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늙은 호박 첫 수확
2023년 9월 17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사흗날
지난 13일부터
오락가락하며 추적거리는
가을비는 오늘도 여전히 내린다.
햇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 가을날에 며칠째 계속 비날이다.
무심한 하늘인가, 이상기후 조짐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처해진 현실, 주어진 여건에 맞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을...
지난 봄,
밭갈이 이후에 멀칭을 해놓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원천봉쇄 하기 위해
밭고랑에 깔아놓았던 부직포를 걷었다.
이제는 잡초들도 사그라드는 시기이고
가을 채소들에게 빗물이 스며드는 것도,
거름 기운도 잘 듣게 하기 위함인데 맞겠지?
아침나절 가는 이슬비를 맞으며
호박밭에 나가 애호박을 찾느라 뒤적거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우들에게 나눠주려고...
그동안 남들에게는 꽤 많은 나눔을 했으나
정작 멀리 사는 우리 식구들에겐 자주 못했다.
다행히 뒤적거려 몇 개를 찾아서 따기는 했다.
이따 만나러 가는 김에 가져가 나눠줘야겠다.
호박밭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커다란 늙은 호박이 꽤 많이 풀섶에 누워있다.
하도 궁금하여 그 중 잘 익은 것을 하나 땄다.
둥근 호박이 아니고 아주 길다란 호박인데
어찌나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지 모른다.
제천 김교수 부부에게 주려고 했는데 사양했다.
우리가 해 먹기도 그렇고, 해 먹을 줄도 모른다.
윗마을 형님과 형수님이 호박죽을 좋아한다는
말을 아내가 들었다며 어서 갖다드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분이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이 맛에 나눔을 한다고 하면 속보이는 것일까?
나눔도 필요한 분에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둘째네 손님으로 오신 제천의 김교수 내외와
함께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며 커피를 마셨다.
택배차가 올라와 무슨 택배인가 싶어 나가보니
이은별 대표님이 보낸 푸른문학 가을호였다.
이번 호에도 원고를 보내지 못해 죄송스럽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당최 글이 안된다.
조금 안정이 되면 그땐 차분히 써볼 생각이다.
2016년 봄, 창간호부터 2023년 가을호까지
통권 31호가 발간이 되었다. 2017년 등단후
이은별 대표님의 배려로 촌부는 푸른문학에서
발간한 문예지를 모두 소장하고 있다. 물론 다
읽은 뒤 촌부의 서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글쟁이 촌부로 받아주신 곳, 푸른문학과
푸른 동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늘 푸르른 마음을
잃지않고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아울러
푸른문학의 푸르른 발전을 기원하는 바이다.
비가 주줌하여 그랬는지 카페 앞마당 주차장에
길냥이 녀석들이 몰려와 온갖 모습으로 보인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녀석, 혼자서
사료를 먹는 녀석, 새끼를 보호하는 듯한 녀석,
그 광경을 보며 "길냥이 팔자가 상팔자구만!"
라고 했더니 "길냥이에게 사료를 먹이고 정성을
쏟으면 반 집고양이가 된답니다."라고 김교수가
말했다. 언젠가 기억은 안나지만 2~3년 전부터
아내가 너무 불쌍한 마음이라면서 사료를 사다가
먹이기 시작하면서 길냥이가 우리 단지에 자리를
하게 되었다. 왕초부터 4대에 10여 마리가 산다.
먹이를 줘서 그런지 길냥이의 습성이 변해버린
것 같다. 지난해 둘째네가 컴백한 후에 이서방이
더 잘 챙겨줘서 그런지 집을 나갈 생각을 않는다.
아예 이서방은 집고양이처럼 이름까지 지어놓고
부르기까지 한다. 녀석들도 이서방이 잘 해주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이서방이 카페에 있는 것을
보면 문앞에서 서성이며 밥 달라고 하는 것처럼
옹알거리기도 한다. 이제와서 내보낼 수도 없고
번식력이 좋아 늘어나는 길냥이를 모두 다 수용
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호박이 정말 크게 잘 자랐네요
멋진 일상 속에서 오늘도 행복 하세요
애호박을 주로 따는 호박농사인데
풀섶에 숨어있어 못찾은 호박이 이렇게 잘 익었네요. 이또한 나눔을 하게되니 뿌듯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멀리 경기도로 외출을 하려니 비가 주춤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수박같은 호박사러 가유. 제꺼. 침발렸어유. ㅎㅎㅎㅎㅎ
초 집중이 아니고는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을듯 해요.
농한기가 오면
작품 활동도
기대됩니다.
누런 호박이
탐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