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잘되리라고 믿고 있던 일이
어긋나거나 믿고 있던 사람이 배반하여 오히려 해를 입는다."는 점을 비유한다.
수사법 가운데 '어떤 사물 그 자체를 다른 사물 그 자체로 대체하여
표현'하는 환유(換唯)와 '어떤 사물이 갖는 속성을 다른 사물이 갖는
속성에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隱喩)가 중첩된 속담이다.
내가 여러 해 동안 잘 쓰던 도끼인데 어느 날 장작을 패던 중에
갑자기 그 자루가 꺽이면서 내 발등에 날이 꽂힐 수가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 수 있는 것이다. 드물긴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믿는 사람이 내가 기대한 만큼 일을 하지 못해도 섭섭하거나
부아가 치밀 수 있는데, 내가 믿는 사람이 나를 배반하고서 오히려
나에게 해를 주면 참으로 기가 막힐 것이다.
이때 우리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한탄한다,
20여년 전 일어난 서울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역시,
도구나 사람은 아니지만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었다. "항상 그러려니."
하고서 턱 믿고 있던 일상생활의 도끼가 우리 사람들의 등을 찍은 꼴이었다.
"믿는 도기에 발등 찍힌다." 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일이기에,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는 항상 경계하라는 교훈이기도 하다.
서서삼경 가운데 《주역周易》의 건괘9乾卦)에 대한 효사(爻辭)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마지막 양효(陽爻)를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풀이 한다.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함이 있으리라."는 뜻이다.
높이 올라간 용(항룡)처럼 내 컨디션이 가장 좋고, 내 지위가 가장 탄탄하고,
아무 걱정 없고 모든 일이 순탄할 때, 반드시 예기치 않은 불행으로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유회).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믿는 도끼와 같은
사람에게 발등이 찍히듯이 배반을 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그 놈'에게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마음이 들든지, '그 놈'의 배반을 여기
저기 알리면서 죽을 때까지 '그 놈'에 대한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종교 성전에서는 '용서'를 가르친다.
"오른 뺨을 치거든 왼뺨도 내밀어라." 거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에도 용서의 뜻이 담겨 있으리라.
그런데 티벳의 불교인들이 '로종(bLo sByong, 마음수련)' 수행을 위해
독송하는 〈랑리땅빠 기도문〉에서는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기도문을 지은 분은 티벳불교 겔룩파의 전신인 까담파 소속의 랑리땅빠
(gLang Ri Tang Pa, 1053-1123) 스님인데 여덟 구절로 이루어진
기도문 가운데 제5, 제6 구절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
···
5. 누군가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시기하여 욕하고 비방하는 등 불선을
행하여도 그로 인한 손해는 내가 가지며 이득은 오히려 그들이 갖게 하소서.
6. 신뢰와 기대 적지 않았기에 마음 다해 정성껏 도와주었던 그가 오히려
나에게 큰 상처를 주더라도 마음 깊이 그를 참된 스승으로 보게 하소서.
···
-초펠 스님 번역
원수와 배반자에 대한 피상적인 용서의 마음을 넘어서는
참으로 거룩한 종교심이 아닐 수 없다. '애 발등을 찍은,
믿은 도끼와 같은 그 사람'에 대해 우리 불자들이 취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