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낭트의 철도역에서 전화기의 스피커폰을 켠 채 통화하던 남성이 200 유로(약 3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자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영국 B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비드라고만 알려진 이 남성은 지난 2일 문제의 역 구내에서 누이와 통화하던 중에 현지 철도회사 SNCF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고 현지 BFM TV에 털어놓았다. 다비드는 스피커폰 기능을 껐으면 150 유로 벌금에 그쳤을텐데 당장 현장에서 납입할 수가 없어 벌금 200 유로를 내야 한다는 직원 설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영 철도회사 SNCF는 역 구내 조용한 지대에서 보안 직원이 벌금을 부과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그 회사는 고객의 주장에 대해 몇 가지 다른 점을 반박했다고 현지 매체 라 파리지앵이 전했다. 올해 54세의 다비드는 처음에 벌금 얘기를 듣고는 농담이라고 여겨 전화 통화를 계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BFM TV는 전했다. 하지만 고객과 직원은 차츰 오가는 말이 거칠어졌다. 보안 직원은 열차와 역 구내에서 승객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BBC 뉴스에 털어놓았다.
SNCF는 "고객이 납입을 거부했기 때문에" 벌금이 150 유로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확인했다.
프랑스 국내 법으로는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의 스피커폰 기능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금지한 것은 없다. 소음 규제 규정도 없다. 다만 프랑스 운송 규약에 따르면 공공 교통을 위해 쓰이는 공간에서 "음향장비나 도구"를 사용하거나 "소음으로 다른 이의 평안을 해치는" 이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일, 그 중에서도 특히 전화 통화를 하며 큰 소리를 내는 행동을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영국 성인 2005명을 조사한 유고브(YouGov) 설문 결과, 86%는 많은 이들이 함께 쓰는 공간에서 스피커폰을 사용하는 것을 불편해 하며, 88%는 큰소리로 얘기하는 것을 마찬가지로 불편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각이 확고한 것은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이 문제에 대한 정책 접근은 상당히 다르다고 BBC는 지적했다. 영국은 철도법(Raliway-by-laws)에 다른 이를 화나게 하는 장비를 쓰는 것은 문서로 된 허락을 받지 않으면 허용되지도 않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열차 운용사들은 "정숙한 열차 칸"이나 "정숙 지대"를 운용해 고객들은 일정 수준 이상 소음을 내면 안된다. 예를 들어 런던노스이스턴철도는 이런 칸들로 여행하는 승객들은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 소리가 다른 이의 이어폰 속에서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화를 걸거나 받으려면 다른 칸으로 옮겨야 한다.
이탈리아 철도회사 트렌이탈리아는 프레치아로사(Frecciarossa) 열차 안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음 공해나 휴대전화로부터 벗어나 완벽한 휴식 속에 여행하길 원하는" 승객들은 비즈니스 객차의 "묵음 지대"에서 여행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에 대해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일본에서는 열차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면 무례한 일로 여겨져 적극적으로 말리게 된다. 서일본철도 홈페이지에는 열차에티켓 가이드라인이 게시돼 있는데 승객들에게 열차 안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지 말고, 전화기를 묵음 모드로 해놓거나 열차 안에서는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말라고 권하고 있다.
"열차 안에서 큰소리로 얘기하는 일은 근처 승객들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에 철도 에티켓 가이드가 올라와 있는데 승객들은 전화를 진동 모드로 해놓고 "조용히 얘기를 나누라"고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