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위한 성찰과 전망
“위기를 넘어, 멋진 세상에서, 가치 있게,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꿔요!”
김누리?조병영?문영훈?박태순?조천호?현경?김길홍?나성섭 말하고
함돈균?김보람 묻고 정리하다
이 책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과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이 공동으로 기획한 ‘사회공론장 프로젝트’에서 2020년부터 2022년에 이루어진 여덟 편의 대화를 수록했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를 겪으며 인류가 경험한 초유의 시간이 단지 재난이 아니라 인류적 각성이 크게 일어나는, 그리하여 지금까지 인류가 지녔던 편협한 생각, 휴머니즘을 건너 새로운 ‘온전성의 섬’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대전환의 문명적 맥락에서도 꿈쩍 않고 있는 한국의 교육 상황, 공론장 파탄 속에서 후퇴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 아시아적 시야에서 파악한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관찰,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적 기술경제사회의 도래, 삶과 통합되는 인문적 리터러시의 필요성과 미래 교육의 방향, 더 이상 22세기가 보이지 않는 기후재난 상황 등 다양하고 급박한 삶의 의제를 문명론적 시야에서 ‘바로 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첨예한 문제의식을 갖고 삶과 사유, 생각과 실천, 비판과 대안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이들이 이 대화에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었고, 이들의 최선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 교육에 관한 러닝디자이너이자 인문운동가로 활동하는 작가 함돈균과 정치혁신포럼 나우리(NOW-RE)의 공동대표 김보람이 질문하는 역할을 맡았다.
‘생각을 건넌다’는 것은 내 인지 경험의 한계를 확장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기 인지 경험에 대한 의심과 객관화를 통해 자칫 빠질 수도 있는 잘못된 믿음을 깨뜨려가는 인신론적 혁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대화는 그러한 인식론적 혁명으로 인도하는 ‘생각을 건너는 생각’이다. 미지의 앎에 대한 열린 마음, 작은 에고를 누그러뜨리고 타자에 자기를 여는 경청의 태도, 즉 자기를 초월하려는 지적 노력을 통해 내 생각을 건너 또 다른 앎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중물이다.
🏫 저자 소개
함돈균
작가. 문학평론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존재의 여러 차원을 경험하고 드러내는 다양한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었다. 30대에는 평론가와 학자로서 살았으나, 40대 이후에는 글에서 드러냈던 뜻을 사회제도와 문화적 현실에서 실현할 사회적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액티비스트로서 삶을 병행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를 지냈고,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예대 등 많은 대학에서 강의했다. 문체부, 교육부, 교육청, 서울문화재단, 서울자유시민대학, 삼성전자, 리움미술관 등 여러 기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자문해왔다. 시민인문교육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실천적 인문공동체 시민행성을 만들어 이끌었고, 그 비전과 미래교육에 관한 생각을 발전시켜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을 동료들과 함께 기획했으며, PaTI 스승 및 인문연구소장을 거쳤다. 현재 SK 플라톤아카데미 펀딩으로 추진되는 전환적 삶에 관한 연구교육센터 설립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비평집 『얼굴 없는 노래』 『예외들』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 교양서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 『사물의 철학』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교육사회혁신 대담집 『교육의 미래 코칭이 아니라 티칭이다』 『교육의 미래 컬처엔지니어링』 등을 펴냈다.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김보람
액티비스트 리서처. 사람과 지역과 커뮤니티를 좋아하며, 연결의 힘을 믿고, 함께 꿈꾸고 탐구하고 도전하길 즐긴다. 세상 모든 삶의 현장을 배움터로 삼고, 그 현장에 있는 이들을 스승으로 삼아, 앎과 가치를 사회적으로 실천한다는 신조로 살고 있다. 현재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정치혁신포럼 나우리(NOW-RE) 공동대표다.
📜 목차
· 들어가며 _함돈균
· 정상의 병리성: 사회를 구해야 한다 _김누리
· 리터러시: 우리 삶과 세상을 바꾸는 공동체적 인지능력 _조병영
· 새로운 커뮤니티 경제생태계 그리고 사회의 미래 _문영훈
· 공론장: 옛 권력의 빈공간에 새로운 생명의 힘 불어넣기 _박태순
· 지금: 미래가 존재할 마지막 시간 _조천호
· 코로나 여신과 살림의 영성: 네 안에 있는 ‘그것’을 꺼내라! _현경
· 코로나 이후 아시아의 역할과 사회디자인 _나성섭, 김길홍
· 생각을 생각하다 _함돈균
📖 책 속으로
“1인당 국민소득 대비 대학등록금 1위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입니다. 간단히 말해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싸고 가장 기형적인 사립대학 체제 속에 한국 대학이 있는 거예요. 이 현실이 뜻하는 게 뭐겠어요? 교육이라는 것 자체를 정부에서 한 번도 신경 써본 적이 없는 거죠. 입시정책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정책이 아니에요. 아주 일부 선발제도에 불과하죠. 한국은 대학정책도 없고 학문정책도 없어요. 우리 학문이 어디로 갈지, 그런 고민이 없어요. 교육부에서 하는 정책이 오로지 입시정책이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김누리」중에서
“인간이 문명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건 문명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오랫동안의 인류 역사, 다양한 형태의 사회 공동체에서 경험한 배움이라는 진화적 활동의 핵심이 읽기예요. 리터러시는 그것을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고요. 즉 우리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 그래서 우리가 진화하는 방식, 다름 아닌 우리가 배우는 방식인 거죠.”
