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같은 커다란 잎이 우포늪 가득 착 발려 있다. 잎의 표면엔 무슨 두드러기 같은 가시가 섬뜩섬뜩 돋아 있는데, 그렇듯 제 뿌리참의 그 무엇을 무섭게 덮어 누르고 있다. 그런데 그걸 또 불쑥 뚫으며 솟아오른 꽃대궁. 창 끝 피칠갑의 꽃봉오리에도 줄기에도 그런 가시가 돋아 있다
저 온갖 적의와 자해의 시간이 오래 무더웠겠다
그러나 누가 말할 수 있으리
마침내 고요히 올라앉은 만개(滿開), 만 개의 캄캄한 문, 만 번은 또 무너지며 신음하며 열어제쳤겠다 악의 꽃, 저 길의 끝