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저작인격권
이 절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정신적 권리인 저작인격권으로서, 공표권,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 등 3종을 규정한 것이다. 구저작권법(1957년)에는 귀속권(동법§14), 공표권(동법§15), 원상유지권(동법§16), 변경권(동법§17) 등 4종으로 되어 있었으나, 구법(1986년)에서는 각국의 예에 따라 공표권,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 3종으로 하였던 것이며, 2006년 개정에서도 저작인격권의 종류에 있어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리고 구저작권법상 귀속권은 성명표시권(현행법§12)과 내용이 같은 것이며, 원상유지권은 동일성유지권(현행법§13)으로 명칭을 바뀐 것이고, 변경권은 동일성유지권과 표리(表裏)관계인 것이므로 동일성유지권에 포함시키면 결국 3종이 되는 것이다.
제11조 (공표권)
「①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2006.12. 일부수정)
② 저작자가 공표되지 아니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제45조에 따른 양도, 제46조에 따른 이용허락, 제57조에 따른 출판권의 설정 또는 제101조의6에 따른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설정을 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의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2006.12., 2009.4. 일부수정)
③ 저작자가 공표되지 아니한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이하“미술저작물 등”이라 한다)의 원본을 양도 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의 원본의 전시방법에 의한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2006.12. 일부수정)
④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된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이 공표된 경우에는 그 원저작물도 공표된 것으로 본다.」
11-A. 이 조는 저작인격권 중에 첫 번째인 공표권을 규정한 것이다. 공표권이란 저작물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권리인데, 저작물의 공개여부는 저작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작물의 이용은 저작물의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의 양도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한 경우에는 저작자가 아닌 이용자에 의한 저작물의 공표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표의 개념에 대하여는 제2조에서 25호로 정의를 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11-B. 일본에서는 1999년 정보공개법의 제정과 함께, 정보공개법의 시행에 따른 관계 법률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비법’)도 제정 시행하고 있으며, 그 정비법에 의하여 저작권법도 일부 수정되었는데, 수정된 부분은 공표권, 성명표시권 및 저작재산권과 출판권, 저작인접권의 일부를 제한하였으며, 우리도 정보공개법과 저작권법의 상충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같은 정비법이나 저작권법의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나, 2006년 및 2009년 개정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다만, 여기서는 공표권에 관하여 일본 저작권법이 수정된 부분만 요약해 본다면,
첫째는 미공표의 저작물을 행정기관에 제공한 경우에 그 행정기관의 장이 정보공개법에 의하여 공중에게 제공 또는 제시하거나, 또는 미공표의 저작물을 지방공공단체에 제공한 경우에 그 지방공공단체의 장이 정보공개조례에 의하여 공중에게 제공 또는 제시하는 경우에 저작자는 그러한 제공 또는 제시에 동의한 것으로 보며(일저 §18.③ 신설),
둘째는 정보공개법에 의하여 행정기관의 장이 정보가 기록된 저작물로서 미공표의 것을 공중에게 제공 또는 제시하거나,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장이 정보공개조례에 의하여 정보가 기록된 저작물로서 미공표의 것을 공중에게 제공 또는 제시하는 경우에는 제18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동조 ④) 다시 말하면 정보공개법이나 정보공개조례에 의하여 행정기관의 장 등이 공개를 하는 경우에는 저작물 공표의 개념에 포함시키지 않아 공개 후에도 미공표의 저작물로 되는 것이다.
▷ [제1항]
11-1-A. 이 항은 이른바 저작자의 내비적(內秘的)인 자유를 보장하는 권리, 즉 저작자는 저작물에 의하여 자신의 사상⋅감정을 외부에 표현하는 것이지만 저작자의 명성⋅지위⋅성공 등은 어느 시기에 어떤 형태로 공개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공표권이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공표권에 의한 실익은, 첫째로 저작자에게 무단으로 저작물을 공표하고자 한다면 침해 예방을 위한 정지청구를 할 수 있는 물권적 권리가 작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일반적인 인격권이나 명예권인 경우에는 저작물이 무단으로 공개되었을 경우에 어떤 정신적 손해가 있었는지 입증을 하여야 하지만, 공표권이 법률상 인정되어 있다면 무단공표의 사실만 입증하면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입증이 불필요한 것이다. 물론 공표권의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정신적인 손해액의 입증은 필요하겠으나, 침해정지 등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공표 사실만 입증하면 될 것이다.
다음에 공표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대하여, 첫째로 저작자는 미공표의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지 아니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고, 둘째는 공표를 한다면 어떤 형태로 공표할 것인지, 예컨대 책으로 출판할 것인지 혹은 무대에서 상연할 것인지 또는 영화로 공개할 것인지 하는 최초의 공표방법을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셋째는 공표의 시기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다만 주의를 요하는 것은 이러한 공표권은 제3자에게 자신의 미공표저작물을 공표하도록 적극적인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무단공표를 금지하고 또한 공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공표를 허락하거나 공표의 조건을 부가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권리이므로 적극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소극적인 권리이며, 또한 공표권은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권리로서 두 번 이상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사법부의 판례도, 인터넷 게시판 글의 무단이용에 대하여, ‘이미 PC통신 등을 통해 일반 공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이를 공표하였음을 원고 스스로 자인하고 있으므로 비록 피고가 이를 무단으로 자신의 당보 등에 게재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의 공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 사법부의 판례는, 저작권이란 원래 ‘만들어 낸’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타인이 망인(亡人)의 일기를 임의로 작성하여 망인이 작성한 것으로 표시하여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더라도 이름을 도용당한 자의 인격권(일반적 인격권)의 침해가 되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저작인격권의 침해는 아니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구저작권법(1957년)에는 미공표인 저작물의 원본과 그 저작권에 대하여는 채권자를 위한 압류금지를 규정(동법 §28)하여 저작자의 공표권을 한층 더 보호한 것 같으나, 이와 유사한 규정이 민사집행법(§195. 12호)과 국세징수법(§31. 10호)에도 있으므로 중첩적인 명시를 피하기 위하여 구법(1986년)에서는 삭제하였던 것이며, 또한 2006년도 개정에서는 구법상 ‘그 저작물’을 “그의 저작물”로 수정하였으나 내용상의 차이는 없다.
