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2022년 4월 24일(일), 오전에는 흐리다 갬, 용문산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맺혀 있던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는데, 6장의 꽃잎을 한껏 펼쳐내 개성을 드러낸다.
여느 꽃들처럼 그저 활짝 꽃잎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뒤로 젖혀져 꽃잎이 서로 맞닿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 긴 보랏빛 암술대며 이를 둘러싼 수술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골의 수줍은 처녀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다. 꽃잎이 꺾이어 드러나기 시작한 부분에는 톱니 같은 보라색 무늬가 선명하다. 영어 이름이 도그투스
바이올렛(Dog tooth Violet)인 것은 이 무늬 때문인 듯 싶다.” 이유미 박사가 『한국의 야생화』에서 얼레지를 설
명한 내용의 일부다.
고시조 몇 수를 함께 올린다.
귀거래(歸去來) 귀거래
말뿐이요 간 이 없네,
전원(田園)이 장무(將蕪)하니
아니 가고 어쩔꼬,
초당(草堂)에 청풍명월이
나명들명 기다리나니.
――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 1467~1555, 조선 중기 문신)
주) ‘장무하니’는 장차 거칠어 가니
농암(聾巖)에 올라 보니
노안(老眼)이 유명(猶明)이로다,
인사 변한들
산천이딴 가샐가,
암전(巖前)에 모산모구(某山某丘)가
어제 본 듯하여라.
――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 1467~1555, 조선 중기 문신)
주) ‘농암’은 이현보의 고향인 예안(禮安) 냇가에 있던 바위 이름, ‘유명’은 오히려 밝다, ‘가샐가’는 변할까,
‘모산모구’는 어느 산 어느 언덕
창랑(滄浪)에 낚시 넣고
조대에 앉았으니,
낙조청강(落照淸江)에
빗소리 더욱 좋다.
유지(柳枝)에 옥린(玉鱗)을 꿰어 들고
행화촌으로 가리라.
―― 규암 송인수(圭庵 宋麟壽 , 1499~1547, 조선 중기 문신)
주) ‘옥린’은 물고기, ‘낙조청강’은 저녁놀이 비치는 맑은 강, ‘행화촌’은 살구꽃이 피어 있는 마을,
술집을 가리킴
전원에 봄이 오니
이 몸이 일이 하다.
꽃나무는 뉘 옮기며
약밭은 언제 갈리.
아이야 대 베어 오너라
삿갓 먼저 결으리라.
―― 성운(成運, 1497~1579, 조선 중기 은사)
주) ‘하다’는 많다, ‘결으리라’는 쓰고 나가겠다
두류산 양단수(兩端水)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에라.
아이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 조선 중기 학자)
주) ‘두류산’은 지리산, ‘양단수’는 쌍계사를 중심으로 두 갈래로 오던 물이 한데 합치는 곳
지란(芝蘭)을 가꾸려 하여
호미를 둘러 메고,
전원을 돌아보니
반이나마 형극이다.
아이야 이 기음 못다 매어
해 저물까 하노라.
―― 개암 강익(介庵 姜翼, 1523~1567, 조선 중기 학자)
바람은 절로 맑고
달은 절로 밝다.
죽정송함(竹庭松檻)에
일점진(一點塵)도 없으니,
일장금(一張琴) 만축서(萬軸書)
더욱 소쇄(蕭灑)하다.
―― 송암 권호문(松巖 權好文, 1532~1587, 조선 중기 학자)
주) ‘죽정송함’은 대나무가 있는 정원과 당상에 소나무 기둥
제월(霽月)이 구름 뚫고
솔 끝에 날아올라,
십분청광(十分淸光)이
벽계(碧溪) 중에 비꼈거늘,
어데 있는 물 잃은 갈매기
나를 좇아 오난다.
―― 송암 권호문(松巖 權好文, 1532~1587, 조선 중기 학자)
주) ‘십분청광’은 밝은 달빛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라도 절로절로,
산 절로절로 수 절로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하리라.
――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1560, 조선 중기 문신)
첫댓글 실운현에서 화악북봉쪽으로 살짝 올라가면 얼레지 군락지가 있더라구요. 너무 이뻐서 한참을 봤는데 ㅋㅋ
거기는 너무 멀어서.ㅠㅠ
아주 좋더만. 환상적이었어...
수줍은처녀보다는 바람난유부녀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묘태로 보입니다...^^ 참 예쁘네요.
딴은 그렇게도 보입니다.ㅋㅋㅋ
여기두 많드만유~
여기가 어딘데요? ^^
@악수 귀목보 인접지역 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