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김병현(23)이 새미 소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뱅크원볼파크. 김병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확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폭스 스포츠네트>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팬이 들고 있던 피켓이 커다랗게 화면에 잡혔다. '나랑 결혼해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이 여성팬이 실제 미혼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여성팬들이 이같은 피켓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은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다. 미남 총각 스타가 속한 팀의 경우 한경기에 수십개의 '구애 피켓'이 구장을 뒤덮기도 한다. 그러나 홈구장에서 야유까지 받았던 김병현에게 이런 모습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날 경기를 본 사람들은 모조리 김병현의 '열성팬'이었다. 밥 브렌리 감독은 "상대가 최고선수(소사)를 내놓아 우리도 최고선수(김병현)로 승부했다. 소사를 압도한 김병현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냉담했던 지역 신문들도 김병현에게 초점을 맞춰 보도했고, 애리조나 구단 공식 홈페이지는 25일 '여전히 미스터리인 김(병현)'이라는 제목으로 변화무쌍한 투구폼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김병현에 대한 스토리를 전했다.
김병현의 응원 피켓을 든 여성팬들은 아마 이전부터 야구장 곳곳에 포진해 있었음이 틀림없다. 다만 이날 김병현의 플레이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TV화면이 그것을 클로즈업하면서 많은 팬들이 알게 된 것일 뿐이다. 블론 세이브를 하며 팀승리를 날려버릴 때에는 이런 장면 대신 부정적인 모습만이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김병현이 위력적인 투구를 이어간다면 '구애 피켓'은 뱅크원볼파크를 뒤덮을 것이 틀림없다.
소사의 삼진은 김병현을 좋아하던 팬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