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미친비가 내리거나 하늘을 뚫을 기세의 폭염이거나
매일 경신되는 후텁지근의 정수를 보여주는 날들이 계속 쭈욱 이어지고 있다.
와중에 어제, 오늘 아침까지 여름방학을 맞이하면 할머니를 부르며 찾아들 손자를 위해
아이의 방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본래 제 엄마의 방이었던 곳을 그동안 아직은 어려서 방바닥 침구로 사용하였다고 하면
이젠 제법 뛰어다니며 한곳에서 잘 자고 있는 아이를 생각해서 침대를 내려놓기로 했다.
그것도 예정되었던 일이 아니라 어제 새벽에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냥 일을 저질렀다.
하여 본래 쥔장의 딸래미 방을 대청소를 하고 구조 변경을 하면서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기함할 정도지만 그래도 잘했다 싶다.
말하자면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격으로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이른 새벽부터 온몸을 다해
방 정리 수순을 거쳐 구조 조정에 골몰하였던 바 원하던 그림체로 따악 정리가 되었다는 말이다.
사실은 요즘은 일하기도 벅찬 날들이어서 그냥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건만
뭔 일을 한다고 새벽부터 설쳤댔는지 싶어도 이층에 있던 침대를 두 노인네가 손자를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고
끙끙거리며 끌어내려와 정리를 끝내고 나니 괜스레 뿌듯하였어도 나머지 정리는 사실 죄다 쥔장의 몫이긴 하다.
그래도 본래 있던 것을 재정비 하였을 뿐이어도 마무리된 방을 보자니 찾아들 손자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다.
암튼 손자가 쓰게 될 저 원목 침대는 사실 우리 아이들이 손자보다 더 어릴 때 이층침대로 구입한 원목침대 다.
그 시절에도 워낙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나 두 아이의 쾌적한 잠자리를 위해 구입하였으므로 아쉬움도 없었다.
그런데 결혼 할 것 같지 않았거나 외국에서 살 것 같았던 딸래미가 한국으로 돌아와
외국인도 아닌 토종 한국남자와 늦은 결혼을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더니만 아이를 낳고 기쁨 두배를 주더니
세상에 40년이 지나 제 소싯적 침대를 물려 딸래미의 아들까지 사용하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물론 그런 물품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했던 것은 웬만해서는 버리지 않고 이사 때 마다 걸림돌 같았어도 계속 들고다니면서
그 아이들의 다음 세대까지 전해주고픈 마음을 애초에 갖고 있었던 쥔장 노력의 일환이다.
소소하게 많은 것들이 그렇게 전달되었고 이제는 침대와 그 침대를 위해 손수 만들었던 이불은
요즘 한창 자동차를 좋아하는 손자에게도 딱이서 그 이불위에서 잠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매트리스격이요 그 시절에도 매트리스는 있었지만 굳이 쥔장은 재봉틀을 돌려 침구류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손자가 그 이불들을 사용해 오고 있어 흐뭇하기만 하다.
까는 이불만이 아니라 덮는 용도로 사용했던 이불과 딸래미가 사용했던 애착 이불까지도 손자가 엄청 좋아한다.
그리고 그 이불은 그 누구도 덮어서는 아니되는 법으로 암묵적 눈치가 들어간다.
어쨋든 소소하지만 오래도록 지녀왔던 딸래미 어릴적 물건들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 오고보니
웬지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지켜온듯한 자부심이 저절로 기분좋아지게 한다.
이제 7월말 경이면 손자가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를 지내게 될 것이다.
주말에 찾아들거나 일이 있어 손자를 보러 딸래미 집으로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서 바깥 정원에 마련될 풀장과 이미 신나게 사용하고 있던 미끄럼틀과 비눗방울놀이 등이 들뜰 손자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볼 생각을 하니 이미 희희낙락의 할머니 모습이 보이긴 한다.
여하튼 이틀간의 고생 끝에 괜한 뿌듯함이 교차되면서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기대한다.
날씨 또한 이불 빨래를 도와주려고 쾌청하기만 하니 말이다.
굿굿굿데이를 희망하면서 오늘도 해피해피!!!!!!
첫댓글 격하게~
부러웁고 갈채를 드립니다
ㅎㅎㅎㅎ 땡큐여요.
무더위와 장마에도 잘 지냅시다요.
손주위해 하는 수고로 흐르는 땀방울도 마다 않고 일하는 할머니 마음과 수고를 충분히 알듯합니다
괜시리 뿌듯하더이다.
요즘은 손주 생각하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