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아무리 쉬운 일도 여럿이 힘을 합하면 쉽게 해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타인과의 협력이 인간사회의 기초가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여러 동물들 가운데 사회성이 가장 강한 종(Species)이 인간일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물건 가운데 내가 직접 만든 것은 거의 없다.
내가 사는 집, 옷가지, 신발, 자동차, 컴퓨터, 책, 시계 등등 모두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다. 모든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신세를 지고 산다.
인간 종들은 이렇게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왔기에 생명의 세계에서 최강자가 되었다.
나 개인의 힘은 야생의 사자나 호랑이에 비해 보잘 것 없다.
근육의 힘만으로 이런 야수와 겨룬다면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나 개인은 참으로 나약하고 누추하지만, 우리 인간들이 밀림 속에
들어가 이들 야수들을 제압하고 포획할 수 있는 것은, 총과 칼,
자동차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진드물다화 과정에서 인간 종이 분화한 이후, 개개의 인간들이 이룩한
기술문명이 주적적으로 후대로 전승되면서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포식자로 등극하였다.
요컨대 타인을 배려하면서 윤리와 도덕을 준수하는 선성(善性)이
인간을 우월한 종으로 비약하게 만든 비결인 것이다.
이렇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의미하는
'타인과의 협력과 공존'은 세속 생활에서만 중요한 원리가 아니다.
불교수행의 길에서도 다른 수행자와의 협력과 공존은 필수적이다.
《별역잡아함경》에서 선지식(善知識)과 좋은 친구, 좋은 도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처님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실려있다.
"아난이 나에게 와서 머리 조아려 절을 하고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금욕수행(梵行)을 할 때 악지식이나 악한 도반, 악한 친구가 아니라
선지식(善知識)이 절반의 역활을 합니다." 나는 아난에게 고하였다.
"아니다. 아니다. 그런 말 하지 말거라. 왜 그런가?
무릇 선지식, 착한 친구, 좋은 도반이 금욕수행에서 전부의 역활을 하느니라.
또 착한 친구를 도반으로 삼는 사람은 악지식, 악한 친구,
나쁜 도반과 무리를 이루지 말거라. 왜 그런가?
나 역시 선지식에 의해서 생사에거 벗어났기 때문이니라.
따라서 선지식이 수행의 전부에 해당한다고 알거라."
백지장이 가볍긴 하지만, 두 명이 맞들면 그 무게의 절반만 부담하면 된다.
이와 같이 세속의 일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할 경우,
일의 부담 동참한 사람의 수에 비례해서 줄어든다.
그러나 불교수행자가 금욕수행을 할 때에는 함께 수행하는 착한 친구,
좋은 도반, 그리고 이를 지도하는 선지식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불법승 삼보 가운데 승보를 의미하는 상가(Samgha)는 '집합모임, 공동체'
등을 의미한다. 즉 한 분의 스님이 아니라, '여러 스님들의 모임'이 상가다.
출가 구도의 길에서 악을 지양하고 선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할 때,
출가 전에 익혔던 습기를 제거하려면, 공동체 생활을 통해 그것이
드러나고, 다시 이를 참회하는 일이 반복되어야 할 것이다.
선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법인데 홀로 생활 할 경우
출가 전의 습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금욕수행의 길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백짓장을 맞들어 주는 선지식과 좋은 도반의 존재가 필수적인 이유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