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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오티즘 엑스포 공식 현수막. ⓒ장지용
다시금 ‘만남의 광장’이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끝난 지금, 이제 느슨해졌던 연결을 다시 이을 시간도 되었습니다.
지난 12일과 13일, 서울 aT센터에서 제3회 오티즘 엑스포(이하 엑스포)가 열렸습니다. 이제는 사실상 격년제 개최라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것이 일단 첫 번째 성과일 것입니다. 자폐계의 동향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그러한 변화는 3년은 좀 길고 2년 정도 간격이 가장 좋을 듯했습니다. 사실 자폐계는 끊임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특히 2010년대 후반부터 괄목상대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 집단의 성장은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필자가 참여한 성인 자폐인 자치 자조모임 estas 공식 부스. ⓒ장지용
제1회 엑스포 때는 자폐인 당사자 집단이 딱 하나, 제가 있는 estas만이 참석했지만, 이번 제3회 엑스포 때는 아예 한 블록이 당사자 관련 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제2회 엑스포와의 차이는 다른 자폐인 집단이 새로 등장한 대신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가 내부 사정으로 불참한 것과 정신적 장애인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이 다시 참석한 것 등이 있을 것입니다.
제3회 오티즘 엑스포에 참여한 업체인 '와이닷츠' 공식 부스. ⓒ장지용
'와이닷츠'가 공개한 인공지능 기반 돌봄로봇 시연 현장. ⓒ장지용
관련 기업이나 센터 등의 참여도 변화해서, 기술-공학 관련 기관들도 참여하는데 주저하는 것이 줄어들어 기술-공학을 바탕으로 한 업체들도 출품한 것이 늘었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본 기술-공학 관련 업체는 ‘와이닷츠’라는 업체로, 감정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한 로봇을 출품했습니다.
해당 업체의 제품 시연을 보니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는 자폐 관련에서도 쓰임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담당자 말에 의하면, 해당 기술을 활용해 아동학대 징후 포착 등도 이론상 가능하다고 하지만 시장성 이슈 등 때문에 해당 기능을 공식 탑재하기는 어렵다는 후문입니다.
장애인 사업장들의 참여도 꽤 늘어서, 저를 아는 사업장 관계자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용 씨, 이것 하나 드셔보세요!”라면서 직접 구운 빵이나 과자 조각 등을 나눠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참여 사업장이 제과 위주였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라 하겠습니다. 제4회 엑스포 때는 참여 사업장들이 제과 이외의 다양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가져오길 바랄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몇몇 업체들의 연계고용에서 쓸만한 제품들이 있으면 이 김에 계약해도 좋을지도 모를 테니 말입니다.
예술 관련 단체나 센터 등의 참여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으로 졸지에 장애 예술계에도 연결되었지만, ‘예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아예 전문 극단에 입단한 참여자가 있다고 이야기한 연극치료 관계자도 있었고, 아예 전문 극단까지 참여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해당 극단은 다음 공연이 어디일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유인즉슨 며칠 전에 대구 공연을 올렸었고 아직 다음 공연을 위한 극장을 알아보고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 대상 교구의 일종. ⓒ장지용
다만 이번에는 치료 관련보다는 교육 관련 업체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관심이 집중된 것이 특이점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한글 등 언어 학습에 유난히 관심이 집중된 모양입니다. 한 업체는 교구 판매가 다 이뤄져서 “여기서 주문하신다면, 택배비를 더 내시는 조건으로 할인 가격에 계속 판매하겠습니다!”라고 작은 벽보를 붙일 정도였습니다. 한국 특수교육에서 유난히 강조되는 “언어로 표현하기 원칙”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은 비언어를 통한 표현에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번 엑스포는 제게는 또다시 ‘만남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인사들도 다시금 재회했고, 심지어 예전 직장 상사도 졸지에 뵙게 되었습니다. 그 직장 상사는 관련 사업 이슈로 방문했다가 졸지에 저를 만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어떤 분은 궁금하다는 제 책 출간 프로젝트가 한번 좌초되어 재집필에 들어간 것이 공유가 안 되어 다시금 정보 공유를 통해 대형 출판사의 제의로 재집필 진행 중임을 알려드렸습니다. 몇몇 업체들은 자기들의 선전물 등을 담은 기념품을 나눠주기도 했는데, 꽤 쓸모 있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몇몇 물품은 다시 현장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자폐계 인사들 사이에서 들은 소문은 저는 이집 저집 다 건너다보면 결국은 반드시 연결되는 의외로 강력한 연결고리라는 점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특히 부모나 전문가 등은 제 존재를 아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지난 제2회 엑스포 때도 당사자 집단과 주최 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필자의 '직장생활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장애인개발원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공식 부스. ⓒ장지용
저도 이렇게 생긴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폐 관련 세력들 사이의 ‘안전장치’를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그룹이 결국 자폐 관련에선 결국 제게로 모여들게 되는 것을 이제 역이용할 생각도 듭니다. 이들의 전쟁을 말리는 중간지점이 될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제 기반이 정부 기관 출신-자폐 당사자-응대 등을 잘 함 등 복잡한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이제 거꾸로 어느 세력이건 간에 결국 중간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행사가 열린 aT센터 인근에 있는 유명한 시설이 바로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라고 합니다. 뭔가 알레고리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어쨌든 행사는 잘 마무리했으니 2026년 즈음의 제4회 엑스포 때 다시 만나기를, 그때는 좀 더 큰 곳에서 만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기를 소망합니다. 모두 다음 제4회 엑스포 때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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