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꽃
조팝나무꽃을 보면
말라 버린 가늘고 긴 가지에
물기 오르고
푸름이 감도는가 싶더니
다닥다닥 들러붙는 하얀 밥알들
밥그릇에 수북이 담은
쌀보다 보리가 다라고 할
새벽 아침 아버님 밥그릇
입쌀밥으로 수없이 채울 것 같다
그 뜨끈뜨끈한 밥에 고추장 발라
후후 불며 자시고
시원한 김칫국물로 비벼
순식간에 비우셨다면.........
조팝나무꽃 필 때면
이른 봄농사일
서낭당 고개 너머 멀리
새벽장터 가시는 일들
그 날도 너는 백결히 피었는데
그렇게 이른 진지 드시고
어둘 무렵 돌아오셔
고통의 어둔 밤 힘든 벽을 넘으셨어
어린 시절 허연 옷 아부지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쌀밥
구경하기 어렵던 시절로 스르르
절로 떠나가는 먼 여행..........
글, 사진 / 최운향 2024. 4.
■ 2024년 3월 29일
첫 꽃을 보다.
불암산에서 재일 먼저 핀 첫 꽃이라 여긴다.
그간 여러 날을 살펴오던 중이었으니.........
만개하기는 아직은 일렀다.
■ 절정의 순간들
텅 빈 시공을 묘한 변화와 조화를 이루며 핀다.
근데, 예년처럼 곤충들이 모여들지 않았다.
도적들이 날뛰니 이민을 갔나?
세상 어이 되는 건가.............?
■ 2024년 4월 12일
좋은 때를 뒤로하고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