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 청남도 예산군은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사과산지다. 청정 황토밭과 충분한 햇빛, 알맞은 밤낮의 일교차 등 사과 재배에 알맞은 자연조건에서 자란 예산사과는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우수한 사과를 단순 재배에서 벗어나 사과와인, 잼 등 다양한 가공제품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선도에 ‘은성농원’이 있다. 은성농원은 그저 평범한 사과 과수원이었지만, 현재는 전국에서 주목하는 사과 농장으로 거듭났다. 6차산업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은성농원을 찾아 그 비법을 들어봤다.
생산·가공·유통·체험 어우러진 은성농원
은성농원에 들어서면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사과들이 먼저 반긴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보통 우리나라 과수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통인 커다란 오크통이 눈에 들어온다.
간판처럼 놓여있는 이 오크통이 말해주듯, 은성농원은 유럽식 와이너리를 접목해 사과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직접 생산한 사과를 이용해 만든다. 또 사과파이, 사과 잼 만들기 등 사과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사과 생산에서 가공, 체험을 모두 아우르며 은성농원은 6차산업 성공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은성농원은 서정학 대표가 지난 1987년부터 사과를 재배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2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과재배에만 매진했다. 이런 은성농원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캐나다로 이민 갔던 서정학 대표의 딸 서은경와 사위 정제민 씨가 지난 2001년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그저 장인어른이 정성껏 키운 사과가 제값 받고, 잘 팔리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내 농산물 내가 팔아야 제 값 받을 수 있고, 직거래로 잘 팔기 위해선 소비자를 모야야 하며,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선 즐길거리가 필요하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한 일이 6차산업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정학 대표의 사위이자 은성농원에서 가공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제민 부사장은 사과 생산뿐만이 아닌 가공과 체험에 이르는 6차산업화를 이룬 이유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정 부사장은 한국에 온 이후 장인어른의 일을 도우며 기존의 틀에서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때 처음 생각한 것이 유통방법 개선이었다.
“장인은 7천여평의 과수원에서 열심히 사과농사를 지어 도매상인에게 밭떼기로 팔았어요. 그런데 직거래를 한다면 마진을 줄일 수 있어 더 큰 수익이 날 것이라 생각했죠. 물론 직거래를 하는 것이 신경 쓸 것이 많았지만, 매출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며 직거래에 대한 확신이 섰습니다.”
100% 예산사과로만 만든 애플와인 개발
정 부사장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캐나다 이민생활 당시 보고 배워온 와인기술을 은성농원에 접목키로 한 것이다. 정 부사장은 아이스 와인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사과와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8년이라는 오랜 연구기간 끝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독자적인 브랜드인 ‘추사 애플와인’을 개발해 판매하기 이르렀다.
정 부사장이 개발한 추사 애플와인은 캐나다 아이스 와인 제조 기술을 도입해 만든 것으로, 주정과 물을 첨가하지 않고 발효ㆍ숙성시킨 와인으로 다른 첨가물이 전혀 없는 100% 예산사과로만 만들었다. 사과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사과의 단맛과 풍미가 더욱 깊은 것이 특징이다.
오랜 연구 기간과 사과와인의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 부사장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술을 제조하기 시작한지 1년 만인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이어 2012년에는 영광의 대상을 수상, 2013년 최우수상, 2015년에는 또 다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와 함께 은성농원은 단순히 사과를 생산하고 와인을 만드는 곳이 아닌, 체험과 관광이 결합된 문화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은성농원은 사과 잼만들기, 사과파이 만들기 체험, 사과 따기 체험은 물론 예산사과와이너리 체험, 사과나무 분양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사과와인페스티벌을 개최, 소비자들과 함께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경험으로 6차산업 준비해야”
은성농원은 찾는 방문객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지난해는 4만5천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한 은성농원의 성공은 우선 가족 구성원의 체계적인 분업 경영시스템이 큰 몫을 차지했다. 전문농업인인 장인이 사과생산을 하고, 와인전문가인 사위가 와인 제조, 그리고 딸이 와이너리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가족들의 각자 장점과 특기를 살려 체계적으로 분업 경영을 이뤄내고 있다.
또한 은성농원은 모든 것을 단번에 이뤄내려고 한 것이 아닌 한 단계씩 사업을 펼쳐나간 것도 성공요인으로 지목됐다. 정 부사장은 은성농원이 가공, 체험 등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한 것을 설명하며 많은 농가에서 처음부터 무리해서 6차산업화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아무런 기술과 경험 없이 무조건 보조사업을 받아서 큰 공장을 차리고 체험장을 차리는 것은 굉장한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어요.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다 차근차근 이뤄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가공과 체험은 농산물을 잘 팔기 위한 보조수단이 돼야지 반대로 목적이 되면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 부사장은 6차산업을 이루고자 하는 농가에게 조언의 말을 덧붙였다. “고령농가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농사만 짓기도 버거운데 농업인들에게 모두 6차산업을 하라는 것은 잘 된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농사만 잘 지어도 되는 그게 제대로 된 농업정책이죠. 다만 좋은 농산물을 잘 팔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가공과 체험을 하길 원하신다면 마을주민, 또는 가족경영 등을 통해 함께 협동하고 분업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또 겉만 번지르 한 6차산업이 아닌 규모가 작아도 소비자와 신뢰형성을 통해 정성과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성과를 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