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한 서울의 봄/김필로
1979년
뱀 같은 푸른 새싹들은
몸에 맞는 봄을 만들기 위한 연기를 마시며 몽실몽실 근육에 기운을 쏟았다
민주화를 재단하는 소리가 개굴개굴 저마다 쪽문으로 들어온다
그때 나는 세상 모르는 20대 아가씨였고
더구나 열애 중이므로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늘 봄이었다
이듬해 결혼을 할 때도
서울의 봄은 비교되지 않았다
그리고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2023년
40년의 세월이 훌쩍 자라서 바벨탑처럼 하늘을 닿으려 해도 마음 담지 않은 그해 봄이 스크린을 통해 재조명되었다
시대의 흑역사를 늙음의 눈으로 바라 보는 시선이 금붕어처럼 튀어나오고 눈알에 핏발이 서린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의 혁명이냐 반란이냐 애국이냐 하는 총부림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시집가고 장가드는 현실이 이상한 나라 사람처럼 갑갑하고 미안하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세상을 아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뼈가 물렁한 도가니탕 한 그릇을 뜨끈하게 비워가며 생각한다
나라를 걱정했던 자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삶이 배고파서
도가니탕은 더욱 희뿌옇고
뼈가 없어진 나라는 더욱 붉은 거라고
발갛게 버무린 깍두기를 얹어
기어히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는
나는 무엇이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