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이나 친박이라면 개를 내놓아도 당선된다던 18대 총선. 많고 많은 나쁜 소식 중에서도 최악의 결과 10가지를 추려 봤다. 내 생각에는, 한국은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은 나라인지도 모르겠다.
1. 친박연대 돌풍
세계 정치사에 길이 남겨져야 할 희대의 코미디. 수십 마리의 이인제가 공천 결과에 불복해서 당 밖으로 뛰쳐 나간뒤 이념이나 정책과는 아무 상관없는 '친박연대'라는 이름의 당을 급조, 총선에서 무려 14석을 차지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선거 공약은 "살아서 돌아가겠다", 즉 당선만 되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당하겠다는 것. 그외에는 출마 지역민들을 위한 어떤 정책도 공약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려 6개나 되는 지역구에서 이들 친박연대 후보가 당선되었고, 정당지지투표에서는 13.18%의 지지율로 8명의 비례대표를 국회로 보내게 됐다. 자신들의 공약대로 이들은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이고, 한나라당은 한 지역에 두 명의 후보를 내놓은 '복수후보'의 효과를 만끽하게 될 게다. 친박연대의 돌풍은 이번 총선이 선거라기보다는 사이비 종교의 후계자 왕관 수여식에 가까웠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2. 무소속 최연희 당선
그 유명한 '여기자 성추행 사건'의 주인공. 성추행당조차도 여론에 못이겨 제명시킨 성범죄자를 동해-삼척 지역구민들은 다시 살려냈다. 무려 47%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율. 동해-삼척을 성추행 특별지구로 지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그래서 외국의 누드비치처럼 특화된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는 거다. 술먹고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것은 용인되는 마초들의 자유공간. 더불어 딸 가진 강원도민들께서는 다른 동네로 이사가실 것을 강력히 권유하는 바이다.
3. 전여오크 당선
입만 열면 말 대신 개구리를 쏟아낸다는 동화 속 캐릭터의 국회 입성. 더러운 입도 입이지만 자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를 버리고 2MB쪽으로 달라붙은 철새 행보 역시 많은 지탄을 받았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는 '박사모' 회원들의 조직적인 낙선운동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당선. 허위사실과 옥시덴탈리즘으로 가득한 희대의 3류 르뽀 [일본은 없다]가 다른 작가의 글을 표절한 것으로 판결이 났지만 아직까지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 18대 국회에서 저작권법 개정에 상당한 힘을 쏟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4. 신지호 당선, 김근태 낙선
뉴라이트의 젊은 대표주자 신지호. 한때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소속으로 활동하던 열성적인 사회주의 운동가였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전향'해서 뉴라이트 집단인 자유주의연대의 대표로 등장했다. 반통일적인 논조의 신문 칼럼은 물론이고, 친일 교과서를 만든 '교과서포럼'에 운영위원으로 재직하는 등 전향자 특유의 열성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신지호에게 48% 지지를 보낸 도봉갑 주민들은 자유주의연대나 교과서 포험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고 찍었을까. 그가 무너뜨린 상대는 민주화 운동의 좌장이자 언제나 한 박자 느린 판단력으로 아쉬움을 주는 김근태. 세상은 점점 야비한 박쥐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5. 진성호 당선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뉴미디어 팀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자칭 유리수염, 타칭 간신 수염. 조선일보 미디어 기자 시절 숱한 왜곡 보도와 자사 이기주의에 입각한 기사로 악명을 떨쳤으며, 각종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소피스트의 환생을 보는 듯한 맹활약을 펼쳤다. 그의 당선은 앞으로 뉴미디어와 프레스 후렌들리 시대를 맞아 조중동이 방송국을 겸영하는 악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는 이제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6. 정몽준 당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상대로 "너한테 물어봤냐?"라고 호통친 거성 정몽준. 현대그룹의 왕자님이자 한국 정상급의 갑부, 축협 회장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한 손에 거머쥔 그는 지난 2002년 대선 전날 지지철회 사건으로 사실상 정치적 사망 상태였다. 죽은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반 노무현 정서. 총선 과정에서는 귀찮게 구는 서른이 넘은 여기자의 뺨을 툭툭 쓰다듬으며 '성추행'을 했다가 지역구민들 앞에서 큰절을 하는 굴욕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를 지지한 지역구민들의 여론에 따르면 '정몽준이 되야 집값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 무한한 이기심에 경배를.
7. '돈봉투' 김일윤 당선
친박연대 후보들은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가 주요 공약이었지만, 김일윤은 달랐다. 그는 여기에 더해 '현금으로 바로바로 드립니다'라는 마치 라이브 바카라를 연상시키는 행보를 보였다. 금품수수 제보를 받은 경찰이 자신의 선거운동원 집을 압수수색하자 '선거방해'라며 삭발을 하는 생쇼를 하고, 결국 측근들이 대거 구속되고 친박연대에서조차 제명되는 사태를 겪었지만 끝까지 사퇴를 거부한 의지의 사나이. 결국 1위를 달리던 정종복 후보를 추월, 47.2%의 높은 지지율로 무난히 당선되었다. '돈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2MB 각하의 복음은 참되도다.
8. 권영길 당선/심상정, 노회찬 낙선
민주노동당 몰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권영길은 당선되고, 시베리아로 나가 진보신당에 합류한 심상정, 노회찬은 떨어졌다. 진보 진영의 비극이다. 민주노동당은 총선에서 5석을 얻은 반면, 진보신당은 2.9%의 정당지지율로 아깝게 비례대표 진출마저도 무위로 돌아갔다. 특히 노회찬의 경우 상대가 [일본은 없다]에 맞먹는 희대의 3류 저술물 [7막 7장](줄여서 '막장')의 저자 홍정욱이어서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노원구민들은 무슨 장동건이라도 출마한 줄로 착각한 것일까. 홍정욱의 당선 소감을 들어보자. "노동귀족과 서민배우 아들의 대결이었습니다." 정신병자도 출마가 가능한 게 이번 총선이었던 모양이다.
9. 유정현, 김을동 당선
다음 총선에 김흥국이 출마하는 것을 이제 막을 수 없다. 아, 응애예요. 그리고 이제부터 방송 3사 주요 드라마 캐스팅 1순위는 무조건 송일국이다. 그러니 김을동 여사, 잃어버린 10년 찾아가세요.
10. 경축 대운하 착공
대운하 반대시위는 불법, 대통령의 은평구 방문은 합법. 이라크 선거도 이렇지는 않았을 게다. 이제 과반 의석에 친박연대가 '살아서 돌아가면' 괴물 거대 여당 탄생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여기에 사법과 행정까지 3권을 장악했으니 2MB가 마음먹으면 못하는 일이 없다. 앞으로 대운하 반대 집회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관에서 허가가 나지 않는다. 무시하고 강행하면 불법시위라며 백골단이 출동한다. 게임 끝, 대운하 고고싱. 국민성공시대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운하 지나가는 길목에 미리 땅이라도 사두면 큰 도움이 되겠다.
첫댓글 아...씨발. 진짜 욕밖에 안나오네요...
개한민국 만쉐이~ㅎㅎㅎㅎ
괜히 국개론이 나오는게 아닌-_-;
참 비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