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 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5월의 장미.....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5월의 넝쿨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담장넘어 피는
아름답고 수즙은 넝쿨장미,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5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첫댓글 5월 마지막날
멋지고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오늘 되세요^^
여기 오월의 詩 3편은 오월의 詩가운데
제가 평소 가장 애송하는 詩입니다.
ㅎ 좋은 詩들 감사합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창시절
좋아서
읊었던 시~~ 지금도 기억에 남아서 추억에 머물게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도 평소 가장 애송하는 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