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이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주요 상권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헬스앤뷰티 시장 1위 CJ올리브영만이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H&B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2010년 20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급격히 커지면서 2018년 약 2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약 3조 원대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H&B스토어의 화장품 소매시장 점유율 역시 2018년 12.5%로 5년 전에 비해 7.8% 포인트(p) 뛰었다. 2014년에는 홈쇼핑과 대형마트보다도 점유율이 낮았으나 2018년에는 온라인과 화장품 전문매장(로드숍+편집숍) 다음으로 화장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채널로 부상했다.
H&B스토어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의 H&B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시장 포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격한 성장, 압도적 업계 1위인 올리브영과의 경쟁 등이 꼽힌다. 게다가 직영점·직매입 구조에 매장 대부분이 대규모 점포라 비용 부담도 컸다.
이 같은 상황에 이마트가 운영했던 부츠는 국내 온·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모두 닫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18년 9월 야심차게 오픈한 뷰티편집숍인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과 명동점도 최근 문을 닫았다.
업계 2위인 GS리테일 '랄라블라'도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2017년 186개, 2018년 168개였던 랄라블라 매장 수는 140여 개로 작년 한 해에만 24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랄라블라의 작년 누적 적자는 159억 원에 이른다.
롯데쇼핑도 현재 130여 개에 달하는 '롭스' 매장 중 일부를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기준 118개로 다수 점포가 사라졌고, 올해 말까지 106개로 더 줄이겠다는 게 롯데쇼핑의 목표다.
롭스는 출범 직후 100% 내외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20%대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시장점유율은 2017년 7.1%, 2018년 8.2%, 2019년 8.5%로 크게 성장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롭스 관계자는 "효율성이 나지 않는 점포를 접는 동시에 신규 출점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CJ올리브영 매장 수는 1260여 개로 지난해 말(1246개) 대비 14개 늘었다. 또 명동과 강남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상품 전문성과 고객 체험 요소를 강화해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주요 상권을 잇따라 폐점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타 브랜드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지난해 기준 CJ올리브영의 매출은 1조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올리브영은 2016년 1조1142억 원, 2017년 1조4281억 원, 2018년 1조6595억 원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국내 H&B업계에서 압도적 오프라인 점포 수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H&B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물적 인프라도 충분하다"며 "오랫동안 시장을 개척해온 올리브영을 넘어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