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다
영롱한 보석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실로 꿰어서 목걸이와 같은
장신구로 만들지 않으면 그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옷감이 이어도 재단을 하고 바느질을 하여 의복을
만들어 입지 않으면 가끔 남에게 보여주는 자랑거리 정도만 될 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부처님 가르침도 이와 같다.
불전에 실린 부처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보석과 같은 가르침이지만,
마치 의사가 환자의 질병에 따라서 약을 처방하듯이(응병여약),
교화대상의 근기에 맞추어 설법을 베푸셨기에(대기설법), 보석구슬을 실에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 듯이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수용해야 나의 심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다른 종교성전과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불전의 양은 방대하다.
그야말로 팔만사천법문이다. 탄허(呑虛, 1913-1983) 스님께서는 기독교,
유교, 도교, 불교의 종교성전의 분량을 비교하면서,
기독교의 성경책은 모두 암기하는데 3개월이면 충분하고,
유교의 사서감경을 모두 외우려면 3년 정도 걸리고,
도교의 도장경(道藏經)은 30년 결려야 통달하고,
불교의 대장경은 300년 걸려야 모두 볼 수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불전은 이렇게 그 분량도 엄청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모아보면 상충
하는 내용도 많기에 오래 신행생활을 했어도 무엇이 불교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의 저명한 불교학자 체르밧스키(Stcherbatsky, 1866-1942)는
"비록 유럽에서 불교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를 시작한지 백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이 종교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지,
또 그 철학은 무엇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에 있다.
확실히 그 어떤 종교도 불교만큼 교리를 분명히 정립하기가
곤란한 것은 없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사도, 중사도, 상사도의 삼사도(三士道)로
정리할 때 불교신행의 목표와 방법이 뚜렷해진다.
하사도는 윤회에서 벗어나고자 수행하는 전문수행자를 위한 가르침이며,
상사도는 출, 재가를 포괄하여 성불을 지향하는 보살도의 가르침이다.
티벳불교 겔룩파의 종조 쫑카빠(1357-1419) 스님은 방대한
불전의 가르침을 삼사도로 정리한 《보리차도제론》을 저술하였다.
모두 독파하려면 300년 걸릴 수 있는 '서말 구슬'과 같은 불전의 가르침을
삼사도의 실로 꿰어서 '보배'와 같이 영롱한 신행지침서로 완성한 것이다.
수학 공부할 때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 인수분해,
좌표와 함수를 차례대로 배워야 미적분에 통달한 수 있듯이,
부처님의 가르침도 삼사도의 골격에 맞추어 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나의 인격과 삶에 진정한 변화가 온다.
하사도에서는 인신난득(人身難得), 죽음의 필연성, 내생의 공포,
인과응보와 계율을 공부함으로써 종교심과 도덕성을 훈련하고,
중사도에 오르면 해탈, 열반을 목표로 번뇌를 제거하면서
출리심(出離心)을 훈련하며, 상사도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방식의 자타상환(自他相換)의 수행을 통해 대자비의 보리심을 훈련한 후
공성을 통찰하기 위한 지관쌍윤(止觀雙運)의 수행에 들어간다.
삼사도의 실로 인해 불전의 가르침은 멋진 보배 목걸이가 되었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