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나무를 즐기는 기술, 효소 만들기
효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찾아오라고, 산야초효소 전문가 유귀엽 씨가 알려준 주소에는‘ 산’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나보다 짐작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달린 것은 잠시, 곧바로 꼬불꼬불 산길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 도로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끝에서 작은 오두막 하나가 길을 가로막았다. 충북 음성군 팔성산자락에 자리 잡은 유씨의 산야초 농장이었다.
원료를 알면 효소가 보인다 인적 하나 없는 그 깊은 산중에 굳이 농장을 만든 것은 산야초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효소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가 되는 산야초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데 책에서, 인터넷에서 글과 사진으로만 산야초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산야초를 찾아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전문 재배 농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아예 산 깊은 곳에 자신만의 농장을 만든 것이 벌써 13? 전이다.
“산야초를 제대로 공부할 만한 실습장을 찾기 어려워서 아예 내 농장을 만들고 여러 가지 산야초를 기르기 시작한 거예요.” 농장에는 유씨가 심은 당귀며 차조기, 곰보배추, 돌복숭아 등이 가득했다. 그리고 산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지천에 널려 있는 야생 산야초 밭도 유씨의 실습장이었다. 틈만 나면 농장으로 달려가 산야초를 살피고 공부하는 유씨는 효소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원료를 공부하라고 당부한다.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원료가 되는 산야초나 열매에 대? 자세히 알아본 뒤 그 특성에 따라 나에게 맞는 원료인지,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지,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서 만들어야 제대로 된 효소를 즐길수 있죠.” 재료에 따라 시기와 방법 달라져야 유씨가 알려준 효소 만드는 법은 정말 간단했다. 원료를 설탕에 버무린 뒤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효소 만드는 법은 따로 배울 필요가 없었던 걸까? 답은‘ 그렇다’이기도 하고‘ 아니다’이기도 하다.덥고 습한 한여름 짜증을 씻어내줄 시원하고 상쾌한 음료 한 잔을 원한다면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약초나 열매? 설탕에 버무린 뒤 발효시켜 먹으면 된다. 그러니 효소 만들기는 정말 쉽다.하지만 그냥 음료가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음료나 특별한 기능을 하는 효소를 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효소의 원료를 고를 때부터 나와 내 가족에게 맞는 특성을 가진 원료를 골라야 한다. 그 원료가 잎인지 열매인지, 혹은 뿌리인지에 따라 만드는 시기도 달리하는 것이 좋다.
“기관지가 약한 사람은 도라지효소를 만들면 좋고, 배탈이 잦은 사람은 매실효소를 만들면 좋아요. 요리에 매콤새콤한 맛을 내려면 청양고추효소가 딱이죠. 만드는 시기떵 달리해야 하는데 식물의 순으로 효소를 만들 때는 봄에, 뿌리로 만들 때는 가을에 하는 것이 약성이 가장 좋죠.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곰보배추효소는 지금만들어도 좋지만 겨울을 이기고 난 봄에 만들면 더 좋아요.” 애써 효소를 만들어놨는데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슬거나 식초가 돼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것은 설탕 양 조절에 실패한 때문이다.
유씨는“ 기본적으로 원료와 설탕을 무게를 기준으로 1대1 비율로 섞어야 하지만 수분이 많은 원료는 설탕 양을 늘리고 수분이 적은 원료는 아예 설탕 시럽을 만?어서 ?어주는 방법이 좋다”고 말한다.포도나 양파처럼 수분이 많은 원료는 원료와 설탕의 비율을 1대 1.5로, 쑥이나 풋고추는 1대1.2, 매실이나 생강은 1대1로 하면 적당하다. 솔잎이나 은행잎, 각종 뿌리는 시럽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시럽의 농도는 원료에 따라 약간씩 달리해야 한다.
