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째서 답이 이효리에요? 장길산 아니에요?
장길산?
장길산은 산이고 다른 것은 전부 움직이는 인물이잖아요?
........................
요즈음 아이들한테는 무식도 엽기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15. 다음의 캐릭터 중 그 성립과정이 다른 하나는? <교과서 44쪽 참조> (5.0점)
① 슈렉 ② 미키마우스 ③ 이효리 ④ 뺑덕어멈 ⑤ 장길산
이효리는 실존인물이 캐릭터화 된 예이고 다른 것은 전부 창작 캐릭터이다.
그러나 견문이 짧다보니 장길산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山'으로 인식된다.
장길산이 누군지 몰라서 문제를 못 풀었다고 항의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대갈일성을 터뜨린다.
'야 이놈들아, 몰라서 문제를 틀렸으면 부끄러워해야지.
선생님, 전 한글을 몰라서 문제를 풀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항의하는 꼴 아니냐?'
이 아이들에겐 최소한의 추리력도 없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정말로 걱정이다.
제일 쉬운 문제를 제일 많이 틀렸다.
'야들아, 나무를 불에 구우면 숯이 된다는 사실은
쌀을 익히면 밥이 된다는 것과 같이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현상 아니냐?
어째서 나뭇가지를 구웠는데 연필이 되고 펜이 된다고 판단이 되냐?'
4. 포도나무나 버드나무 가지를 구워서 만든 이 소묘재료는
잘 지워지므로 초보자의 소묘 재료로 적합한데
완성 후에는 정착액을 뿌려서 보관한다.
식빵을 지우개로도 사용하는 이 소묘재료는? <교과서 14∼15쪽 참조>(4.0점)
① 연필 ② 펜 ③ 목탄 ④ 콩테 ⑤ 붓
교과서를 펼쳐놓고 치르는 미술시험은 '생각'만 하면
말 그대로 정답이 교과서에 굴러다닌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생각을 하지 않고 시험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남루한 차림의 청년이 매일저녁 빵 가게에 들러서
쉬어빠진 싸구려 식빵을 사가곤 했는데
빵집 주인 노처녀는 이 청년에게서 연민의 정을 느꼈다.
아이고오 불쌍해라.
울매나 가난했으면 저런 빵으로 저녁을 때우노.
내가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야지.
겉으로는 싸구려 빵이지만 속에는 맛난 고급 재료를 듬뿍 넣어서
노처녀는 이 청년에게 빵을 주었다.
자신이 만들어준 빵으로 식사를 하는 청년의 모습을 그려보며
알록달록한 반응을 고대하던 불쌍한 노처녀는
그러나 얼마 뒤 빵집에 들이닥친 청년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고함소리를 들어야만 하였다.
야이 미친여자야!
왜 쓸데없는 짓을 해갖고 남의 작품을 망쳐놓았어!
청년은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노처녀가 만들어준 빵으로 그림을 지우려던 청년은
식빵 속의 이물질이 목탄화에 칠갑이 되는 바람에 그림을 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작가 오 헨리가 설정한 기막힌 반전에 매료된 듯 입을 벌린다.
리얼리즘의 찬물을 끼얹을 상황이 무르익었다.
'오 헨리가 한번이라도 목탄으로 그려본 경험이 있다면
이 따위 엉터리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또 한번 교사를 쳐다본다.
상대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일개 고등학교 미술교사가
작가의 명성에 함부로 도전하고 있다.
'세상에 어떤 멍청한 화가가 목탄화를 식빵을 칠판 지우개처럼 지운단 말인가....
또 그렇게 지울 정도의 목탄화라면 이미 망친 그림이다.
식빵을 조금씩 뜯어서 꼭꼭 눌러가며 지우는 것이 식빵 지우개의 사용실태이고
또 그렇게 빵을 뜯다가 맛있는 앙꼬를 발견했으면
맛있게 먹을 일이고 오히려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야 이치에 맞는다.
이 양반이 쓴 글은 하나같이 체험에서 우러난 진실된 글이 아니라
잔머리를 굴려서 지어낸 거짓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아내는 머리카락을 잘라서 시계줄을,
남편은 시계를 팔아서 머리빗을 준비한다는 크리스마스 선물,
이런 우연이 성립될 확률....몇 백 만 분의 일쯤 될까.....
마지막 잎새만 해도 그렇지,
담벼락에 이파리가 붙어 있으면 생의 의욕을 되찾고
떨어지면 죽을 정도의 민감한 신경계를 지닌 여주인공이
그려 붙인 가짜이파리와 진짜를 구별 못할 정도로 둔감하단 말인가.........
문제풀이를 하다가 수업은 엉뚱하게도 문학비평 쪽으로 흘렀다.
영민한 아이들이라면 현대미술 비평쪽으로 수업을 진행하고도 싶지만
장길산을 산이라고 우기는 아이들은
볼록판화와 오목판화의 차이점에 관한 설명을 듣다가
이내 잠과의 싸움에 돌입한다.
나는 할 수없이 자투리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재운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엎드린다.
미술실에는 적막이 흐른다.
38명이 이렇게 혼연일체가 되어 잠 속으로 빠져드는 광경은
자칫 장엄하기까지 하다.
