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50. 리차드 보나
재능과 연륜이 끌어안은 세상의 모든 음악
2013-06-27 [07:50:25] | 수정시간: 2013-06-27 [08:16:42] | 34면
요즘 어느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저를 '다시보기' 버튼을 꾹꾹 누르며 좀처럼 텔레비전 앞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드네요. 어떤 프로그램이냐고요? 바로 요즘 한창 방영 중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 2'입니다. 사실 이런 오디션 및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워낙 많아진 탓에 시청자로서 흥미를 잃은 지가 꽤 되었는데요. 그런데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각 회마다 진행되는 미션의 내용들 때문입니다.
요리 자체가 아닌 한 특정 음식재료를 이해하는 미션, 마스터 셰프의 훌륭한 요리를 똑같이 참가자들이 따라 만드는 미션, 자신들의 창작 요리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 가격을 스스로 책정하게 하는 미션, 그리고 참가자의 각 요리들을 서로가 나누어 재해석하는 등의 내용은 어쩌면 요즘 식상해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더 필요한 내용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상상력
다양한 부문서 훌륭한 행보"
연주나 녹음 등도 원래의 음악과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집중하든, 어떤 변형을 가하건, 오리지널(Original)을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또 마스터 피스와 같이 널리 알려진 곡이나 연주를 트랜스크립트(Transcript)하는 것은 미술에서의 모사와도 같은, 또 피카소의 작품들이 좋은 예가 되듯이 아주 세밀한 관찰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고요.
특히 마스터셰프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요리에 이름을 만들고 스스로 가격을 책정하는 미션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요. 왜냐하면 가격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닌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에 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참가자들이 마스터 피스와 같은 요리가 아닌, 서로의 요리와 레시피를 재해석하는 미션은 창작의 소통과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근본적인 출발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만약 이런 내용들을 미션으로 한 세계 뮤지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다면 누가 우승을 할까요? 조금 황당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저는 떠오르는 아티스트가 한 사람 있었는데요. 바로 베이시스트 리차드 보나(Richard Bona)입니다.
카메룬 출신인 그는 사실 베이스 외에도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만큼 만능 플레이어이자 훌륭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해요. 게다가 작·편곡가 및 프로듀서로서도 너무나 훌륭한 행보를 보여 주고 있지요. 그가 뉴욕대의 베이스 교수님이었던 관계로 저도 리차드 보나의 마스터 클래스 등에 참가하곤 했는데요.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상력 등이 난무하는 그의 수업은 정말 어떻게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지, 짐작조차 가지 않을 만큼 부러웠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앨범 수록곡을 들을 수 있다.
특히 그의 진가는 정규앨범에서 엿볼 수 있는데요. 모든 장르를 리차드 보나 식으로 소화하는 그의 작곡은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조금 다르게 특정 장르들의 세밀한 관찰력과 깊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마치 지구상 음악의 모든 특징이 그의 두뇌 안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세르쥬 갱스부루 트리뷰트 앨범에서 그가 재해석한 갱스부르의 곡들을 듣게 된다면 아마 더욱 제 말이 실감이 나실 거예요. 오늘은 우선 이런 그의 무한한 다재다능함을 체험할 수 있는 2006년작 앨범Tiki를 소개해 드릴께요.
김정범/뮤지션/twitter.com/pudditor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