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세 자영업자 폐업 급증 퇴직금 담보 대출 25%↑ 9조 취업시장 한파도 취약계층 집중
작년 12월 일용직 15만명 급감지난해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며 ‘소상공인 퇴직금’ 지급액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담보로 소상공인들이 받아간 대출도 9조 원을 처음 넘어섰다. 근로자 중에선 일용직 근로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져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상공인 퇴직금 담보 대출 25% 급증
크게보기
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1조3908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00억 원가량(10.4%) 늘어난 규모로, 2023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은 연 매출 120억 원 이하 소기업, 소상공인이 돈을 적립하면 폐업이나 고령 등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공제 제도다.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 안전망인 셈이다. 이 중 폐업공제금은 폐업을 이유로 공제금을 타 간 경우로, 지급액이 늘어난 건 가게 문을 닫은 취약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이 퇴직금을 담보로 빌려간 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노란우산 공제계약 신규 대출액은 9조515억 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였다. 1년 전보다 25.1%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급증한 액수다. 노란우산 공제계약 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본인이 적립한 부금 내에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출을 갚지 못하면 나중에 지급될 퇴직금에서 차감된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가 취약계층부터 덮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7∼9월)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78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7.1%(13만6000원) 줄었다.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이후로는 자영업자의 생계난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폐업공제금 신청이 특히 집중되고 있다. 부금 내 대출 신청도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일용직 근로자 15만 명 ↓
취업시장에서도 일자리 한파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용직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14.7%(15만 명) 급감한 87만1000명이었다. 모든 달을 통틀어 1983년 2월(75만 명), 1984년 2월(86만9000명)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0.2%(4만9000명) 줄었는데, 일용직 근로자 감소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일용직 근로자가 급감한 건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표적인 취약계층 일자리로 꼽히는 건설업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플랫폼 일자리가 늘면서 일용직 근로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감소세가 유난히 가팔랐던 건 건설경기 한파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역대 가장 큰 폭(―7.2%)으로 줄며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침체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어 올해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라면 소비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영업자#노란우산#폐업공제금#내수 침체#취업시장#취약계층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