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성경의 내러티브를 통해 만나는 하느님의 모상, 인간 다윗
‘다윗’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지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대답이 많지 않을까 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전개와 결말이, 곧 작은 소년이 무릿매질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려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이처럼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회자되는 이야기와 서사가, 수많은 내러티브가 성경에 존재한다. 창세기를 비롯한 성경의 여러 책에 내러티브가 등장하며 요나서, 다니엘서 등 내러티브를 포함하는 예언서들도 있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내러티브를 잘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성경 내러티브 속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보다 분명하고 생생하게 알아듣기 위함이다.
『인간 다윗』은 사무엘기 하권을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특히 각각의 장면들을 대구, 병행, 포괄을 형성하는 절들로 구분하고 도식화하여, 그 짜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통해 화자의 기술이 어떻게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요소들에 주제적 응집력을 주었는지, 곧 다윗 내러티브를 어떻게 일관된 단일체로 읽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내러티브 분석 과정에서 다윗이 받았던 풍성한 하느님의 은혜와 사랑, 그 당시 국제 정세, 왕실의 권력 암투, 그리고 다윗의 가족사뿐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다윗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사무엘기 하권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다윗이 특별한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하느님의 기름부음받은이’였고,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으며, 영웅이자 역사에 길이 남는 임금이었다. 하지만 우리처럼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인 동시에 죄인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딸과 아들의 아버지였다. 즐거움, 기쁨, 슬픔, 괴로움이라는 감정 속에 흔들리고 때론 휘둘렸으며, 선과 악이 공존한 인간이었다. 역사서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뚜껑을 열면, 그 안에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펼쳐가는 내러티브가 있다. 이 책은 독자가 사무엘기 하권과 한층 친해지게 해주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다윗들에게 도전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저자 소개
크레이그 모리슨
가르멜회 사제로 교황청립 성서대학(성서학 박사)에서 수학했다. 현재 교황청립 성서대학 교수이자 고대근동학과 학과장으로서 시리아어, 아람어, 타르굼어를 비롯한 수업을 여럿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The Character of the Syriac Version of the First Book of Samuel』(2001), 『Reflections on Lexicography: Explorations in Ancient Syriac, Hebrew, and Greek Sources』(공저, 2014), 『The Syriac Peshi?a Bible with English Translation: Genesis』(공저, 2019) 등이 있다.‘
📜 목차
또 다른 다윗들을 위해 _4
머리말 _14
약어표 _16
제1장 입문
1.1 다윗과 그의 통치 묘사 _22
1.2 내러티브 접근과 원천 비평 _24
1.3 다윗 내러티브의 주제 1사무 16장-1열왕 2장 _28
1.4 성경 읽기에 대한 내러티브 접근 _34
1.5 독자 _54
1.6 마지막 말 _57
제2장 2막: 다윗이 헤브론에서 통치하다 2사무 1,1-5,5
2.1 도입 _60
2.2 사무엘기 상권의 마지막 장면을 되돌아보며 1,1 _62
2.3 다윗이 사울의 왕관을 받다 1,2-16 _64
2.4 사울과 요나탄을 위한 다윗의 애가 1,17-27 _70
2.5 한 영토 두 임금 2,1-3,6 _76
2.6 아브네르가 사울 왕국을 다윗에게 넘기다 3,7-27 _103
2.7 다윗이 아브네르를 애도하다 3,28-39 _123
2.8 다윗이 이스 보셋의 살해자를 처형하다 4,1-12 _130
2.9 다윗이 사울의 왕관을 대관하다 5,1-5 _138
제3장 3막: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그의 왕국을 세우다 2사무 5,6-8,18
3.1 도입 _146
3.2 다윗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확립하다 5,6-16 _147
3.3 다윗이 필리스티아인의 공격을 방어하다 5,17-25 _157
3.4 다윗이 하느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다 6,1-23 _163
3.5 하느님이 다윗에게 약속 7,1-29 _183
3.6 다윗에게 한 약속, 열왕기 상권과 시편 89편에서 반복 _207
3.7 다윗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웃 나라를 공격하고 무찌름 8,1-14 _211
3.8 다윗 예루살렘에 그의 정부를 수립하다 8,15-18 _221
제4장 4막: 하느님이 현혹된 임금을 구원하시다 2사무 9-20장
4.1 도입 _228
4.2 다윗이 요나탄과 맺은 계약에 충실하다 9,1-13 _229
4.3 다윗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암몬인을 제압하다 10,1-19 _240
4.4 다윗, 밧 세바, 우리야 이야기 11,1-12,31 _255
4.5 타마르에 대한 성폭행과 형제의 복수 13,1-39 _310
4.6 요압이 압살롬을 궁정으로 다시 부르다 14,1-33 _341
4.7 압살롬이 반란을 유발하다 15,1-12 _363
4.8 하느님께서 다윗을 압살롬의 반역에서 구하시다 15,13-20,3 _376
4.9 세바의 반란과 요압의 세력 복귀 20,4-22 _494
4.10 다윗 궁정: 두 번째 목록 20,23-26 _506
제5장 5막: 다윗의 공적 삶이 끝나다 2사무 21-24장
5.1 도입 _510
5.2 다윗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공적 행위: 다윗과 사울 사이에 마지막 대조 21,1-14 _513
5.3 다윗의 쇠퇴와 공적 업무에서 은퇴 21,15-22 _523
5.4 마지막에서 두 번째 유언: 다윗이 노래를 부른다 22,1-51 _530
5.5 다윗의 마지막 유언 23,1-7 _548
5.6 다윗의 쇠퇴와 군사적 업무로부터 은퇴 23,8-39 _554
5.7 다윗의 마지막 공적 활동 24,1-25 _564
5.8 결론 _577
에필로그 _580
추천 도서 _584
📖 책 속으로
‘내러티브 읽기’는 아브라함 대목, 혹은 여기의 경우 다윗 내러티브와 같이 특정한 성경 이야기를 어떻게 일관된 단일체로 읽을 수 있는지를 관찰한다. 원천비평과 편집비평은 특정한 성경 본문의 최종 형태 뒤에 있는 다양한 수준(예를 들면 신명기계 편집들과 같은)의 편집과 더불어 다양한 원천과 층들을 식별한다. 이러한 접근은 이야기 줄거리에서 반복과 모순을 관찰하여 내러티브의 이음매들(다양한 저자들과 편집자들의 작업들)을 보여준다. 언뜻 보기에 두 방법은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나 사실 내러티브 접근은 원천 비평가들의 성과를 보완한다.
