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6일 올라온 스웨덴 스릴러 시리즈 '오레 살인'(5부작)을 8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에 걸쳐 한달음에 관람했다.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를 몰아 보는 트렌드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빈지 워칭'(binge-watching)인데 간만에 몰아보기를 한 셈이었다.
인구 3200명 밖에 안 되는 스웨덴 중부의 스키 휴양지 오레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두 건의 해결 과정을 그리는데 현실적인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나라의 유명 작가 비베카 스텐의 원작 두 편 'Hidden in Snow'와 'Hidden in Shadows'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숨막히는 설경과 백야로 고립되고 단절된 환경에서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는 노르딕 누아르의 매력을 아는 팬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즐겨 본 '거의 보통의 가족'이나 '브레이크드루'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국내 영화 블로거들의 이 작품 소개를 보면 이 시리즈를 6부작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공개된 것은 '눈 속에 묻히다' 파트 1 35분, 파트 2 36분, 파트 44분, '그림자에 가려지다' 파트 1 57분, 파트 2 44분 5부작이다. 3부작이 135분, 2부작이 121분인 셈이다.
6부작으로 알려졌는데 5부작으로 줄인 연유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이렇게 5부작으로 줄며 군더더기 없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스톡홀름 경찰인 한나 알란데르(카를라 센)는 내부 감찰로 정직 처분을 받은 데다 연인으로부터 버림 받은 충격까지 겹쳐 어머니와 언니의 강권으로 두 달을 쉬겠다며 오레의 언니 별장에 온다. 한나가 도착한 날, 열일곱 살 소녀 아만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가정폭력 사건을 주로 다뤄온 한나는 아만다가 주검으로 발견되자 수사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토박이 경찰관 다니엘 린드스코그(카르도 라자지)와 함께 사건 뒤에 가려진 진실에 다가간다. 수사 과정에 여러 가정의 불편한 진실, 불륜이나 인신매매, 이민자 착취 등이 민낯을 드러낸다.
두 번째 사건은 유명 스키 선수였던 요한 안데르손이 기차 선로 근처에서 온몸이 산산조각난 시신으로 발견된 일이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한나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다니엘은 딸 육아 문제로 힘겨워한다. 첫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도 다른 용의자들이 떠오른다. 알고 보니 요한은 교회 목사의 부인 레베카와 바람을 피웠는데 목사는 가정폭력을 일삼고 있었다. 하지만 목사는 레베카를 공격하다 다니엘의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고, 그 뒤에야 알리바이가 증명된다.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고, 그를 한사코 감싸려던 인물을 피해 극단을 선택하려 했으나 한나가 구해낸다.
중간에 외로움과 상처에 힘겨워 하던 한나와 다니엘이 찌릿한 감정을 나누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니엘은 다시 딸과 아내에게 정성을 기울이고, 한나 혼자 눈 덮인 마을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젖어 시리즈는 끝을 맺는다.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특유의 씁쓸한 정서를 표현하는 것 같아 인상깊었다.
요아킴 엘리아손과 알랑 다보르그가 공동 연출을 맡았는데 디테일을 섬세하게 살리는 연출 솜씨를 발휘했다. 여기에다 군더더기를 과감히 덜어내 속도감을 살리고 몰입감을 높인 편집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만다 사건 1~3편과 요한 안데르손 사건 4~5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재미있었는지를 놓고 투표를 벌여도 좋을까 싶었다. 아내와 난 앞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뒤쪽에 손을 든 국내 블로거들도 있었다.
아 참, 4편 초반에 다니엘이 한나의 울적한 기분을 풀어준답시고 "이소룡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술은(음료는)?"이라고 묻고 "와~타~"라고 답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와 뜨악했다.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실제로 이소룡의 '비 와타'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곤 했다. 'Be wataaaah!'이다. 아래 인터뷰 마지막에 브루스 리가 자기애를 물씬 드러내며 씩 웃는 장면이 소름끼친다.
"마음을 비우고 형태나 형체를 갖지 말게. 마치 물처럼. 물은 컵에 담기면 컵이 되고, 통에 담기면 통이, 주전자에 담기면 주전자가 된다네. 물은 흐르거나 부딪힐 수 있다네. 물이 되게나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