▷ [제2항]
11-2-A. 이 항은 저작자가 공표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거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이 그 저작물을 공표할 수 있도록 추정 규정을 둔 것이다. 왜냐하면 저작물의 이용은 저작물의 공표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저작자가 공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거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하였다면 저작재산권의 양수인이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은 사람이 저작물을 이용하려고 하여도 저작물이 미공표의 상태이므로 저작자를 통하여 저작물을 공표하게 하거나 또는 이용자 등이 저작물의 공표를 위하여 저작자의 별도 허락을 받아야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작물의 이용편의를 도모하고, 또한 저작자에게도 이미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거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한 경우에는 그 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공표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추정규정을 둔 것이다.
우리 구 저작권법(1957년)에는 이러한 추정규정이 없었지만 일본 저작권법에는 이러한 추정규정이 있고(동법 §18.②), 독일에서는 1965년 현행법의 전면개정 시에 위와 같은 사안을 감안하여 공표권을 아예 저작물 이용권의 한 형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 사법부의 판례도 ‘상업적 이용 또는 공표권이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저명인사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였다.
또한 우리 판례는, 모델 소설을 쓰려는 목적을 밝힌 작가에게 고인(故人)의 편지를 그의 어머니가 주었다는 것은 그 편지의 공표와 이용에 대한 묵시적 허락이 있은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의 판례는, 설계도서의 복제권을 양도함으로서 그 설계도서의 공표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어, 비록 그 설계도서가 완전히 공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없다고 하였다.
11-2-B. 이 항은 2006년 개정에서 종전의 ‘제41조’를 “제45조”로 또한 종전의 ‘제42조’를 “제46조”로 수정하고, 2009년 개정에서 “제57조에 따른 출판권의 설정”과 “제101조의 6에 따른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설정이 추가되었다. 제45조와 제46조가 수정된 것은 당시 저작권법의 개정에서 새로운 규정들의 신설로 인하여 종전의 규정들이 순차로 미루어졌기 때문이며, 2009년도 개정에서 제57조에 따른 출판권의 설정을 추가한 것은, 출판권의 설정 그 자체도 저작물 이용허락의 한 형태이나 종전에 미처 생각지 못하여 명시하지 못한 것을 추가한 것이고, 제101조의 6에 따른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설정을 추가한 것은, 종전의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상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설정제도가 있었으나(동법 §16) 2009년도 저작권법의 개정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을 저작권법으로 일괄 보호하기로 하여 종전의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을 폐지되었으나(부칙 §2),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설정제도는 컴퓨터프로그램 이용허락에 대한 특칙의 하나로서 저작권법 제101조의 6에 신설하였으므로 이 항에서 제101조의 6을 추가한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상 기존의 출판권의 설정제도나 프로그램배타적발행권의 설정제도나 해당 저작물의 차이만 있을 뿐, 저작물 이용허락의 한 형태로서는 같은 것이다.
▷ [제3항]
11-3-A. 이 항도 입법취지에 있어서는 위 제2항과 같은 것이나, 저작물의 종류에 차이가 있어 이용 형태가 다를 뿐이다. 다만 이 항에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저작재산권의 양도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이 아니라,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을 양도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며, 또한 동의가 추정되는 공표의 방법도 전시에 의한 공표에만 한정된 것이다. 그리고 이 항도 2006년 개정에서 약간의 수정이 있었으나, 그것은 종전의 ‘원작품’을 “원본”으로 수정하였을 뿐이며, 내용상의 차이는 없다.
▷ [제4항]
11-4-A. 이 항에서는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한 2차적저작물이나 편집저작물이 공표된 경우에는 원저작물도 공표된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2차적저작물이나 편집저작물의 작성에는 원칙적으로 원저작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 그러나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된 2차적저작물이나 편집저작물은 적법한 것이므로 2차적저작물 등의 작성자는 그들이 작성한 2차적저작물 등을 임의로 공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공표하여도 원저작물의 저작자에게는 저작권법상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며, 또한 2차적저작물과 편집저작물은 원저작물과 내용은 같은 것이나 표현형식이나 배열이 다를 뿐이므로 2차적저작물 등이 공표되었다면 원저작물도 공표된 것으로 보아 원저작물에 대한 제3자의 이용편의를 도모한 것이다.
원저작자로서는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을 동의하였으므로 이미 2차적저작물 등이 독립된 저작물로서 공표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사법부의 판례도 타인의 수기(手記)를 그 저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잡지에 발췌 게재한 것에 대하여는 그 수기에 대한 공표권의 침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