--- p.24
다윗이 기름부음 받는 장면은 아주 신속하게 보고되어 그 의미심장함이 간과될 수 있다. 그 언어는 다윗의 첫 도유를 상기시키는데, 그 장면 이래 한 사람을 언급하는 데 동사 ‘기름을 바르다’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때 다윗을 선택한 분은 하느님이셨고 기름을 부은 이는 사무 엘이었다(1사무 16,12-13). 지금까지 다윗의 비공개 기름부음은 공적 환호를 받지 못하였는데, 유다 사람들이 헤브론으로 모여와서 그를 임금으로 기름 부었을 때 그 순간이 다가왔다. 1사무 16장에서 시작된 하느님의 계획은 그 실현을 향해 더 가까이 움직인다.
--- pp.81~82
선택된 사람 다윗이 필리스티아인들의 위협에 대항하여 신적 도움을 구하니, 응답은 즉각적이다. 그는 두 가지 질문을 한다.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을 제 손에 넘겨주시겠습니까?” 하느님은 둘 다에 대답하신다. “올라가거라.” 그리고 “내가 반드시 필리스티아인들을 네 손에 넘겨주겠다.” 다윗의 문의는 성서신학에서 중요한 주제를 예증한다. 승리를 보증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이는 훗날 교훈이 된, 개처럼 근처 시내의 물을 핥아 마신 삼백 명의 군대로 미디안인들을 패배시킨 기드온 이야기를 통해(판관 7장) 오래전에 배웠다. 하느님은 미디안족을 그 거친 무리로 패주시키심으로써 승리는 오직 하느님께만 속한다는 것을 이스라엘에게 가르치셨다(판관 7,2). 이 전쟁 신학을 다윗이 알고 또한 우리가 알고 있기에 우리가 듣고 있는 동안 그는 하느님께 문의한다.
--- p.160
마침내 다윗이 자기 죄를 고백하며 말한다.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울이 자신의 죄를 명백히 고백하고(1사무 15,30) 용서를 청했을 때, 예언자 사무엘은 그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그를 거부하셨다. 다윗은 지금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인가? 하느님은 사울을 임금으로 선택하신 것을 유감스러워하셨던 것처럼 다윗의 왕좌를 세우신 것을 후회하실 것인가? 다윗과의 약속, 살인과 이웃의 아내를 취한 것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와의 약속은 무효가 될 것인가? 다윗의 범죄와 고백은 사울의 것(1사무 15,10-31)과 병행한다. 예언자 나탄은, 예언자 사무엘이 사울이 ‘하느님의 말씀’을 거부했다고 비난한 것처럼(1사무 15,26), 다윗이 ‘하느님의 말씀’을 무시했다고 고발한다(2사무 12,9). 다윗과 사울 둘 다 그들의 죄를 고백한다(사울은 두 번 고백했다: 1사무 15,24과 15,30). 그리고 둘 다에게서 하느님은 다른 사람에게 줄 무엇인가를 취하신다. 다윗의 경우는 그것이 그의 아내들이다. 사울의 경우에 그것은 왕국이었다.
--- p.295
전투 소식을 기다리며 성문 옆에 남아 있던 임금은 사실상 아들의 운명을 알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에 더 가까웠다. … 다윗은 떨고, 공황 상태이고, 흔들거리면서 성문으로 올라가고, 울면서 ‘내 아들아’를 5번이나 외쳐 부른다. 그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보편적인 기도 소리를 낸다. “너 대신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임금으로서 그는 반군 아들을 패배시킬 전략을 세웠다. 아버지로서 그는 아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다윗의 영혼을 이렇게 한순간 흘낏 엿보아도 인간이 겪는 극심한 고통의 순간에는 언어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 다윗의 비밀스럽고 고독한 삶이 기포처럼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을 때 우리는 다윗 영혼의 외침을 잠깐 듣는다. 그러나 요압이 곧 도착할 것이고 그래서 임금으로서 그의 역할이 다시 부각됨에 따라 몹시 동요된 아버지는 형언할 수 없는 고독 속으로 다시 가라앉을 것이다.
_460~461
다윗 내러티브는 이스라엘의 역사 서사에서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군주제의 기능과 같은 주요한 질문을 몇 가지 제기한다. 그러나 공적이고 사적인 일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을 압도한다. 우리는 사울과 요나탄의 장례식에서 임금이 상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다윗이 그의 절친한 친구인 죽은 요나탄에 대한 사랑을 표명할 때 우리 심장은 멎을 듯하다. 우리는 반란군을 물리치는 전투보다 마하나임의 성문에 앉아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로서의 다윗의 극적 정경에 더 집중한다. 그런 사적인 순간에 내러티브가 내면으로 향하여 우리 영웅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다윗과 나 자신과의 거리는 무너지고, ‘삶은 작은 것에서 더 충만하게 존재한다’라는 울프의 통찰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다윗 내러티브는 큰 것으로 축소될 수 없다.
--- p.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