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병자성사, 마지막 여정 그리고 새로운 희망!
뜻하지 않은 중대한 병을 맞이하면 무너짐과 채워짐을 동시에 경험하기도 한다.
자신의 병에 대해 부정하며, 심지어 ‘하필이면 왜 나에게’라는 분노 속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반면에 병을 통해 죽음이라는 시간을 더 가까이 느끼며 조금 더 겸손해지고, 내려놓음으로써
삶의 소중함이라는 선물이 채워지기도 한다.
다만 병고에 따른 죽음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무너짐과 채워짐이 이루어진다 해도,
막상 그 마지막 시간을 잘 보내고, 마무리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힘겹고 벅찬 일이다.
이때 믿는 이들은 신앙 안에서 어떠한 도움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교리서』 1511) 하느님의 연민과 위로,
평화와 용기를 주는 은총의 선물로 병자성사를 말한다.
더 나아가 성 토마스는 병자성사가 “성스럽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가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성사는 종부(終傅, 마지막 도유), 곧 임종에 가까운 사람에게뿐만이 아니라, 질병이나 노환으로
위중하게 앓고 있거나, 중병으로 수술 직전에 있거나, 이미 병자성사를 받고 회복했지만
다시 병에 걸린 신자 등에게 하느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새롭게 함으로써(『교리서』 1520 참조)
병을 영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긴 신앙 여정에서 세례성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거듭나는 ‘첫 단계’였다고 한다면
병자성사는 이 땅의 삶을 마무리하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마지막 단계’이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병자성사를 세례성사만큼이나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가?
우선적으로 병자성사의 성경적 근거가 되는 야고보서의 말씀을 기억하자!
“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5,14).
이렇게 본다면, 사목자는 병자성사의 효과와 은총에 따른 영적 선익이 무엇인지 신자들에게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신자 공동체 역시 병자들을 기도와 형제적 사랑으로 연대하며,
그들이 이 성사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교리서』 1516 참조).
병자성사는 우리 믿는 이들에게 기나긴 병고의 아픔을 뒤로하고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준비”(『교리서』 1532)이지만, 그 마지막 시간을 실제로 맞이하면 누구도 예외 없이 인간적 고뇌와
두려움에 싸일 수밖에 없다.
이때 특별히 병자성사의 마지막 예식인 노자성체의 의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자성체는 라틴어로 ‘Viaticum’, 곧 ‘긴 여행을 위한 준비’란 뜻인데, 죽음을 앞둔 이가 최종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여정일 터이다.
하지만 믿는 이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이 끝맺음의 상황에서도 성체, 곧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해 주신 주님을 모시고 함께 떠나기에 고독함과 두려움을 넘어서서
새로운 희망의 노래를 이렇게 고백할 것이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전례 시편』 23,1.4).
[2024년 6월 9일(나해) 연중 제10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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