연아가 은퇴 쇼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날 링크에 오른 김연아는
주목받을 만한 배경음악을
골라 나왔습니다.
바로 2017년에 개봉됐던 영화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의
사운드트랙 ‘House of Woodcock’
이었습니다.
Woodcock은 바로 주인공의 ‘
이름으로 1950년대 전후
런던 의상계의 거물이었습니다.
제목인 ‘유령의 실’은
거기서 나온 제목입니다.
‘라디오헤드’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조니 그린우드가
작곡했습니다.
2018년 아카데미 스코어 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보스턴 영화 평론가협회 등
여섯 곳에서 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진 음악입니다.
이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김연아의 연가를 만나봅니다.
점프 등의 과정은 생략됐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성숙해진
김연아의 연기가 반갑습니다.
https://youtu.be/OEc58zoP5z4
◉‘올 댓 스케이트’는
김연아와 고우림의 결혼 발표 이후
다시 주목받는 행사가 됐습니다.
김연아와 고우림의 첫 만남이
여기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이 행사에는
팬텀싱어 시즌 1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가 사흘 연속
출연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째 행사 때
포르테 디 콰트로에게
다른 일정이 생겼습니다.
‘불후의 명곡’ 정훈희 편의
녹화가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포레스텔라가 그 자리를
메워서 출연했습니다.
◉김연아와 고우림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런 우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원래 김연아는 포르테 디 콰트로
고훈정의 팬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대신한
포레스텔라에서 서로가
영원한 팬이 될
고우림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인(緣)이라는 게
재미있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첫 만남 뒤
1년 정도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에 처음 만나 3년
교제했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
그리 추정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조심스럽게 사랑을 가꿔온
두 사람입니다.
지나친 관심보다는
조용히 지켜보는 게
진정한 축하인 듯합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