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TV를 통해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님의 항상 기쁘게 사시는 모습과 사심 없는 말씨, 얼굴 표정을 보면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만 세상 살아가는 온갖 걱정과 탐욕, 이기심, 열등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그분의 삶을 닮고 싶었다.
하루는 견진대부님께서 “이번 주에 두봉 주교님 뵙기로 했는데 시간 낼 수 있어?” 하시는 것이었다. 일정을 맞춰 7월 7일 아침 두봉 주교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주교님이 사시는 경북 의성 도리원 문화마을에 도착해 마을 주변을 둘러보는데 주교님 덕분에 10년 전보다 주민도 많이 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두봉 주교님은 혼자 사는데 큰 집이 필요 없다고 스스로 작은 집을 원하셨다”고 말했다. 그분의 검소함이 느껴졌다.
낮 12시쯤 주교관 초인종을 누르자 10여 분 뒤 주교님께서 밝은 얼굴로 나오며 “나이가 들어 벨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우리가 입구를 잘못 찾아 들어갔던 것이다. 주교관에 들어가자 잘 정돈된 내부 모습과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잔디밭과 텃밭의 풍경에서 주교님의 인품이 배어나오는 듯했다.
주교님은 “6·25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한국생활을 시작해 처음에는 대전교구에서 사목하다 주교가 되면서 안동교구로 오게 됐다”며 “이 지상에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잘 살아서 하느님 나라에 꼭 가야하고 그 확신이 기쁘고 소박한 삶을 사는 원동력”이라고 말씀하셨다.
주교님은 우리 일행을 근처 식당으로 안내하시고는 당신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셨다.
주교님은 몇 점 드시지 않고 우리에게 많이 먹으라고 권하셨다. 우리는 “주교님이 구워주시는 고기를 언제 또 먹을까” 하며 행복하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다시 주교관에 돌아와 주교님이 직접 텃밭에서 기른 가지와 토마토를 한아름 따와 우리에게 나눠주셨다.
두봉 주교님과의 만남이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예수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김종택(하상바오로ㆍ인천 검암동본당)
첫댓글 두봉주교님의 얼굴 모습에서 성직자로서 얼마나 주님사랑받으며 충실히 사셨는지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