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진작가 비토리오 셀라(1859~1943)는 20세기 초 산악 사진과 등반 역사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그가 남긴 히말라야 사진들은 흔치 않은 상징성을 지닌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소개해 눈길을 붙들어 맨다.
유명 영국인 탐험가 겸 작가인 휴 톰프슨이 큐레이터로 인도 수도에 있는 델리 아트 갤러리(DAG)에서 열고 있는 사진전 '비토리오 셀라, 히말라야의 사진가'는 그의 렌즈를 통해 본 히말라야의 숨막히는 장관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셀라가 인도에서 촬영한 작품 전시로는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100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칸첸중가(해발 고도 8585m)와 두 번째로 높은 K2(8611m)의 높은 고도에서 촬영한 작품들도 있다.
셀라는 이탈리아 북부의 모직 거래처로 유명한 비엘라에서 태어나 근처 알프스의 장관을 눈에 담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톰프슨은 "경력을 통틀어 셀라는 양모공장에서 기계와 화학을 익혔으며 아버지는 그를 가르쳤다"고 말한다. 20대 무렵에 그는 콜로디온(collodion, 사진 습판(濕板)의 감광막이나 국부의 피복제로 쓰이는 점성 용액) 처리법 같은 복잡한 사진 기법들을 익혀 가혹한 여건에도 큰 포맷의 유리 건판을 개발하는 일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그의 파노라마 사진들은 세계적인 찬사를 들었다.
셀라의 히말라야 여정은 영국 탐험가 더글러스 프레시필드의 칸첸중가 서킷 탐사에 따라 나선 1899년에 시작됐다. 칸첸중가 서킷을 탐사하려면 어찌됐든 폐쇄된 왕국 네팔에 발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탐사팀은 지독한 폭우 때문에 등반에 나서지도 못했지만, 셀라는 신령스러운 눈가루들에 덮인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는 쉴새 없이 기술을 실험했으며, 칸첸중가의 망원 사진을 시험해 봤다. 그의 사진들은 세계 관객들을 시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계로 데려갔다.
10년 뒤 셀라는 아브루찌(1873~1933) 공작과 함께 K2 탐사에 나서면서 글자 그대로와 예술적 견지에서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산을 담은 그의 사진은 기술력과 복원력을 선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카메라 장비 무게만 30kg 가까이였다. 셀라는 위험천만한 지형을 넘나들어 산악사진이란 이런 것이구나 알려주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K2 야만의 산 이야기'의 저자 짐 큐런은 셀라가 "아마도 최고의 산악 사진가, 그의 이름은 기술적 완성과 미학적 세련미와 동의어"라고 말했다.
셀라는 독보적으로 거친 것으로 유명했는데 무거운 사진 장비들을 챙기고도 괄목할 만한 속도로 알프스를 누비곤 했다. 그가 뚝딱 만들어 쓴 카메라 하네스와 부트는 현대 것보다 세 배는 무게가 나갔는데 비엘라 사진연구소에 소장돼 있다. 옷가지만 10kg가 넘었으며 달메이어 카메라와 삼각대, 건판들은 오늘날 항공사 화물 제한보다 더 나가는 30kg쯤이었다.
4~5개월 이어진 K2 탐사 중에 셀라는 자신의 로스 앤 코(Ross & Co) 카메라로 250장의 공식 사진을 남겼는데 칸첸중가에서는 200장가량이었다고 톰프슨은 지적했다. "현대 디지털 기준으로 보면 이 숫자는 특별한 것이 전혀 없으며, 아날로그 필름의 마지막 날들로 봐도 여덟 개의 필름통에 맞먹는다. 1970년대 사진작가라면 하루 아침에 산 하나를 찍으면 이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셀라가 촬영하던 때는 상당한 숫자였다. 이 말은 그가 촬영할 수 있는 건판이 상대적으로 몇 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한 장 한 장에 엄청난 신경과 생각이 들어 있었다는 뜻이다."
몇 년 뒤 유명 산악인 겸 사진작가 앤셀 애덤스는 "셀라의 해석이 갖는 순수함은 보는 이를 종교적 외경에로 이끈다"고 적었다. 높은 고도에서의 사진 촬영은 위험을 수반한다. 셀라의 야심적인 작품들은 습한 환경 때문에 망가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작품들은 장인의 눈을 보여준다고 톰프슨은 지적했다. "셀라는 눈 속에 남겨진 발자국들이 그것들을 만든 산악인들만큼 얼마나 (사진) 구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처음으로 인지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참고로 위 사진들이 너무 산 아래 풍광에 치중돼 있다고 느낀다면 아래 국내 블로거의 포스트를 참조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