나는 컴퓨터에서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를 찾아서 나지막히 틀어준다.
아이들은 꿈속에서 드보르작의 음률속으로 빠져드는 환상체험을 하게된다.
첫댓글푸하하하하~퍽 괜찮은 선생님...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 2악장 라르고는 "꿈속의 고향", 꼭 꿈속에서 듣고 있는것 같지요.멀리서 들려오는듯 싶은 잉글리시 호른의 소리...책상 위에 엎드린 그 짜투리 잠은 얼마나 달콤할까? 신재욱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 옵니다요.(*)
신종봉선생님 안녕하세요? 옛날에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엣날에, YMCA 문화유산 답사를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쌤은 아마 절 모르실 거예요. 절탑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선생님이 참 좋았답니다. 그 뒤로 이상석쌤하고 글쓰기회 공부할 때도 한번 뵌 것 같기도 하고.
신종봉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책 아주 인상깊게 읽었어요. 한 권은 '핵충이 나타났다!'고 또 한 권은 제 기억이 맞다면 '아내에게'라는 책이었지요? 그리고 십 년 전이던가요? 선생님이랑 망미동 어디선가에서 맥주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글을 안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푸하하하하~ 아까 새벽에는 헤롱헤롱해서 선생님글 자세히 읽어 보지도 않고 선생님 이름만 보고 반갑습니다 인사만 올렸더랬어요. 지금 다시 글을 다 읽어 보고 한 참 웃었어요. 선생님 글 너무 재밌어요. 특히 이 부분이 압권입니다.'38명이 이렇게 혼연일체가 되어 잠 속으로 빠져드는 광경은 자칫 장엄하기까지 하다. '
첫댓글 푸하하하하~퍽 괜찮은 선생님...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 2악장 라르고는 "꿈속의 고향", 꼭 꿈속에서 듣고 있는것 같지요.멀리서 들려오는듯 싶은 잉글리시 호른의 소리...책상 위에 엎드린 그 짜투리 잠은 얼마나 달콤할까? 신재욱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 옵니다요.(*)
이상석샘은 음력 섣달 초이레생? 울 친정어머니가 음력 섣달 초엿새생이시니...저절로 생각나겠는걸요?히히힛. 미역국이랑 흰밥,좋아하시는 과메기와 소주한잔 드셨겠지요? 늘,건강하시길!!
신종봉선생님 안녕하세요? 옛날에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엣날에, YMCA 문화유산 답사를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쌤은 아마 절 모르실 거예요. 절탑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선생님이 참 좋았답니다. 그 뒤로 이상석쌤하고 글쓰기회 공부할 때도 한번 뵌 것 같기도 하고.
조금전까지 글쓰기 연수 숙제 하느라 씨름하다가 (지금 제가 쓰고 있던 이야기가 너무 갑갑해서) 잠깐 들어왔는데,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 듣고 잠깐 쉽니다. 오헨리 이야기,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상석 오라바이, 생일 축하합니다. 우리 신랑은 정월 초이레인데, 한 달(? 히히) 먼저 태어나셨네요. 인자 쌤 생일은 안 까묵겠다. (안 까묵으면 뭐하노? 챙기주지도 몬 하민서) 방금 그랬지요? 그래도 안 까묵으께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신종봉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책 아주 인상깊게 읽었어요. 한 권은 '핵충이 나타났다!'고 또 한 권은 제 기억이 맞다면 '아내에게'라는 책이었지요? 그리고 십 년 전이던가요? 선생님이랑 망미동 어디선가에서 맥주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글을 안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늦었지만, 저도 이상석 샘 생일 축하드립니다!
솔내음님/좋은 선생님은 수업 시작 시간과 마치는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교사라야 하는데 잠오는 아이들과 야합한 짓거리를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야님/문화유산 답사를 분명히 제가 참가했었나본데 기억이 없으니........이건 추억에 대한 성의 없음이 아니고 임상학적 현상(치매?)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해님/저의 모든 저작을 모조리 다 읽으셨군요....부끄럽습니다. 맥주는 지금도 줄기차게 마시고 있습니다. 수영에 오시면 연락주십시오. 흑맥주로 간을 맞춘 맞춤맥주가 또 일품인데 대접하겠습니다.
우리집 컴퓨터를 오늘에사 고쳐왔다. 이느므 컴퓨터가 없으면 이렇게 졸지에 적막강산이 되는구나. 그래도 며칠 꼭 닫고 사니까 차라리 귀가 열리더마는. 신선생 고맙소. 앞으로도 재미나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소. 내가 늘 선생님 글 보면서 많이 깨우쳤잖아.
아! 내 생일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초이레 초여드레 이런 날이 내 생일 아님. 1월 가운데 적당한 토,일요일을 잡아 아이들하고 술한잔 묵는 날이 내 생일이지.
푸하하하하~ 아까 새벽에는 헤롱헤롱해서 선생님글 자세히 읽어 보지도 않고 선생님 이름만 보고 반갑습니다 인사만 올렸더랬어요. 지금 다시 글을 다 읽어 보고 한 참 웃었어요. 선생님 글 너무 재밌어요. 특히 이 부분이 압권입니다.'38명이 이렇게 혼연일체가 되어 잠 속으로 빠져드는 광경은 자칫 장엄하기까지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