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개별꽃
문득 떠올라 개별꽃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개별꽃은 몇몇이 남아 짐을 수습하며 하늘고향으로 떠나려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참 이럴 수가 있을까?
어이 음흉하고 몰염치한 범죄자들과 도적들이 끼리끼리 모이고, 세상을
다스린다 하고, 큰소리 치며 권력을 행사하고, 지들 입맛에 맞게 국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귀한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말이다. "
하는 생각에 때를 모르고 멍한 날들을 보낸 탓일 겁니다.
그저 순진하고 평범하면 은밀히 흉계를 꾸미고 행동하는 자들에게 당
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절로 이슬이 맺혔습니다.
개별꽃도 울었습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4. 4.
개별꽃
ㅡ꽃은 기다릴 수가 없어요
하얀 날개옷 입은 꽃의 정령들
소복이 모여 봄소풍 즐기는 듯
그 모습 보고팠는데............
어느새 끝나고 몇이 남아
막 하늘 오르려는 걸 멈춰 세웁니다.
왜 이리 늦었어요?
때가 오면 꽃이 피어요
때가 되면 꽃이 져요
시간이 안 보여요?
어이 그걸 못 보세요?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은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같은 때 꽃을 피우고
떠나야 할 시간을 알고 있었습니다.
눈이 없어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 그걸 보기에
기다려주지 않는 게 아니고
기다릴 수가 없는 것임을
꽃은 알고 있었습니다.
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어리석게도 서운했습니다.
나의 눈은 보이는 것을 보려 합니다.
보이는 것도 참 무궁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더 무궁한데도........
글, 사진 / 최운향
나무 그늘, 두껍게 쌓인 낙엽 위로 몸을 세우고
가늘고 연약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꽃을 피운 녀석을 보면 참 애처롭습니다.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