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란 교리교사의 교리, 궁금한 건 못 참지] (5) 부활초가 사라졌어요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임을 알려주는 부활초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4월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부활 성야 미사 중 부활 초에 십자가를 새기고 있다.
미사 후 뒷정리를 하는데 제대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던 학생이 묻습니다.
“선생님, 제대 옆에 있던 큰 초가 사라졌어요.”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초의 행방이 몹시도 궁금했나 봅니다.
“부활초가 없어서 궁금했구나. 부활초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줄게.
부활초는 부활 성야 전례 때 예식을 하면서 어둠, 죽음에서 빛과 생명을 주신 그리스도의 부활과 사랑을
드러낸단다.
부활초는 불 축성을 하는데, 활활 타오르는 불은 하느님이 나타나 보이심을 뜻하며,
영원하신 삼위일체의 거룩함을 묘사하며, 신성과 인성의 결합을 의미한단다.
그리고 사제나 부제가 부활초를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외치는 것은 죄악과 어둠을 물리친
그리스도의 부활을 나타내지.
다시 말해 부활초는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빛’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단다.”
그 학생이 다시 “부활초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어요. 그럼 글자에도 의미가 있는 건가요?”라고 묻습니다.
“물론 의미가 있지.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묵시 1,8)라고 말씀하신 ‘영원’을 표상하는 알파(A)·오메가(Ω)를 표시하며
두 글자 사이에 그해의 연도를 쓰는 거란다.”
- 부활 초에 다섯 개의 향 덩이가 꽂혀 있다.
전례에 사용되는 것은 다 의미가 있음을 알아챈 학생이 이번에는 부활초에 꽂혀있던 향 덩이가 기억났는지
다시 묻습니다.
“부활초에 빨간 것이 꽂혀 있던데 그건 뭘 의미하나요?”
“그것은 ‘향 덩이’라고 하며, 향 덩이란 못에 빨간 초를 녹여 덩어리로 만든 것이지.
향 덩이 5개를 꽂는데,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신 십자가 표시에 꽂는 것이지.
못 박힌 자리인 예수님의 양팔과 포개진 두 발 등 네 군데, 그리고 창에 찔리신 옆구리까지 다섯 군데를
‘오상’이라 하지.
그래서 부활초에 십자가 모양을 새기고 오상을 상징하는 향 덩이 5개를 꽂는 거야.”
“그런데 부활초는 어디 갔어요?”라며 부활초 행방을 재차 묻습니다.
“지금은 연중 시기를 지내고 있기에 부활초를 제대 옆에 켜지 않는 거란다.
부활초는 그해 주님 부활 대축일 전 부활 성야 빛의 예식 때 축복해서 다음 해에 초를 축복하는
부활 성야 빛의 예식 전까지 사용하는데, 부활 시기(주님 부활 대축일~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50일)에는
제대 옆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부활초를 같이 켜는 거란다.
그리고 잘 보관했다가 세례성사 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부활초를 켜고
부활초에서 불을 가져다 세례받는 이에게 전해줄 초에 불을 붙여 ‘그리스도의 빛을 받으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빛의 자녀’로 살아가기를 권고하며 전해주지.
장례 미사 때에도 부활초를 켜는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부활초를 켜는 거란다.”
부활초가 부활 성야 전례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4~8세기경이었으나, 부활 전례에 본격적으로
되살아난 것은 1955년 전례 개혁부터입니다.
부활 시기가 끝난 다음에도 세례성사 나 장례 미사 때 부활초를 밝히도록 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전례 개혁 이후부터입니다.
※ 부활초는 밀랍으로 만들어진 밀초를 사용합니다.
왜 밀초를 사용하는지는 ‘촛불 없이 미사 하면 안 되나요<본지 1762호 5월 26일 자>’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9일, 박모란 클라라(인천교구 박촌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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