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자식 잃은 부모
2일 전 만물상 자식 잃은 부모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순직한 문광욱 해병대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가 이듬해 여름에 연평부대를 방문했다. 문씨의 두 손은 무더위를 식혀 줄 수박을 들고 있었다. 아들 동료들이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문씨
만물상] 자식 잃은 부모
이하원 논설위원
입력 2023.07.23.
萬物相~자식 잃은 부모
라일락 ・ 2023. 7. 24. 13:41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순직한 문광욱 해병대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씨가 이듬해 여름에 연평부대를 방문했다. 문씨의 두 손은 무더위를 식혀 줄 수박을 들고 있었다. 아들 동료들이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문씨는 "너희들은 잘 싸웠다. 광욱이 대신 연평도 잘 지켜라"고 위로했다. 같은 해 아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내고 2021년 해병대에도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다. 명예 해병이 된 그는 "광욱이는 만 18세에 시간이 멈춰버렸지만 아들의 후배들은 사회생활 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단원고 교사 남윤철씨 장례식장에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남 교사는 가라앉는 배에서 제자들에게 구멍조끼를 나누 주며 대피를 도운 후 시신으로 돌아왔다. 남 교사 아버지는 "생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데 먼저 빈소를 차린 게 미안할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남 교사 어머니도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내 아들, 의롭게 갔으니 그걸로 됐다." 자식잃은 부모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덴마크의 역학과학센터가 31만명의 부모를 추적 조사해 보니 자녀 잃은 어머니는 18년 내 사망 비율이 40%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심리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 맡아본 적 있나, 부모 속이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 리 밖까지 진동하는 거여." 영화 '괴물' 의 주인공 희봉의 말이 명대사로 기억되는 이유다.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참척(慘慽)' 의 아픔이라고 한다. 충무공 이순신은 아들 면의 전사 소식에 "네가 죽고 내가 사는 것은 무슨 괴상한 이치란 말이냐. 온 세상이 깜깜하고 해조차 색이 바래 보인다"고 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아들을 잃고 "하느님도 너무하신다"며 통곡했다. "내 수만 수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 -."
#경북 예천의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수근 상병 부모가 육필 편지를 해병대에 보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보겠다." 고 했다. 해병대 발전도 기원했다. 길지 않은 편지에 '감사' 가 네 차례나 등장한다. 하늘이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 위로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지막히 기도해본다. 하늘의 위로가 함께하기를- - -.
옮긴글,작성; 이 하 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