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속에 호랑이
나는 지금 두 손을 들고 있는 거라
뜨거운 폭탄을 안고 있는 거라
부동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는 거라 빠빳한 수염털 사이로 노랑 이그르한 빨강 아니 불타는 초록의 호랑이 눈깔을
햇빛이 광광 내리퍼붓고
아스팔트 너무나 고요한 비명 속에서
노려보고 있었던 거라, 증조할머니 비탈 밭에서 호랑이를 만나, 결국 집안을 일으킨 건 여자들인 거라, 머리가 지글거리고 돌밭이 지글거리고, 호랑이 눈깔 타들어 가다 못해 슬몃 뒤돌아 가 버렸던 거라, 그래 전 재산이었던 엇송아지를 지켰고 할머니 눈물 돌밭에 굴러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그러다가 딱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식의 호랑이를 만난 것이라
신호등을 아무리 노려봐도 꽉 막혀서
- 다리 한 짝 떼어 놓으시지
- 팔도 한 짝 떼어 놓으시지
이젠 없다 없다 없다는데도
나는 증조할머니가 아니라 해도
- 머리통 염통 콩팥 다 내놓으시지
- 내장도 마저 꺼내 놓으시지
저 햇빛 사나와 햇빛 속에 우글우글
아이구 저 호랑이 새끼들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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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제가 쓴 시입니다.
범죄도시
내가 누구게
니 세상이 어째 돌아가는디 모르지
그게 뭐니
내가 뉘긴디 아니, 라고 해야
팔다리 멀쩡하지
내가 뉘긴디 아니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그게 뭐니
내 돈 받으러 왔는데 뭐 그것까디 알아야 되니, 라고 해야
하나뿐인 목숨 붙어 있지
정말 내가 누군디 모르니
그거 알면 내가 여기 왜 있어
그게 뭐니
나 하얼빈 장첸이야, 라고 해야
진짜 나를 아는 것이지
내가 너한테 있는기 아니라
나는 나한테 있는기야
그걸 모르니 여태 혼자지
아니, 싱글이야
숨을 쉬고 싶다,
그래, 숨, 숨, 쉬어
진실의 방에서
뭐가 진짜니?
(-김서정)
(설화 찾으려면 시간이 걸려 재밌게 본 ‘범죄도시’로 시를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