발효는 기다림의 미학 효소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발효를 통해 설탕이 분해될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유씨는“ 연구 결과를 보면 설탕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최소한 1년이 걸린다”면서“ 제대로 발효된 효소를 먹으려면 1차 발효 100일, 원료를 걸러낸 뒤 2차 발효 200일가량을 기다린 뒤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시간 외에 다른 환경도 신경 써야 한다. 효소는 낮은 온도에서는 활동을 멈추는 특성이 있는 만큼 냉장고에 넣는 것은 절대 피해야한다. 햇빛이 없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서 보관해야 활발한 발효가 일어난다. 효소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밀폐 용기는 효소 발효 용기로 적당하지 않다. 발효로 인해 효소가 끓어넘칠 수 있는 만큼 효소를 만들 때는 용기의 3분의 2 정도만 채우는 것이 좋다.
원료의 종류에 ?계없이 효소를 만들고 난 직후에는 설탕이 바닥에 가라앉아 굳어버리지 않도록 3~5일에 한 번씩 다섯 차례에 걸쳐 저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100일이 지나면 바닥에 가라앉은 원료를 걸러내고 계속해서 발효시킨다.
걸러낸 원료는 장아찌나 식초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걸러낸 원료에 소금을 넣고 염도를 맞춰서 숙성시키면 맛깔난 장아찌가 되고, 생막걸리를 넣거나 초균과 이스트를 첨가해 1년 정도 두면 식초가 된다.
직접 만들어 보자 어떤 효소를 만들지 결정했다면 이제 직접 만들어보자. 준비물은 간단하다. 설쇅과 ?, 항아리나 유리병 같은 용기, 한지나 면 보자기만 있으면 된다. 물은 팔팔 끓여 식혀두거나 생수를 사용한다. 원료에 따라 소금이 필요할 때도 있다.
쇠비름효소 일년생 다육식물인 쇠비름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며 고혈압이나 아토피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잎부터 뿌리까지 모두 사용한다. 준비한 설탕 중 일부를 남겨뒀다가 마지막에 위를 덮어주면 넘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1 쇠비름을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빼둔다. 설탕에 버무리기 좋게 가위로 잘게 자른다.2 설탕에 버?린다. 설탕 양은 쇠비름 무게의 1.5배로 맞춘다. 3 잘 버무린 쇠비름은 항아리에 담은 뒤 한지나 면 보자기로 덮고 고무줄 등으로 고정한다.
솔잎효소 동의보감에 보면 솔잎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솔잎에는 송진 성분이 들어 있는 만큼 효소를 담그기 전에 흐르는 물에 담궈 송진을 제거해야 한다. 수분이 없기 때문에 설탕에 버무리는 대신 시럽을 부어서 만들어야 한다.
1 양파망과 같은 구멍 뚫린 망에 솔잎을 따서 흐르는 물에 3일 동안 담가 둔다. 아파트라면 베란다에 두고 물이 졸졸 흐를 정도? 수도꼭지를 열어두면 된다. 팔팔 끓여 식힌물이나 생수에 설탕을 녹여 시럽을 만든다. 물과 설탕의 비율은 5대5로 한다. 2 준비한 항아리에 물기를 뺀 솔잎을 차곡차곡 넣는다. 3 솔잎 위에 시럽을 부은 뒤 대나무나 가는 나뭇가지를 가로로 대서 솔잎이 시럽 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는다. 한지나 면 보자기로 봉한다.
은행잎효소 은행잎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5월에 나는 새순은 독성이 없어 바로 효소를 담궈도 되지만 6월이후에는 독성과 약성이 모두 강해지는 만큼 소금물에 담궈서 독성을 빼준 ?에 사용해야 한다.
1 소금물을 만든다. 소금과 물의 비율을 1대1로 맞춘다. 2 깨끗이 씻은 은행잎을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근다. 소금물에서 은행잎을 꺼내고 맑은 물에 다시 하루 정도 담궈서 소금기를 뺀 뒤 건져 물기를 제거한다. 3 은행잎을 항아리에 담은 뒤 시럽을 붓고 대나무를 질러준다. 대나무가 없다면 김밥말이를 사용해도 좋다. 한지나 면 보자기로 봉한다. 시럽은 물과 설탕을 4대6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