---「조병영」중에서
“다오는 ‘분산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예요. 20세기 자본주의의 꽃이 주식회사였다면, 그와는 다른 구조의 새로운 경제 활동을 조직하는 방법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부분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특정 영역별로 일할 수 있는 방법론과 도구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다오는 그 도구들을 활용한 새로운 조직 시스템입니다.”
---「문영훈」중에서
“세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어요. 왜냐하면 주도권을 기성세대가 쥐고 있기 때문이죠. 가장 쉬운 방법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고 그러려면 기성세대가 물러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이렇게 얘기해요. 그런데 안 물러나잖아요. 그러면 반격을 제대로 해야 되잖아요. 어떤 사람은 ‘짱돌을 들어라’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청년들이 공격을 해야 한다는 거죠.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무너뜨리려면 내부에 결집된 힘이 있어야 하고요.”
---「박태순」중에서
“우리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권력 주체들이 쳐놓은 불평등한 지배 구조에서 이해관계의 충돌과 조정을 하기 때문이에요. 기후위기에서 진짜 위험은 권력 주체들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데 있어요. 깨어 있는 시민들이 연대하여 한목소리로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조천호」중에서
“수많은 전환 커뮤니티가 전 세계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데 그들이 해온 실험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방역을 잘한다고 넘어갈 사태가 아니라 이러한 팬데믹이 이제는 어쩌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파시스트적인 중앙집권적 체제로 지배하고 컨트롤하는 쪽으로 가면서 자기 국익만 챙길 것인가 아니면 연대하면서 민주적으로 사람 각자의 개별성을 존중해 주는 그런 문화로 갈 것인가 하는 양 갈래 길에 지금 우리는 서 있습니다.”
---「현경」중에서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자기 전문 분야에 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국제적 가치관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질을 키워놓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김길홍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즉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매뉴얼에 없는 재난이 계속 발생할 것인데, 이런 재난에 우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완벽한 대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본 시스템이 잘 구축된 경우 매뉴얼에 없는 새로운 사태에도 잘 대응했습니다.”
---「나성섭」중에서
“시장주의와 기술주의에 잠식된 미디어와 관료제 국가는 ‘미래’를 이 관점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인문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래’는 휴머니즘에 기반한 서구적 모더니티의 몰락이라는 측면에서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미래 학교, 미래 교육은 현대 문명의 몰락을 ‘객관적으로’ 비판적으로 인지하고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전환적 관점, 휴머니즘 너머를 생각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반드시 장착되어야 합니다.”
---「함돈균」중에서
🖋 출판사 서평
병리성, 리터러시, 탈중앙, 기후재난, 사회정의, 아시아, 영성… 코로나 이후 우리는
첫 번째 대화에서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병리적 상황이 정상적인 것으로 계속 유지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던 데에서 나아가 코로나가 오히려 혁명적 전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코로나 상황을 ‘재난혁명’이라 규정한다. 여전히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사회의 성숙한 모습에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읽은 것이다.
두 번째 대화의 주인공은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문해력 열풍을 일으킨 리터러시 전공 1호인 한양대학교 조병영 교수다. 문해력을 단지 학교 공부나 시험 성적,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을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우리 사회의 실태를 꼬집고, 제대로 읽고 쓰고 판단하는 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가 정의하는 리터러시는 텍스트로 매개되는 생각과 삶의 방식이다. 분산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의 인큐베이팅 회사 이소스피어의 리더 문영훈과의 세 번째 대화는 우리를 새로운 커뮤니티 경제생태계로 안내한다. 비트코인의 탄생 역사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네 번째 대화에서 한국공론포럼 대표인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공론장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깨운다. 회피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차이를 바탕으로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 사회에 치열하고도 생산적인 논쟁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다섯 번째 대화는 어쩌면 지금 가장 중요하고도 급박한 문제일 수 있는 ‘기후위기’ 이야기다. 대기과학자 조천호는 기후 문제는 미래 의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고,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깨어 있는 시민의식의 단결을 통해 최악의 전망에서 최선의 길을 찾고자 한다.
여섯 번째 대화의 주인공인 유니언신학교의 현경 교수는 코로나가 여신처럼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며 ‘죽임’의 문화에서 ‘살림’의 문화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아시아개발은행에서 일하며 큰 규모의 사회디자인을 해온 경제학자 김길홍과 나성섭은 일곱 번째 대화에서 코로나 팬데믹 경험을 중심으로 사회의 안전망 구축에 대해 기본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나아가 아시아의 시야에서 파악한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관찰과 그 속에서 아시아의 역할에 대해 전망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대화의 주인공은 앞선 일곱 번의 대화에서 주된 질문자였던 문학평론가 함돈균이 답변하는 위치에 서서 우리 시대 ‘생각’이 처한 곤혹스러움에 대해 되짚고, 생각의 본래성을 회복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학교’의 중요성과 연계해 미래 학교 디자인의 필요성을 설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