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벼슬 하나를 감당할 만하고,
행동은 한 고을에서 뛰어나고,
덕은 한 임금을 받들기에 적당하고,
능력은 한 나라의 신임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자신을 보는 것도 이 메추리와 같다.
송영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웃었다.
그는 온 세상이 칭찬을 한다 해도
즐거워하는 일이 없었고,
온 세상이 비난을 한다 해도 기죽는 일이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과 밖의 일의 분수를 잘 알고
영예와 치욕의 한계를 알고 있었으므로, 그럴 수 있었다.
그는 세상일에 대해 급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완전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열자(列子)는 바람을 타고 다녔다.
한 번 나서면, 15일이 되어야 돌아왔다.
그는 바람에 연연하여 마음 졸이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걸어다니는 것을 비록 면했다 해도
아직도 의지하는 데가 있다.
만약, 하늘과 땅의 참 모습을 타고
날씨의 변화를 따라 무궁함에 노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디에 의지하는 데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지인(至人)은 자기가 없고(無我),
신인(神人)은 이룬 공이 없고(無爲),
성인(聖人)은 이름이 없다(無分別)고 하는 것이다.
故夫知效一官, 行比一鄕, 德合一君而徵一國者, 其自視也亦若此矣.
(고부지효일관, 행비일향, 덕합일군이징일국자, 기자시야역약차의.)
而宋榮子猶然笑之. 且擧世而譽之而不加勸, 擧世而非之而不加沮,
(이송영자유연소지. 차거세이예지이불가권, 거세이비지이불가저,)
定乎內外之分, 辯乎榮辱之境, 斯已矣. 彼其於世未數數然也. 雖然, 猶有未樹也.
(정호내외지분, 변호영욕지경, 사이의. 피기어세미수수연야. 수연, 유유미수야.)
夫 列子御風而行, 冷然善也, 旬有五日而後反. 彼於致福者, 未數數然也.
(부열자어풍이행, 냉연선야, 순유오일이후반. 피어치복자, 미삭삭연야.)
此雖免乎行, 猶有所待者也.
(차수면호행, 유유소대자야.)
若夫乘天地之正, 而御六氣之辯, 以遊无窮者, 彼且惡乎待哉!
(약부승천지지정, 이어육기지변, 이유무궁자, 피차악호대재!)
故曰, 至人无己, 神人无功, 聖人无名.
(고왈, 지인무기, 신인무공, 성인무명.)
[출처] <장자(莊子) 내편> '소요유(逍遙遊)'
장자(莊子)는 초월의 경지를 4가지 단계로 설정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계는 극히 현실적인 상식인(常識人)이며 메추라기와 같이 국량(局量)이 좁은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 단계는 송영자(宋榮子) 같은 사람을 일컫고 있습니다. 송영자는 송나라 사상가로서 반전 평화주의자이며 특히 칭찬이나 모욕에 개의치 않고 초연하였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아직도 칭찬 받으려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예시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로는 열자(列子)와 같은 사람입니다.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비행하다가 15일이면 돌아왔는데 그것은 보름마다 불어오는 바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열자도 자유롭기는 하지만 아직도 바람이라는 외적 조건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지요. 猶有所待者 즉 아직도 의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지요.
넷째 단계가 아마 장자가 절대자유의 단계라고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도와 함께 노니는 소요유의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단계에 이른 사람을 성인(聖人) 신인(神人) 지인(至人)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신인 지인은 '장자'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한 마디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무기(無己) 무공(無功) 무명(無名)의 경지에 있는 사람입니다. '절대자유의 경지'입니다. 전체의 뜻을 함께 새겨보기로 하지요.
"그러므로 그 지식이 벼슬자리 하나 채울 만한 사람, 그 행위가 마을 하나를 돌볼 만한 사람, 그 덕이 임금 하나를 모실 만한 사람, 그런 사람들은 국량이 좁기가 메추라기와 같다.
그래서 송영자는 그런 사람을 비웃는다. 세상이 그를 칭찬한다고 해서 더 분발하지도 않고 세상이 그를 비난한다고 해도 기죽는 법이 없다. 내심(內心)과 외물(外物)을 구별하고 영예와 치욕의 경계를 구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계에 있을 뿐이다. 비록 세상일을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이르지 못한 경지가 있었다. 열자는 바람을 타고 다니며 거리낌없이 노닐다가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 그는 세상의 행복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걷는 수고를 면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의지하는 데가 없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천지 본연의 모습을 따르고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무한한 경지에 노닐 수 있다면 그는 또 무엇에 의지하겠는가? 그러므로 지인(至人)은 자기가 없고 신인(神人)은 공적(功績)이 없고 성인(聖人)은 명예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장자세계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도(道)를 터득하여 이를 실천하는 노자(老子)의 경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도와 일체가 되어 자유자재로 소요하는 경지를 의미합니다.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無待), 무엇에도 거리낌없는(無碍)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무아(無我), 무위 (無爲), 무분별 (無分別) 경지이다.
출처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