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장철이 되면 약간의 고민을 한다.
할까 말까?
올해는 말까에 가까웠다.
배추가 비싸서도 아니고 양념거리가 없어서도 아니다.
잘 안 먹으니 해 봐야 또 쟁여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거의 안 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무를 뽑아야 한다기에 죽곡정사로 갔다.
김장은 안하더라도 무는 몇 개 가져다 저장을 해 두어야
겨울이 좋다
먹어봐야 몇 개 안 되겠지만 그래도 또 욕심에 한다.
두었다가 얼른 썰어 말릴 수도 있고
필요하다고 하면 몇 개 나눌 수도 있다.
올해는 배추도 배추려니와 무도 안 이뻤다. 거뭇거뭇 흠집이 있는대다가 잎파리가 성하지도 않고
매끈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다발씩 나눠먹기 위해 다섯다발을 묶었다.
이쁘던 안 이쁘던 내 땅에서 난 것이니 저장을 하고 나눠야지
마침 배추도 옆에 있었는데 정작 심은 사람들은 김장용 배추를 사러 갔다고 했다.
김장을 말까로 정하던 마음이 갑자기 돌아섰다.
속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 먹을 김치야?
하나를 캐서 반으로 나워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7포기를 캐서 실었다.
남편이 실어주면서도 웃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배추 내리고 무 내려서 저장용 잘라 담느라니 공부보살이 왔다.
미리 전화를 해 두었었다.
무 한다발에 시래기가지 가져온 가방? 을 가득 채워주었다.
힘드니 가서 쉬겠다고 가고 난 정리해가며 소금 퍼다가 배추를 간했다.
저녁 챙겨 먹고 한번 뒤집에 두었다가 아침에 보니 씻어도 되겠기에 씻어 두었다.
고추방아도 안 찍어서 챙겨 실어 두었다.
내일은 고추방아 찧어와야겠다.
일년 내내 고추 키워 말린 것이 제법이었다.
하루 종일 젓갈 정리도 하고
멸치와 북어 다시마 버섯 넣어서 육수 만들어 찹쌀 넣어 끓여 두었다.
김치 담을 양념은 고추방아만 찧어 오면 다 있다.
배, 무, 생강, 파, 마늘, 청각, 갓, 젓갈까지
잘 버무려 담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몇 번이나 김치를 담을 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으니 맛있게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